어젯밤 식구들이 모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딸의 방에 습도 조절을 한다고 옆지기도 한참
수건에 물을 묻혀 걸어 놓기도 하더니 일찍 잠자라에 들고 나 또한 녀석의 먹거리를 위해
순두부된장찌개를 끓여 놓고 가방을 싸 놓고 마지막 잠자리에 드는것 까지 보고 잠을 자기 위해
안방에 들어가 잠이 들려는 순간 녀석이 깨운다. '엄마 엄마...' 무슨 일이 일어났나 하고
옆지기와 깜짝 놀래서 일어났더니 여시가 녀석의 방에 들어가 똥을 싸고 저랑 자달라고 침대에
와서 성화를 부렸나보다. 그동안 딸들이 없으니 딸들방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딸이 온것을 아는지
여시가 투정을 부렸는데 그게 또 날이 날인것이다.할 수 없이 내가 나와서 거실에서 여시와 자면서
녀석이 딸의 방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내가 거실에 나와서 누웠더니 여시가 옆에서 꼼짝도 안하고
자는데 난 저녁에 잠깐 칼에 베인 왼손 엄지가 욱신욱신 자다 깨고 자다 깨고...
긴장한 것도 아니고 나도 딸도 긴장도 안되고 그런데도 일찍 잠자리에 들어거일까 새벽에 몇 번
깨었지만 그래도 숙면을 한듯,일제히 새벽에 울리는 알람에 셋은 한꺼번에 동시에 일어나 불을 켜고
아침을 시작했다. '딸, 좋은 꿈 꾸었어.. 컨디션은 어때?' 했더니 '엄마,00 이녀석 벌써 모닝똥 싸고
컨디션 좋게 시작했따고 5시30분에 문자 보냈네..다행이다.' 막내 또한 기숙사에서 수능을 시작,
엄마가 챙겨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미안한데 다행히 컨디션이 좋다고 하니 한시름 놓고 시작.
얼른 국 솥에 불을 켜고 대파를 쫑쫑 썰어 계란말이를 이쁘게 하여 딸의 도시락 반찬으로 싸고
새송이버섯 미니프랑크 넣어 맛있게 볶아서 반찬으로 한 통 싸 주었다. 오늘 딸은 점심에 죽을
먹겠다고 하여 죽집에 맞춰 놓았는데 그래도 엄마의 정성이 담긴 반찬이 있으면 좋을 듯 해서
두가지 반찬을 싸 주었더니 좋아한다. 그리고 아침엔 어제 저녁에 사다 놓은 소고기야채죽을 맛있게
먹고 순두부된장찌개도 맛있고 대파계란말이도 맛있고 암튼 아침도 든든하게 먹고 기분이 좋단다.
난 오늘도 베인 엄지손가락이 욱식욱신 해도 반찬 해주고 설걸지까지 모두 마치고 나갈 준비 완료.
수면양말에 방석 무릎담요 휴지등 필요한 것들 챙겨주고 차에 놓을 '수험생 수송차량' 이라고 쓴
종이까지 챙겨서 고고, 죽집에 가서 찾기 위하여 나가는데 울집 아파트 바로 앞에 고등학교도 입시장
이라 아침일찍 경찰들이 나오고 여기저기 차가 밀리기 시작,우린 죽집으로 향하는데 우리가 학교를
잘못 찾아 가는줄 알고 경찰분이 그방향이 아니라고 직진 하라며 우리보고 성화,그 학교가 아닌데 말이다.
옆지기가 여기가 아니라고 하여 겨우 빠져 나와 죽집에서 죽을 찾는데 아줌마가 보온도시락에 하나
가득 넣고 모자랄지 모른다고 한 통을 덤으로 더 담아 주셨단다.감사해라. 그리곤 입시장인 학교로
향하는데 이 또한 울 조카가 다니던 학교라 졸업식에 참석을 하여 낯 익은 학교라 다행. 큰딸의 손을
잡고 학교로 들어가는데 여기저기 응원을 하느라 학교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일찍 나오셔서
난리가 났다. '수능대박'을 위한 응원과 엄마들의 따뜻한 차로 인해 훈훈해지는 수험장,큰딸이 시험을
볼 장소를 찾고 입실 하기전에 주차를 하고 온 옆지기를 기다려 수능대박을 위하여 화이팅을 하는데
녀석 한번 경험이 있다고 떨지도 않고 덤덤하다. 활짝 웃으며...엄마 아빠를 걱정하며 빨리 가란다.
그리곤 활짝 웃으며 교실로 향하는 녀석을 보내고 우린 좀더 머무르며 따뜻한 차 한 잔을 하며
응원도 듣고 이야기를 나누다 나오는데 여기저기 수능일이라 경찰분들도 보이고 길도 막히고...
올 일년을 어찌 보냈는지 모르겠다.지나고 나니 어제일들이 아무것도 아닌듯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힘들게 결정하여 다시 공부하겠다고 한 큰딸,늦게 비염수술을 하고 시작하느라 더 힘들게 시작하고
거기에 막내까지 고3이라 더욱 힘들었던 한 해였는데 난 녀석들 때문일까 아님 저질체력 때문일까
올해 두번이나 수술을 하게 되었다. 8월과 10월 수술로 인해 더 힘든 날을 보낸 한 해이다. 돌이켜보면
막내는 중3 고3일때마다 내가 늘 큰 수술이나 사고로 인해 녀석에게 신경을 덜 써주었다는 것,미안하다고
몇 번이나 녀석에게 말했는데 괜찮다며 엄마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해주는 딸이 참 이쁘다.
엄마 속 썩이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지금까지 커준 막내,오늘을 잘 보내고 활짝 웃을 수 있기를.
수능을 앞두고 내가 수술을 하는 바람에 주위에서 모두들 걱정,두녀석이 함께 수능을 보니 친정엄마도
다른 친정식구들도 친구들도 모두 걱정을 한다. 내 건강이 걱정이라며.이젠 괜찮다.오늘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아침에 거뜬히 일어나고 모든 일 잘 넘겼다. 이젠 녀석들이 잘 견디어 주는 일만
남았다. 저녁엔 시험이 끝나며 모두 모여 저녁을 먹고 큰딸은 다시 서울행,올라가서 논술을 마무리 해야
한다. 수능이 끝나면 두녀석 논술로 바쁘게 생겼다. 덩달아 옆지기까지 힘든 11월일 듯.
그래도 오늘 웃으면서 모두가 컨디션 좋게 시작할 수 있어 다행이다. 날도 춥지 않아 다행인데
모든 수험생 부모님 마음은 자식들과 마찬가지로 한결 같을 것이다. 모두가 수능대박을 위하여...
201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