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낙엽비 단풍비

 

 

 

 

 

 

가을비가 내리니 단풍이 더욱 곱게 물들었다.

창 밖으로 보여지는 아파트 화단의 단풍이 어쩜 그리 고운지,꼭 나무에 꽃이 핀 듯 정말 이쁘다.

브라인드를 올리다 창 밖을 보고는 딸을 불렀다. '따알,여기로 와봐.단풍 정말 이쁘다.'

했더니 시험을 보기 위해 집에 내려온 따알,'와, 정말 이쁘네..' 한다.

창 밖만 내다 보아도 창을 열고 잠깐만 찬공기를 맡아서 정말 좋은데 춥다고 창문도 열지 않고

그저 꽁꽁 싸매고 이불 속에서 며칠 째 있다. 가을비가 내리니 더 춥다. 마음도 스산하고..

수능이 바로 코 앞이라 더 그렇다. 일요일엔 큰 딸이 내려오고 딸이 내려오자마자 저녁에 막내가

있는 곳으로 가서 식구들이 모두 오래간만에 랑데뷰,그리곤 바쁘게 저녁을 먹었다.

막내의 저녁시간이 한시간,정해진 시간에 저녁을 모처럼 가족이 모두 먹기 위하여 007작전을

방불케하는 하는 작전으로 겨우 시간안에 저녁을 먹을 수 있었는데 녀석들은 정보 교환을 하느라

밥도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먹긴 먹었지만 그것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허겁지겁 먹어야 했다.그래도 간만에 모두 모여 먹었다는 것이 참 좋았던 시간.

 

난 며칠 째 오른쪽 부위가 아파서 겨우겨우 움직이고 있다.이제 좀 아프지 않을 시간인데

복병처럼 아프지 않던 곳이 아프니..하긴 아픈곳이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가며 아프다.

그러니 하루라도 아프지 않다고 말을 할수가 없으니 더 미안하기도 하고 아프다는 소리도 하기 그렇고.

나도 빨리 건강을 찾고 씩씩하게 움직이고 싶고 가고 있는 가을을 맘껏 누리고도 싶고

다가오는 수능에 딸들 뒷바라지도 잘해주고 싶은데 맘처럼 쉽지가 않다는 것.

내일은 벌써 예비소집일이고 그 다음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능일,올해는 수능추위라는 말은

있을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두녀석이 여기저기 떨어져서 시험을 치르게 되니 그 또한 걱정...

 

창 밖으로 보여지는 풍경에 마음이 심란하여 밖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에 창문을 열고

몇 번 내다 본 가을속,가을비에 낙엽비 단풍비가 내렸다. 길바닥에 꽃 핀 단풍비가 참 이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가 다시 눕고 말았다.요즘 며칠은 일어났다가 다시 눕고 말았다는..

아직 몸이 온전치 못해서인지 아님 그동안 누적된 피로가 잠으로 보상받고 있는 것인지  

다시 누우면 단잠을 잔다. 그리곤 몹시 호들갑스럽게 놀라 일어나 아침을 시작한다.

그동안 반찬을 하지 않아 먹거리가 없는데 일요일 잠깐 시장을 봐 온 것으로

뚝딱뚝딱 아침에 두어가지 했더니 그새 식탁이 풍성해졌다. 딸이 놀란다. 아침을 먹고도

치울것도 많고 옆지기 회사 직원분이 사주신 우족에 잡뼈를 넣고 푹 고았다.

그리고 단호박도 쪄서 큰딸과 한쪽씩 나누어 먹고 여시도 옆에서 덤으로 얻어 먹고

늘 혼자 먹다가 큰딸이 있으니 그래도 집안이 북적북적하고 둘 다 혼자서 먹다가 함께 먹으니

식탁에 좀더 온기가 돈다. 역시나 사람은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것을...

가을비 내리는 날 혼자 있었다면 더 쓸쓸하고 추웠을텐데 딸이 옆에 있으니 훈훈한데

무엇이든 정해진 시간은 빨리 오기에 정해진 시간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리 여유로운 시간은 아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은 다 지나가게 되어 있고 지나고 나면 그 시간이 그리워지는 법,

미리 불안해 하고 걱정하기 보다는 즐기는 맘으로 보낼 수 있기를...

 

201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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