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으로 보여지는 가을날은 너무 좋다. 이런 좋은 가을날을 병실에서 보내는 것은
정말 짜증나는 일이지만 그런 시간도 이제 끝이 보인다. 어제는 친한 친구에게 연락을 했더니
답이 없다. 답이 없다는 것은 친구도 뭔가 일이 있다는 것,친구도 내가 연락하고 답이 없어
수술한줄 알았다더니 나도 친구가 답이 없음을 친구 어머님이 많이 않좋으셨는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친구 어머님이 영면하신 것이다. 어쩌나... 그 소리를 듣자마자 갑자기 어깨가 너무
아프고 명치가 콱 막혔다.숨이 안 쉬어지는 것이다. 너무 아파서. 그리곤 친구에게 문자로 계속
맘을 풀어 주었더니 고맙다며 나를 위로하는 친구,나 또한 병원에 입원중이라 가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하여 어제는 오전에는 무척 컨디션이 좋았는데 오후에는 콱 막힌 시간을 보내다
늦은 시간까지 좋지 않아 그냥 일찍 쉬고 말았다. 그런 시간을 보내어서일까 오늘도 그리 컨디션이
좋지 않은 가운데 시작을 했는데 날이 좋아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뿐인데 다른 방 엄마들이 나와
다른 일이니 퇴원을 하는 것을 보니 나도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
옆방 애기엄마가 놓고 간 꽃바구니가 있어 간호사쌤에게 물었더니 가져가도 된단다. 리본을 떼어
내고 정수기 물을 듬뿍 주어 내 방 창가에 가져다 놓았더니 방안공기도 달라지고 기분도 달라진다.
그런데 옆방 애기엄마가 첫 애 진통을 하면서 너무 힘들어 하고 애기아빠는 경험이 없어 우왕좌왕
하여 옆에 가서 힘을 주었다. 그랬더니 너무 고마워한다.친정엄마가 오시기 전이라며 너무 힘들었는데
함께 해주어서 좋았다며.. 애기엄마가 무탈하게 순산해야는데 걱정이다. 첫 애이며 첫 순주라 모두
무척 기다리는데 기다림의 시간이 너무 길다. 첫 애라 그런가. 무료한 시간을 옆방 애기엄마와 보내고
나니 옆지기가 볼일을 마치고 돌아와 나의 무료함은 끝이 났지만 이제 또 퇴원을 앞두고 있다니
시원섭섭하다. 맘이 참 간사하다.친정식구들은 엄마 생신에 올 것인지 묻는데 나 퇴원도 겨우 상황을
봐서 하루 당긴 것인데 그것도 결과를 봐야 한다는 것.아직 움직인다는 것은 무리인듯 하다.
집에 가서 편안하게 쉬어야 할 듯 하다. 뒷탈이 없게 말이다.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고 말이다. 병원에 들어오는 순간에는
이런 시간이 오지 않을 것처럼 막막했다. 너무 큰 사고들이 자주 이어진 시간들,올해 거기다
두번째나 병원신세라 몸이 이겨내지 못하여 좀더 힘들었던 시간이 되었다. 수술당일과 그 다음날은
이런 시간이 오지 않을 것처럼 무척이나 고통의 시간이었는데 결국에는 웃으며 집으로 가게 되었다.
아니 내가 내 발로 걸어 다니며 움직이고 있으니 다행의 시간이고 감사의 시간이다.
늘 아픔 후에는 내가 살아가는 시간들은 '감사의 시간'이라는 것을 느끼는데 이번에는
정말 더 깊게 느끼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건강에 좀더 신경쓰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늘 말만하고 운동보다는 다른 일들에 더 집중하는데 이젠 정말 운동과 건강에도 시간을 주어야함을.
외양간 고치는 격이기는 하지만 지금 순간에라도 행동해야한다는 것을...
나, 이제 돌아간다.드디어 내일..집으로...비록 통원치료를 남겨 두고 있지만 말이다.
2012.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