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이탈,즐겨라

 

 

오늘로 병원생활 6일째이다.이제 슬슬 집이 그립고 병원에서 탈출이라도 시도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 어제는 온 몸이 붓고 몸살기운처럼 머리도 무겁고 마취후 뱉어내지 못한 가래로 인해

배에 힘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기침에 힘들어 했는데 오늘은 그런 것도 말끔하다.

병실안 건조함을 없애기 위하여 좀더 신경을 쓴 덕분인지 이제 정말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지.

어제부터 겨우 밥을 먹고 정상적인 생활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어서인지 더욱 집이 그립다.

 

어제까지 옆에서 지켜주던 옆지기도 오늘은 출근을 하기 위하여 일찍 회사로 향했다.

그동안 옆에서 지켜준 것도 고맙고 나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밥도 못 챙겨 먹고 암튼

여러모로 고생을 해서 남들이 병문안오면 가져온 것들 회사로 가져가라고 했다.

아침에 기분 좋게 들고 가는 옆지기, 정말 고생이 많았다. 이제 충분히 혼자서 모든 것 생활하니

그도 맘을 놓고 일상에 복귀.그런데 문제는 울집에 혼자 있는 울 여시다.

녀석이 갑자기 엄마가 사라졌으니 처음엔 가끔 들르는 옆지기를 정말 반갑게 맞이하고

쫄쫄 따라다니더니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이제는 우울증이 온것인지 쇼파에 앉아서

옆지기를 그냥 쳐다만 보고 만단다. 실망했다는 것인지 아님 정말 우울증이 온 것인지.

울여시를 위해서도 빨리 집에 가야하는데 담주 월욜쯤에나 퇴원이 가능할 듯 하다.

일요일엔 친정엄마 생신도 있어 식구들이 올 수 있는지 모두 묻는데 수술한 것을 알기에

강요하기 보다는 내 몸 먼저 챙기라 하는데 엄마도 이런 날 알고 있으니 안가면 더 걱정하실 듯도 하고

암튼 어제 저녁부터 갑자기 퇴원이 궁금해졌고 빨리 하고 싶은 생각에 계속 간호사쌤들을 붙잡고

물었더니 큰수술이니 담주 월욜에 안전하게 퇴원하라는.. 에고 맘대로 편할 수도 없는데...

 

늘 병원에서 제일 먼저 일어나는 듯 하다. 아침에도 알람이 울자마자 일어나 옆지기는 출근하기

위하여 집으로 향하고 난 내 일상을 시작하는데 간호사쌤들이 놀랜다.일찍 일어났다고..

고3이 둘에 맘이 편치 않은 엄마라고 했더니 편하게 있으란다. 아침에 수간호사쌤을 붙잡고

그간 수술후 이런저런 2차검사는 잘 되어 내 몸이 잘 회복하고 있는지 물었더니 다 정상인듯 한데

빈혈은 심해 주사로 다스려야 할 듯 하고 오늘과 같은 경과라면 하루쯤 일찍 원장쌤이 보아주시지

않을까 한단다. 물론 병원비도 만만하지가 않다. 이제 울집처럼 편하게 적응하고 있는데

첨엔 그러지도 못했다. 수술후 너무 아팠으니 병실을 제대로 나갈 수나 있을까 했는데

간사한 것이 사람이라고 이제 걸어 다니니 집에 가고 싶은 생각뿐이니...

어젠 내가 아닌 코끼리 한마리가 된 듯 했던 몸인데 오늘은 정말 새라도 된 듯 가볍다.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몹시 가볍고 기분이 좋다.손끝에 물만 묻혀도 몸이 가벼워지는듯 하여

밤늦은 시간 옆지기에게 머리도 감겨 달라고 하고 약식으로 닦아 달라고 하여 물을 묻혔더니

맘이 조금은 가벼워지더니 이렇게 기분좋게 몸이 나아지고 있다니 정말 다행이다.

나 하나 아픔으로 인해 모두에게 걱정만 끼쳤던 시간들이 이제 시나브로 집으로 가까워지고 있는데

그 기다림의 시간이 무척 길게만 느껴진다. 바로 코앞이 집인데 말이다.

그래도 오늘은 내 나름의 궤도이탈을 즐겨야 할 듯 하다. 날이 너무 좋다.

창 밖으로 보이는 조그만 세상에 만족하며 안에서 기분 좋게 즐기자 가을을...

 

201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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