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가을 모두가 한자리에

 

 

 

 

 

수세미꽃

 

 

 

 

 

27일 병원을 다녀온 후 아니 그 전부터 앓고 있었지만 병원 다녀온후부터 더 심하게 앓았다.

너무 심하게 앓으니 옆지기는 시골에 갈 수 있나도 걱정, 하지만 다행히 명절날은 조금 괜찮아

몸을 움직일 수 있어서 시골에 잠깐 다녀오기로 했다. 울엄니한테도 내 상태를 얘기하는 것이

걱정이 덜 할 듯 하고 나중에 들어도 걱정하실텐데 막내는 집에 있겠다고 하여 둘이서 잠깐

다녀오기로 했다. 그렇다고 온전한 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잠깐 나간다니 기분이 좋았다.

가을은 역시나 풍성하고 참 아름다운 계절,어디를 둘러 보아도 아름답고 풍성하다.

 

집에 내려가기 전에 큰올케 또한 병원 갈 일이 있다고 하여 걱정을 했는데 큰올케는 다행히

얼굴이 환해서 괜찮았는데 문제는 나였다. 먹는 것도 그렇고 도통 입맛도 없고 모래알 씹는듯

하더니만 아무것도 먹고 싶지도 않고 먹기도 싫고..엄마와 식구들은 걱정이라고 먹어 보라고

했지만 가자마자 먹은 것은 진통제,그 덕분이었나 두통도 조금 사라지고 집을 한바퀴 돌며

가을을 맘껏 담았다. 아버지가 심어 놓으신 감나무에는 감이 주렁주렁 열려 익어 가고 있고

단감나무에도 올해는 감이 풍성하게 열렸다. 지난해에도 그 전에도 단감이 많이 열리지

않는다고 아버지는 걱정하고 가셨는데 아버지가 가시고나니 이렇게 풍성해졌다. 기분이 좋았다.

아버지가 심어 놓으신 화단의 장미는 가을에도 빨갛게 피어 그 진한 향을 풍겼다.

 

집 주변에는 과일나무도 있고 다른 나무들도 많은데 엄마는 거기에 수세미와 울타리콩을 심어

주렁주렁 나무마다 열렸다. '엄마,왠일로 수세미를 심으셨대..' '여긴 다들 수세미 심는다.'

분명 무언가에 좋다고 하니까 심으셨으리라.노랗게 핀 수세미 꽃이 소박하니 이쁘다.

집을 한바퀴 돌고 가족이 모두 모여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언니가 사다 놓은 꽃게로

양념게장을 하고 꽃게로 매운탕을 끓여 식구들 모두 맛있게 먹었다. 조카들은 꽃게탕을 바닥을

내며 맛있게 먹고 나 또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다가 꽃게탕 국물과 함께 밥그릇을 모두 비웠다.

그래도 밥을 먹으니 밥심으로 움직일 수 있어 작은올케가 미리 올라갔기에 저녁 설거지를 했다.

허리도 아프고 서 있으니 몸이 아픈듯 했지만 엄마 앞에서 아픈 티를 내지도 못하고...

조카가 '이모 나 친구랑 약속 있는데 빨리 올라가자..' 해서 녀석을 태우고 올라 오느라

엄마가 챙겨 가라는 것들 제대로 다 챙겨 오지도 못하고 반찬만 조금 싸서 올라오게 되었다.

 

명절이라고 해도 병원을 왔다갔다해서인지 명절 같지도 않고 그저 엄마 얼굴 한 번 더 보고 온듯한

그래도 엄마밥을 먹고 와서인지 기운이 나긴 했지만 집에 와서 막내 저녁을 차려 주고는

다시 눕고 말았다. 어떻게 밤을 보냈는지 모르게 끙끙 앓아가며 보낸 구월 마지막 날,

가을은 그렇게 엄마의 텃밭에 있는 김장배추처럼 하루 하루 속을 알차게 살찌우고 있다.

추석 명절도 지나고 이제 단풍 든다는 말이 절로 나오고 단풍구경간다는 말에 휩쓸려

낙엽비 내리듯 그렇게 또 시월이 가겠지...

 

201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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