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인 단비는 15살,밑에 새끼인 똘은 12살 울집 여시는 11살,모두다 이젠 연식이 되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2011년 4월에 울 호야가 떠났듯이 단비도 눈이 안보여 청각으로만
모든 것을 감지하고 있고 똘은 폐가 좋지 않은데 잘 견디며 살아가고 있고 울 여시도 심장이
좋은 편이 아니다.한번 큰 돈 들이며 병원신세를 지고 나왔다. 녀석들 세마리 모이니 완전 개판,
가게 마당에 내 놓았더니 정말 개판이다. 단비는 보이지 않으면서도 밖에 나오지 좋은지 돌아 다니고
여시도 여기저기 뛰어 다니듯 물만난듯 신난게 논다. 세 놈을 감시하려니 감당이 안되어
방에 넣어 놓았더니 여시가 난리다. 앞이 보이지 않는 단비는 그냥 무심한듯 밖을 쳐다보고 있고
똘은 힘이 든지 누워 자고 여시는 혼자서 '우~~잉~~~~잉~~~낑...' 지지배 말하는 것처럼
얼마나 시끄럽게 꺼내 달라고 소리소리 지르는지.. 그리곤 뛰어나와 가게며 밖이며
마구마구 뛰어다니며 대장노릇을 한다. 집에 있었으면 퍼질러 잠만 잤을텐데
오늘 정말 운동 잘하고 많이 한다.
채송화
아침을 늦게 먹어서 점심 생각을 없었는데 식당에서 일하는 이모가 언니가 외출중이라
기다려야 하니 점심을 먹고 기다리란다. 된장찌개를 끓여 놓았다며 먹으라고 하여
늙은 호박을 넣어 끓인 된장찌개에 밥을 비벼 맛있게 먹었다. 여시는 한동안 밖에서 뛰어 놀고
낯설어서인지 물도 먹지 않고 밥도 먹지 않아 계란을 조금 주었더니 맛있게 먹고
또다시 제집처럼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기도 하고 '멍멍~~' 짖어 대며 제 존재를 알리고
잠깐의 시간 화단을 돌아 다니며 여물어 가는 가을을 담기도 하고 가게 앞 텃밭에서 청양고추를
한 줌 따기도 하며 언니를 기다렸다.
올핸 비가 너무 와서 이것저것 수확이 좋지 못한 듯 한데
그래도 은행나무에 은행은 주렁주렁 가을을 알려준다. 해바라기도 노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가고 있고 나팔꽃도 씨를 맺기도 하고 보라색 꽃을 피우기도 하고
언젠가 모과가 주렁주렁 열렸던 모과나무엔 모과가 하나도 없다. 꽃이 안피었나...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호박도 없다면 식당이모가 말한다.
해바라기도 씨를 맺기 보다는 곰팡이가 슬어서 씨도 쭉정이가 많다고...
청양고추는 탄저를 먹은 것이 많았다.그래도 한 줌 따왔다.언니가 비싸니까 한 줌 따가라고,
부추도 베어가라고 하는데 식구도 없고 괜히 가져왔다가 버릴수도 있어 청양고추만 조금...
농작물들을 보면 태풍이 이젠 그만,비가 그만 왔으면 싶은데 태풍이 또 올라오고 있다니...
그래도 시나브로 가을은 물들어 가고 있다.
2012.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