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마을이 있다는데 어딜까,골목탐험

 

 

요즘은 블럭담장에 그림을 그려 이야기가 있고 그림이 있는 다른 공간으로 거듭나는

'벽화마을'이 참 많다. 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덕분에 거리가 생명력을 얻고

담장이 생명력을 얻고 집이 생명력을 얻는 그런 모두가 행복한 일인듯 하다.

 

 

 

 

 

 

 

친구가 인터넷으로 봤다고 하여 무작정 터미널 앞 골목길로 접어 들었다.

햇살도 좋고 가을이라 할 수 있는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둘은 모처럼의 행복한 시간을

천천히 골목탐험에 나섰다. 지역이지만 이 골목을 걸어 본것은 처음이지 싶다.

늘상 다니는 곳만 다니다보니 세세하게 이런 골목길을 걸어 본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다.

그런데 골목에 오니 사람사는 이야기가 물씬 풍겨 나온다.

그러다 어느 집 벽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집담장이 그림을 그리기 좋게 블럭담장이기도 하고 넓어서 칸을 나누듯 그림을 그려 놓았는데

재밌다. 저마다 다른 얼굴의 그림을 보면서 밋밋한 우리 일상의 대화도 좀더 추상적으로 변해갔다.

 

 

 

 

 

 

가을이 물들어 가는 골목길, 그 길을 따라 걷다가 우연히 어느 건물 유리창에 비친

우리 모습을 발견,잠깐 정지...하면서 우린 즐겁게 서로의 카메라로 셔터를 눌렀다.

가을 바람난 두여인의 행복한 '지금'의 시간을 담아 두기 위하여 잠시 정지하여

담고 또 담고...그리곤 그 앞에서 깔깔깔...분명 우리 줌마들인데 둘은 그렇게 즐겁게

여고생이라도 된 듯 팔짱을 끼고 즐거운 가을날 산책을 즐겼다.

 

 

 

 

 

 

 

 

 

아파트 담장 안에서는 느끼지 못했던,사람 사는 이야기와 냄새가 골목길에는 모두 담겨 있다.

저마다 다른 얼굴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토해내기라도 하듯이 집앞 화단에 심겨진

꽃들이 다르고 울타리 안의 나무도 다 다르다. 그리고 골목길을 걷다보니 괜히,

'철수야 노올자~~~ 영희야 노올자~~~ 땅따먹기 할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

라고 한번이라도 소리쳐 추억속의 친구들을 불러보고만 싶은..

그러면 어디선가 친구들이 대문을 삐걱 열고는 하나 둘 골목길로 뛰쳐 나올것만 같다.

그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친구와 둘이서 한블럭을 걷고 돌아 나오고 다시 다른 블럭을 걷고

똑같은 장소로 나와도 무료하지 않고 또 다른 골목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듯,

골목길에서 우린 '보물찾기놀이'라도 하듯 잠시 가을날 방황에 빠졌다.

 

 

저 막다른 골목을 돌아가면 잊고 있던 추억속의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골목을 서로 나누어 쓰면서 이야기도 많고 담은 추억도 많은데 그 친구들 지금 어디에서 무얼할까...

 

 

 

 

 

 

 

 

이 집 담장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을 줄 알고 있었을까

그러고보니 친구와 함께 골목 골목을 한참을 돌아 다녔는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자신의 모두를 내어줄 담장이 그리 많이 않다. 빨간 벽돌 담장도 있고 다른 재료의 담장도 있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화지 역할을 할 담장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따.

그래도 가끔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한 그림이 그려진 벽들은 발길을 멈추게 한다.

멈추어 서서 나도 이야기 하나를 저장하게 만든다.벽화를 그린 친구들은 담장을 도화지 삼아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맘껏 펼친듯 하다. 그림이 도화지 안에 갇혀 있거나

갤러리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벽화로 탄생하여

골목의 풍경도 그리고 사람들의 풍경도 바꾸어 놓은 듯 하다.

 

 

 

 

 

골목탐험을 하다가 어느 집으로 오르는 계단이 맘에 들어 발길을 멈추었다.

계단마다 감이 떨어져 있다. 계단을 바라 보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아줌마가 오셔서 무얼하느냐고

묻는다. '계단에 떨어진 감이 이뻐서 찍고 있어요..' 했더니 감나무에 감도 호두나무에 호두도

이번 태풍에 다 떨어졌다며 서운한 눈치시다. 떨어진 감이 무어가 이쁘냐시는 아줌마,

그래도 우리 두여자가 잠시 머무르는 시간이 싫지 않으신지 말씀도 나누고 옆에서 한참을 머무르신다.

여고생도 아닌 우리도 아줌마인데 이렇고 다니니 신기했던 모양이다.

 

친구와 골목탐험을 한 시간,사람 사는 이야기를 살짝 훔쳐 본 듯한 느낌..

사람사는 이야기는 모두 다 똑같은 듯 하다.

늘 좋은 것만 있을 수 없듯이 태풍에 떨어진 감이 있는가

하면 언젠가는 주렁주렁 열리는 감도 있을 것이다. 늘 좋은 일만 있을 수 없지만

파랑새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오늘 또 되새겨 본다.

모처럼 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너와 나 우리'로 돌아간 시간,정말 행복하고 좋았다.

먼 훗날 우린 이 시간을 추억하며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속에 너와 내가 존재했다는 것이 행복으로 기억되겠지..친구야 고맙다.

 

2012.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