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일요일 가족들 모두 모여 영양탕을 해먹자고 내려오라는 전화가 왔다.
그 전에 언니에게서 전해 듣고는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엄마는 우리가 내려오지 않을 줄 알고 아침 일찍 전화를 하신 것이다.
목요일은 병원나들이 금요일은 막내의 기숙사짐을 빼고 다시 짐을 싸서 늦은 밤에
한양에 있는 제 언니에게 데려다주고 다시 짐 풀어 주고 딸들과 시간을 조금 보내다
늦은 시간에 내려왔고 토요일은 어찌하다보니 피곤하게 보냈다..
일요일, 쉬면 좋으련만 엄마가 식구들 모여서 먹기를 원하니 내려가야 했다.
이른 아침에 옆지기는 MTB를 타고 한바퀴 돌고 오겠다고 나가고
난 좁은 방에서 두녀석 싸움이 내게로 날아와 에고... 좁고 덥고 스트레스 쌓일 때고..
암튼 모든 것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잘 이겨내겠다던 녀석들이 부딪히게 된 듯...
그나마 다행인 것이 한나절은 시원한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니 다행...
옆지기가 엠티비를 타고 오기도 했지만 아침을 먹지 않고 내려가면 배가 고플 듯 하기도 하고
찬밥 한주걱이 남겨 놓으면 상할 듯 하여 갖은 나물을 넣고 밥을 비벼 먹기로 했다.
고구마줄기볶음,호박볶음,깻잎나물볶음에 익은 열무김치를 넣고 비볐더니 맛있다.
참기름 한방울에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볐는데 왜 이리 맛있는지...
옆지기와 난 든든하게 먹고는 나가려는데 오빠가 픽업해 가라고 한다. 어젯밤 회식을 하고
시골 엄마집 근처에 차를 놓고 택시타고 집에 가서 차가 없는 상황,
우리가 내려가가 태우고 가면 되기에 더 서둘러 나갔다.
소나기가 온다고 하여 베란다 문을 조금씩 열어 놓고 갔더니만 나가는 길엔 땡볕이더니
현충사를 지나는데 한두방울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급기야 폭우,소나기가 내린다.
시원하게 내리는 소나기와 한쪽은 파란하늘...정말 요상한 날씨다. 그래서인지 더 덥다..
현충사은행나무길을 지나는 동안 내린 소나기를 맞으며 세차까지 깨끗이 하고는
오빠네를 태워서 집으로 향했다.오빠는 다시 오빠차로 갈아 타기도 했지만 올케와 조카 아들까지..
그렇게 시골에 가니 작은오빠네가 와 있을줄 알았는데 작은오빠만 왔다.올케는 친정에 일이 있어
오지 않았다는..엄마가 다 준비해 놓으신 것이다. 에고..울엄마 자식들에게 넘길 일도
꼬부라진 허리로 아프다는 말씀도 안하시고 움직이시니..괜히 시골에 가면 맘 아프고..
날도 더운데 더운 음식을 하려니 집안은 더욱 찜통...
조카 아들을 업고 집을 한바퀴 돌며 이것저것 담다 보니 기분이 나아진다.
아버지가 심어 가꾸던 빨간 장미,향이 정말 좋다. 꽃도 탐스럽고 장미는 가을에서 초겨울까지
그렇게 긴 시간을 피고 지고 한다. 이제 피기 시작인지 향이 정말 좋다.
아버지가 있었더라면 텃밭에도 풀이 하나도 없었을텐데 풀이 무성하다.
엄마는 텃밭을 쳐다보며 얼마나 한숨 짓고 아버지 생각이 날까...
아버지가 아프시던 해에 뒤란의 감나무 가지가 부러졌다.그리곤 새로 움이 트고 올해는
감이 얼마 열지 않았다.작년에도 마찬가지였는데..그래도 단감나무는 오빠가 소독을 하여
몇 개 그래도 열려 있다. 아버지가 좋아하던 나무인데...
비름나물

삼백초
취...
덥지만 식구들이 모두 모여 함께 맛있는 음식을 함께 하니 기분이 좋다.
엄마도 좋아하시는 듯 하고...입맛도 없고 입안도 자꾸 헐어서 밥맛이 없다는 엄마,
그래도 우리가 사간 참외는 맛있다며 잘 드시니 다행이다.
조카사위까지 와서 맛있게 함께 모여 맛난 것을 먹으니 더욱 정신없고 더운 하루였지만
그렇게라도 식구가 모여 복작복작하니 사람사는 집같다.
아버지가 가시고 더 쓸쓸하고 넓은 집처럼 여겨지면서 아버지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집인데
엄마의 쓸쓸함이 한꺼풀 벗겨졌으려나...
덥기도 하고 너무 배부르게 먹어 저녁은 생각지도 못할 듯 한데
더워서인지 아님 다른 이유에서인지 두통이 시작되어 더 오래 있을 수 없고
여시가 전날 저녁과 아침에 토를 해서 걱정이 되기도 하고 쉬고 싶어
오빠들보다 먼저 올라가겠다고 하니 서운해 하시는 엄마,
늘 우리가 제일 늦게까지 남아 있다가 올라왔는데 지난주부터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나 피곤...
모처럼 시골에서 아무것도 챙기지 않고 그냥 올라 온 날이다.
시골은 내려갈 때 소나기를 만났는데 올라오다보니 내가 사는 곳은 바로 직전에 소나기가
지났는지 비가 지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비가 지나서인지 바람이 시원타.
집에 돌아와 진통제를 먹고 쉬다보니 몸이 천근만근.. 언니가 가져다 준 미숫가루만
시원하게 타서 저녁겸 간식겸 그렇게 속을 채우고 하루를 접었다.
2012.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