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흔들려야 상처가 덜한 것을

 

 

어제 오후부터 내리는던 비가 잠시 소강상태다.

아니면 다 온것인가...어제는 병원에 진료가 있어서 오후에 외출하게 되었다.

뭐 익히 알고 있었지만 건강검진에서 한번 더 검사를 했더니 생각한 것이 맞다.

한동안 칠월은 병원에 왔다갔다 해야할 듯...

 

병원엔 사람도 참 많다.아픈사람도 많고 보호자로 온 사람도 많고...

난 혼자서 씩씩하게 예약결재를 하고는 찾아가야할 과로 갔더니 예약시간보다 일찍 갔지만

많이 밀려있지 않아서 다행하게 일찍 진료를 할 수 있었다.

한 번의 진료로 끝나는 일이라면 좋을텐데 그러질 못할 듯 하다.

그저 담담하게 받아 들이고 나니 홀가분하고 머리는 백지상태이고...

그렇게 다음에 해야할 검사및 예약을 하고는 뒤돌아서 병원을 나서는데

굵은 비가 떨어진다. 약국에 들러 다음 검사후에 먹을 약을 받고 집으로 향하는데

맘이 훵하다. 가슴에 구멍이 하나 뚫고 지난듯 바람이 불어 들어오는듯한 느낌...

서늘하다. 머리가 맑아진다. 안개에 쌓여 있던 것들이 걷히듯 모든 것이 보인다.

모든 것 내려놓고 비우고나니 한결 가볍고 담담하게 받아 들일 수 있다.

 

차에서 내리는 날보고 마트의 아는 언니가 부른다. 잠시 그렇게 비를 맞으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이가 들어가니 받아 들여야 할 것들이 참 많다고..

그렇게 두여자 길가에 서서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몇 년 전에는 언니도 참 많이

우왕좌왕하고 모든 것 손에 쥐려고만 하더니 딸들을 시집보내고 나더니

한결 여유로운 모습에 삶을 바라보거나 태도가 달라져 있다.

삶의 여울목을 돌고 있기에 잠시 힘든것 뿐이라고 받아 들이기로 했다고 하니

나를 토닥토닥..그래 그런 사람이 필요했던 것인가보다.

내가 누군가를 토닥여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누군가 날 토닥여주는 사람도 필요한데...

그 작은 동작에서 모든게 빗물에 씻겨 가듯 여유롭고 후련한 것을...

 

괜히 한 일도 없이 진이 다 빠져나가 아무것도 못하고 눕고 만 시간들..

그리고 새벽녁,캄캄함 속에 눈을 떠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시간속에 내가 있다.

다시 시작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별거 아닌 일에 기울어질 필요 없음을...

아침 빗속에 서 있는 내 초록이들을 보았다. 어제보다 뭔가 모르게 달라져 있다.

익어가는 것은 더 붉게 자라고 있는 것은 어제보다 더 자랐다.

도라지꽃은 흐드러지게 피어 빗속에 흔들리고..삶은 그렇게 흔들려야 상처가 덜 한 것을..

너무 흔들리지 않으려고 무언가 꼭 붙잡으려고만 한것은 아닐까..

 

201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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