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꽃의 향기와 함께 간만에 만난 뒷산의 초록세상

 

칡꽃

 

요즘 통 뒷산 산행도 동네 산책도 안했더니 주말을 보내고 몸이 무겁다.

한번 진하게 땀을 흘려줘야 몸이 가쁜할 듯 하고 뒷산 소식도 궁금하고 마음이 가만히 있질 못하여

매실차 한병 챙겨 들고 엠피엔 '신날새의 해금'음악을 틀어 귀에 꽂고는

팔다리가 무거워 스틱을 들고 뒷산으로 향했다.

 

준비를 하느라 왔다갔다 했더니 울집 여우같은 여시는 벌써 저도 데리고 나가라고 현관에서

꼬리를 흔들며 난리가 났다.하지만 지지배를 데리고가면 내가 힘들고 날도 더운데다

모기에 물리면 안되니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만 녀석 앙앙 거리며 난리,

그래도 어찌하랴 나도 몸이 무거운데..금방 갔다 올테니 집 잘보고 있으라고 하고는

뒷산으로 향하는데 아파트 옆 중학교 여학생들이 벌써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지

벌건 얼굴에 시끌벅적 난리다. 녀석들 체육시간에 가끔 이렇게 선생님과 함께 산을 오르는데

요즘 아이들은 체력이 받쳐주질 않으니 뒷산에서 헉헉...하긴 나도 헉헉...

 

 

원추리

 

 

뒷산으로 향하는 나무계단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헉헉'

이런 저질체력 같으니라고... 한동안 뒷산에 오질 않았더니 더욱 저질체력이 되었다.

거기에 날이 더우니 땀은 벌써 흘러 내리고 햇빛알레르기 때문에 팔토시를 했더니만 덥다 더워..

 

뒷산 초입은 사람들이 땅을 일구어 너도나도 농작물을 심고 가꾸느라 텃밭처럼 되었다.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주말농장처럼 이것저것 심어 놓고 공간을 나누어 놓았다.

그 덕분에 산으로 향하는 길에 코스모스가 즐비하던 것이 대부분 뽑혀 나가서 얼마 없다..

그래도 개망초는 사람들의 이기심을 피해 꽃동산을 이루었다.

 

칡꽃

 

 

 

노루발풀..꽃이 지고 씨가 맺히고 있다

 

그래도 산에 들어오니 공기가 다른 것이 느껴진다. 초록공기..

비가 내려서인지 습하면서도 흙냄새 나무냄새가 다르다. 이제 서서히 버섯이 활동할 때가

된 듯 하여 오르면서 버섯이 있나 하고 두리번 두리번 하느라 조금 쉬면서 오르는데도

땀이 줄줄..머리 속에서 얼굴에서 몸에서 그야말로 지난 시간동안 쌓여 있던 노폐물들이

모두 바끄로 나오듯 줄줄 흘러 내린다.

 

점심시간이 임박하여 산에는 많은 사람들 보다는 한 두 명씩 간간이 눈에 들어 온다.

일정하게 오시는 분들도 가끔 만나고 몸이 아파 운동을 오신 분들도 있고

여중생들이 한무리 내려가고 나니 조금 조용해졌다.

그래서일까 새소리가 온 산을 올리는 듯 하다. 초록바람과 초록공기 속에서 울리는 새소리,

참 좋다. 잠시 서서 새소리를 들어가며 땀을 식히고 호흡을 고르고...

 

 

 

 

 

정상부근을 오르는데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내가 잘못들었나 하고는 이어폰을 하나 빼고

들인 맞다,아이들소리..어디서 나나 하고 얼른 올라가 봤더니 유치원생들이 이곳에 올라왔다.

녀석들 더워서 머리는 땀에 젖어 얼굴에 붙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물을 먹으느라 분주하다..

 

난 정상에 잠시 숨을 고르고 밤나무아 복숭아나무 뽕나무를 구경했다.

오디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복숭아나무에 복숭아도 없고 밤나무에는 밤송이가 아주 작지만

밤송이임을 말해주고 있다. 반대편으로 가서 산딸기가 있나 보는데

고사리가 올라 온 것이 있어 두어개 꺾었다. 누가 풀을 깎았는지 그 위로 삐죽이 올라온 고사리,

고사리는 하나를 발견하면 그 주위에 몇 개 있다. 그렇게 하여 이곳에서 몇 개 꺾었다.

 

아이들 소리를 따라 내려갔는데 벌써 아이들이 없어졌다.

내려가는 길이 몇 갈래 그리고 다른 산으로 이어졌으니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암튼 시끄럽게 지지배배하던  유치원생들의 소리가 사라지고 나니

다시 산은 새들의 천국이 되었다. 그 속에서 흙냄새와 나무냄새를 폐부 깊숙이 마시며

다른 산으로 이어지는 오솔길로 향했다.

 

아카시재목버섯

 

 

 

사람들이 없으니 뒷산을 나 혼자 차지한 기분이 들어

괜히 혼자서 웃어 본다. 오솔길을 지나 소나무 숲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헉헉,힘들다.

저질체력에 날이 더우니 더욱 땀이 줄줄, 이 길의 끝에서 잠깐 쉬며 가져온 시원한 매실차를

벌컥벌컥 마셔 주었더니 살것같다. 오늘 내게 힘을 준 것은 시원한 매실차와 뒷산의 공기..

그리고 자연이다. 길을 통하여 바람이 불어 들어오듯 시원하여 잠시 서서 그렇게 바람을 맞고는

다시 온 길을 뒤돌아 나왔다.

 

 

우린 가끔 갈림길에서 망설인다.어디로 갈까...

 

 

 

칡꽃

 

에고 여전히 힘들다.그래도 땀을 흘리고나니 조금 살것 같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평지가 있으면 오솔길이 있고..

그렇게 오늘 내가 밟아야 할 길을 모두 걷기라도 한 듯 몸은 물 먹은 솜처럼 천근만근..

그래도 초록공기를 마셔야 좋다. 혼자 음악에 빠지고 초록빛 세상에 빠진듯

생각없이 걸어서 하산을 하려는데 묘지가 모여 있는 곳 가장자리에 무언가 움직임 포착,

그곳에서는 노루도 보았고 꿩도 몇 번 보았는데..앗  오늘은 꿩이다..숫꿩..

쳐다보다 카메라를 꺼내어 촞점을 맞추는데 녀석 유유히 숲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곤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듯 '꿩 꿩..끽끽..' 하며 소리를 낸다.

'따라 올테면 따라와봐..' 하는 듯 하여 잠시 서 있다가 녀석이 사라진 곳으로 조심조심

발길을 옮겨 보았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도 않는다.

꿩은 머리만 숨는 버릇이 있는데 보이지 않는다. 숲에 들어가 보기도 그렇고..

그렇게 꿩을 볼까 하고 올라갔다가 '칡꽃'을 만나 칡꽃만 담아 왔다.

초록빛 꿩알이 집안에 들어오면 행운이라는데 오늘 꿩을 보았으니 행운이 오려나..

암튼 한시간여 힘들지만 그래도 땀을 흘리고 자연도 만나고 맑은 공기도 들이 마시고

좋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나오면 좋은데 시작인 한 발을 떼어 놓기가 참 어렵다..

뭐든 시작이 어렵지만 시작하고 나면 뭐든 이루어진다.

 

201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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