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생각나는 날,친정에 다녀오다

 

 

 

 

 

 

 

며칠 전 아버지를 꿈에서 두번이나 뵈었다.. 꿈을 꾸다 깜짝 놀래서 일어났던 기억이 두번..

아버지는 왜 내 꿈에 오신 것일까..그동안 한번도 오지 않으셨는데 왜 오신것인지..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우리와 함께 일상을 하고 계셨던 아버지,그렇게 꿈을 꾸다

'아버지가 가셨는데..' 하는 생각에 놀래서 잠에서 깼다. 그런데 아버지가 내 꿈에 나오신 것은

엄마가 아프다는 것을 알려주시려고 했던 것인가보다. 지난 일요일 아침에 일여나려고 하니

다리가 움직여지지도 않고 걷지도 못하겠고 그렇게 하여 겨우 오빠들에게 연락을 하여

응급실로 실려 가시고 며칠 정형외과를 다니신 모양이다. 그 소리를 듣고나니 가슴이 철렁,

아버지가 그렇게 가시고 혼자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시며 계신 엄마, 몸이 성치 못하시다.

허리가 많이 안좋으신데 수술하자고 해도 엄마는 싫단다.자식들 폐가 될까봐 아파도 아프지 않다고

늘 말씀하시면서 아파도 감추고 혼자 병원에 다니시는 엄마... 그렇게 엄마는 혼자 아프시니 겁이

나셨던지 그래도 오빠들에게 연락을 하여 다행히 위기를 넘겼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혼자 계시는데 그러다 일나면 어떻게 하실지...밭에 가시지 말라고 해도 소용없다.

아버지도 마지막까지 그러셨는데...당신보다 농작물걱정을 더 하셨다.

 

혼자 계신 엄마가 아프시니 큰오빠가 모두를 호출했다. 모이자고.. 그래서 그동안 담아 놓았던

장아찌들을 조금씩 담았다.늘 엄마가 우리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었는데 이젠 내가 조금씩

엄마에게 맛을 보이는 것이다. 매실장아찌,연근장아찌,가지장아찌,왕고들빼기장아찌.. 를

많이는 못 담고 조금씩만 담았다. 매실장아찌를 하고 싶다던 엄마의 말이 생각나서였다.

혼자서 하려면 씨를 빼내는 것이 엄두도 나지않았을터...그래서 내가 한 것이라도 맛보시라고..

작년 김장 담을 때에는 도토리묵을 쑤어 갔더니 좋아하시는 엄마, 난 늘 막내로 생각하시고

아무것도 못 할줄 아나보다.그런 내가 이것저것 엄마에게 좋다는 것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엄마의 손맛을 물어보기도 하고... 이젠 연세가 딋고 몸이 아프시니 입맛도 변하고 무슨 맛인지도

모른다는 엄마에게 자꾸 묻는다. 그래야 엄마도 더 하고 싶고 드시고 싶으실까봐..

 

 

강낭콩과 상추

 

 

 

접시꽃

 

그렇게 막내를 만나고 시골로 향했다.날이 그런데 너무 덥다.. 별준비없이 갔는데

언니가 삼겹살을 가져왔는지 앞마당에 차양을 치고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으려고 준비중이다..

날이 더운데 괜찮을까..정말 덥다.그래도 다행히 큰오빠가 차양을 쳐서 햇빛은 가렸지만

숯불을 피고 고기를 굽는데 연기가 나고 더운데 뜨거운 불까지... 그래도 식구가 모두 모여

고기를 구워 먹으니 정말 맛있다.내가 가져간 장아찌 반찬들은 모두 상위에 올라

조카가 '이모 연근장아찌 정말 맛있다' 며 두접시의 연근장아찌를 모두 먹었다.

그런가 하면 매실장아찌도 맛있다며 고기와 함께 쌈싸먹으니 맛있다. 상추는 언니가 가게 밭에서

뜯어 왔는데 정말 크다.배추라고 해도 될만큼 잎이 큰 상추에 숯불에 구운 고기와 장아찌를 올려

맛있게 먹었다. 다행히 작은오빠도 이젠 짝을 찾아 서로 위해주며 맛있게 먹으니 보기 좋다.

 

엄마는 다리도 아프고 몸도 아픈데 큰오빠의 손주,엄마의 증손주 때문에 제대로 드시지도 못하면서

연신 증손주의 입에 먹을 것을 넣어 주시는,내리사랑을 보여 주시고 계신 엄마...건강하셔야 할텐데.

언니도 얼마전에 아파서 입원했던 몸이라 그리 성치 않는데 엄마가 아프셔서 걱정할까봐

고기를 가져오고 이런 자리를 마련했나보다. 더 자주 찾아뵙고 엄마가 외롭지 않게 하라고...

아버지와 이렇게 함께 고기를 구워 먹던 날도 있었다.난 그 사진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 사진들을 볼 때면 눈물이 난다. 아픈 엄마의 모습은 찍고 싶지 않아 그늘에 앉아 고기만 먹었다는..

매운 연기 핑계대면서 눈물 찔끔 거리며 먹는 고기..맛있다. 모두가 모여서 시끌벅적 떠들며 먹어서일까

정말 맛있다. 정말 아버지가 계셔서 함께 했더라면 정말 좋아했을 자리다.작은오빠도 짝을 찾았고

증손주까지 있으니 정말 좋아하셨을텐데..고기를 다 먹고 냉면까지 맛있게 배불리 먹고

엄마와 큰올케와 밖에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엄마가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시는가보다.왜 안그렇겠는가 이제 아버지 가신지 두어해밖에 되지 않는데..

시골집에는 아버지의 모든 것이 담겨 있고 남아 있다. 화단에 붉은 장미도 꽃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아버지가 손수 심으시고 가꾸시던 것이다. 화단의 꽃들이 모두 아버지가 심으신 것인데

유독 난 붉은 장미만 보면 아버지 생각이 더 난다. 이 장미는 오래도록 꽃이 피고 지고..

정말 향도 진하고 꽃도 탐스럽고 아버지는 어느 해에는 가시가 싫다고 장미나무를 모두 잘라냈다.

하지만 장미는 잘라내도 뿌리는 살아 있어 더 튼튼한 녀석들이 나오고 말았다.

가시에 엄마가 빨래를 널다가 한번 찔리신 모양이다.아마도 그래서 밉다며 잘라내신 듯..

그래도 장미는 꿋꿋하게 살아 아버지가 가신 뒤에도 이렇게 탐스럽게 피어 향을 날리고 있다.

 

꾸지뽕나무... 아버지가 아프시고 오빠가 얻어다 심은 나무..

꾸지뽕나무잎을 먹은 누에에서 나온 실로 가야금줄을 만든단다.그만큼 질기다는..

 

어성초 꽃

 

삼백초

어성초와 삼백초를 아버지 아프실 때 약으로 심은 것인데 이젠 제 스스로 나고 자란다..

올해는 엄마가 밭이 멀어 고추를 심지 않았는데 이곳에 고추를 몇 개 심느라 삼백초를 뽑아 낸듯..

그래도 이렇게 강하게 잎을 내고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삼백초...와 어성초...

 

작년에 여기에서 무척 많은 씨를 받아 놓은 엄마, 집 담 주변에 올해 모두 뿌렸는데

가물어서 몇 개 나지 않았단다.나도 씨좀 달라고 했더니 모두 뿌린다고 아끼시더니...

올핸 나도 여기에서 씨를 받아다 화분에다 심어봐야겠다..이거 무척이나 향이 진하고 맛있다.

 

 

시골집 하우수에서 기거하는 녀석...나비...

 

 

 

날이 더운데다 고기를 구워 먹느라 숯불을 피우고 모두가 모였으니 온도가 더 높이 올라갔다.

거기에 옆지기와 오빠는 담아 놓은 술까지 한 잔 하여 드르렁 드르렁...

난 머리가 아팠지만 밖에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올캐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엄만 누구보다도 사람이 그립고 아버지의 빈자리가 커서 더 아프신듯 하다.

두분이 투덕거려도 아버지가 계시면 아파도 잘 지내셨는데 아버지 가시고 엄마는 더 많이

안좋아지신 듯 하다.아마도 혼자서 아버지를 병간 하느라 힘드셨을 것이다. 농사일까지 하며...

남들 하는대로 농사일을 해야 하는데 자식들은 바쁘다고 하고 아버지처럼 그때 그때 일을

깔끔하게 해주지 않으니 처음에는 푸념도 많이 하시더니 이젠 그러려니 하시는 듯..

거기에 올핸 긴 가뭄끝에 마늘도 양파도 모든 것들일 실하지 못하다고...

아버지가 계셨으면 냇가에 물이라도 퍼서 주었을텐데..텃밭에는 물도 자주 주고..

하시며 서운해 하시는 한편 눈가가 촉촉해지신다.. '엄마 아버지 보고 싶지..?'

말씀을 못 하신다. 눈물이 맺힌다. '엄마 더 건강하게 오래사셔야지..아버지가 못 보것 다 보고

가시지.. 밭에 자꾸 가시지 말고 더운데 나가시지 말고..' 그런다고 엄마가 말을 듣나

엄마가 하고싶은대로 하시는 고집...그 고집이 아버지보다 더 사시게 하시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삐끄덕 거리다못해 어긋난 듯 하다. 육체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세월이란 녀석은 정신에게서 육체를 빼앗아간다.때론 정신도 빼앗아 가는데

아직 엄마에게선 정신을 빼앗아가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친구들 부모님 힘들게 보내고 계신 것을 이야기하면 '그렇게 하고 가지 말아야 하는데..'

고생이라도 자식들 고생은 시키고 가지 말아야 한다고 늘 말씀하시는 엄마, 건강하세요.

내가 못하고 사니까 더 엄마가 열심히 버텨주시길...

덩치 큰 조카 두녀석들 태우고 오는 길, 차마 얼른 일어나서 집을 비우고 싶지 않아

조카들에게 물어 좀더 머물다 저녁을 먹고 치우고 조금 앉아 있다가 조카들이 약속이 있다해서

길을 나서는데 다리와 허리가 아픈데도 컴컴한 길 혼자서 우두커니 서 계시는 모습이 안좋다.

자꾸만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게 한다. 엄만 모두가 떠난 컴컴한 길을 따라 굴 속과 같은 곳에서

혼자 외로움과 아픔과 싸우러 들어가실 것이다. 외로움이 싫어 일찍 일어나 밭으로 향하실 것이다.

그저 엄마가 계신 그곳을 향하여 뒤돌아보면 마음만 무겁다...늘...

 

201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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