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뒷산엔 으아리도 피고 오디가 익어 가고

 

 

 

 

 

집에서 보이는 뒷산은 밤꽃이 하얗다. 그리고 한쪽면은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뒷산을 깎고 있다.그러면 안되는데..괜히 서운하고 안타깝고.. 그나마 이렇게라도 뒷산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내가 얻는 것은 많다. 뒷산에서..

 

오늘은 옆지기도 모처럼 휴일을 맞아 직원들과 관악산 산행을 가고 나 혼자...

직원들과 가지 않으면 함께 산행가자고 했는데 빠질 수가 없단다...ㅜ

휴일을 뺐는것 같아 짜증을 내더니 그래도 준비하여 일찍 나간 옆지기에게 나도 뒷산에 갈거야..

해 놓았는데 집안일이 많다.. 다 미루고 뒷산에 아침 일찍 갈까 하닥 이불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집안일 하다보니 점심경이다.더운데... 그래도 맘을 먹었으니 가봐야지..

그리곤 뒷산으로 향하는데 정말 덥다. 사람이 없다. 혼자서 호젓하게 갈까 하다가

엠피 노래를 크게 틀어 주머니에 넣고 흥얼흥얼 시간을 즐기며 가기로 했다.

 

가시엉겅퀴

 

 

 

자리공

 

노루발풀

 

 

 

 

땅싸리꽃..?

 

 

 

 

개복숭아와 밤꽃

 

 

밤꽃과 오디

 

 

 오디..두어개 따먹었다...

 

고사리

 

숲은 우거지고 날은 덥고 사람은 없으니 작은 소리에도 뒤돌아보게 된다.

그래도 점점 산에 익숙해지면 질수록 더 헤치고 들어가고 싶은 호기심..

그렇게 천천히 오르며 노루발풀꽃도 만나고 땅싸리도 만나고 엉겅퀴도 만나고...

 

산의 정상에는 밤나무와 개복숭아 나무가 있어 밤꽃과 개복숭아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줌마 한 분이 의자에 앉아 홀로 음악을 듣고 있다.방해하고 싶지 않지만

나도 내 나름 산을 즐기며 밤꽃도 담고 개복숭아도 담고 그 옆으로 가면 뽕나무가 있어

오디도 담고 오이도 몇 개 따먹었다.이제 막 익어가고 있다.사람들의 발길이 멈추었었는지

뽕나무 아래는 풀이 누워 있다. 발에 밝힌 풀들 사이로 뱀딸기가 빨갛게 익어 고개를 내민다.

 

그리곤 묘지가 있는 할미꽃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데 뭔가 눈에 들어온다.

오마나..고사리다. 이곳에 고사리가 있었나 하고 둘러보니 네개가 눈에 들어와 꺾었다.

그리고 보니 나무와 함께 고사리가 있다. 사람 손을 타지 않은 고사리는 웃자라 있고

아마도 더 많은 씨를 날려 내년에는 더 많은 고사리를 올리겠지..

나의 눈에 뜨인 고사리는 정말 제수없는 고사리다..그래도 기분은 좋다.

 

 

 

으아리

 

 

 

 

 아카시아 꽃이 떨어져 하얗다

 

정상에서 내려 오는 길에 으아리를 만났다. 작으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또렷이 나타내는 하얀꽃..

그렇게 네잎 다섯잎의 꽃이 피어 있어 하산길을 외롭지 않다.

그리고 아카시아꽃이 하얗게 떨어져 길을 덮었다. 나무잎도 덮고 숲도 덮었다.

무척 많은 꽃들이 떨어져 오월의 그 찬란함을 말해주고 있다.

이 길은 아마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아서 더욱 많은 꽃들이 떨어져 있는 듯 하다.

오월의 잔재를 확인하듯 유월에 담아 본다.

 

 

 

원추리

 

 

무슨 꽃인지..?

 

 

정상에만 오르고 하산해야지 했는데 어느새 가다보니 하산길을 접어 들어

오솔길도 지나고 다른 산으로 이어지는 곳까지 갔다 왔다. 그곳에서 물을 한모금 들이켜고는

시원하나 바람을 맞은 다음에 다시 턴하여 들어오던 길에 원추리꽃을 만났다.

가는 길엔 보지 못했는데 오는 길에 만났다. 이렇게 삶도 그렇고 모든 것이 뜻하지 않은 순간에

뜻하지 않은 곳에서 보물과 같은 것을 만날 수 있고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이순간 내가 찾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포기하기엔 이르다.

 

 

 아가배와 산딸기

 

 

 인동초와 엉겅퀴

 

 

삐비와 나무의 꽃

 

 

 

 

개망초

 

 금계국

 

 

 

 

 

 오늘 산행에서 얻은 것이 많다. 오솔길을 돌아 오는 길에서 오늘 처음으로 '인동초'를 보았다.

그곳에 언제 있었나 하고 한참을 서서 생각을 하는데 내 모습이 이상하게 보일 듯..

그리고 날씨에 비해 힘들지 않게 산행을 했다는 것..정상만 오르고 하산해야지 했는데

여기 저기로 왔다 갔다 이 산 저 산을 옮겨 다니며 늘 다니던 코스를 모두 다녔다는 것..

그런데도 힘이 들지 않는다. 날이 더운데.. 아마도 새롭게 만나는 녀석들에게 기분이 좋았나보다.

오디도 따먹고 고사리도 보았고 인동초도 보았으니..

 

그리곤 개망초가 하얗게 피어 있는 길로 내려왔다. 정말 일부러 심은 것처럼 길 양옆으로

하얗게 피어 있는 개망초,계란후라이꽃... 그 사이로 노란 금계국이 바람에 흔들흔들..

이곳엔 금계국이 없었는데 몇 년 전인가 우리집에서 보이는 쪽인 중학교 뒷편에 한쪽 면이

노랗게 금계국이 피고 있는 것이다. 정말 귀화식물이면서 우리나라의 땅을 얼마나 잠식하고 있는

것인지 이곳까지 금계국이 퍼진 것인가 했는데 산을 오르는 곳에도 하나 둘 금계국이 보이더니

이젠 자리를 잡은듯 하다.풀이 있는 것보다 꽃이 피어 있으면 더욱 보기엔 좋겠지만

이런 식물들이 우리 땅을 차지한다는 것이 좀 그렇다.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니고...

그래도 이뻐서 한들한들 바람에 흔들리는 개망초와 금계국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나오면 이렇게 좋은데 이 길이 너무 멀다. 바로 아파트 뒷산인데 말이다.

가끔 이렇게 바람을 쐬고 마음에 자연의 변화를 담아 주면 정말 한동안 기분이 넘 좋다.

이 에너지가 얼마나 갈까...주말에도 한 번 더 오면 좋으련만...

 

201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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