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간만은 우린 바람난 여인들...
천흥리가 다 내려다 보인다...
귀화식물인 금계국의 질긴 생명력..이 천흥저수지를 노랗게 물들인다..오월엔
금계국..
이시간만은 정말 우리...철저히 바람난 여인들이 되어보자구나.
오늘 석탄일이라고 절에 가면서 준비한 것이 디카에 엠피다.옆지기가 그런 날 보고
-절에 가서 엠피듣게.. 한다.
그 엠피를 이 천흥저수지에서 친구와 함께 정말 좋은 시간에 듣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 틀어 놓고 좋은 시간을 더욱 좋게 즐겼다.
금계국은 귀화식물인데 이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천흥저수지를 정말 멋진 곳으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오월과 유월 이곳에 와서 꼭 이 풍경을 만나야 할 것만 같은 설레임을 안겨준다.
그렇게 친구와 난 이곳에서 시간을 가졌었다. 그때가 언제였을까..
오늘은 뜻하지 않게 또 이곳에서 시간을 갖게 되었다. 정말 좋다.
저수지를 향한 쪽은 꽃이 활짝 피었는데 마을을 향한 둑은 꽃이 이제 시작이다. 꽃망울 꽃망울...
파란 저수지물과 노란 금계국이 조화는 정말 아름답다. 귀화식물이건 뭐건
오월의 천흥저수지에서는 금계국을 뺄 수가 없다. 정말 아름답다.
이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셔인지 종종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낚시를 온 사람이던가
그냥 즐기러 온 사람이던가 아님 산행객이나 그렇게 금계국은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시간을 그리고 추억을 선사한다.
비가 내린다..저수지에 비가 내리면 저수지도 젖을까...
절에서도 후텁지근하고 저수지를 돌아 둑으로 가는 길에도 무척이나 덥더니만
둑에서 그러건 말건 우린 좋은 시간을 갖는내내 무언가 대기가 불안정하다. 마른번개가 치는 듯
하기도 하고 천둥이 가끔 치는것 같더니만 비가 내린다.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
그래도 우린 좋다. 비가 오면 비를 맞기로 하고 그냥 우리의 시간을 즐겼다.
-우리 이러다 정말 비가 많이 오면 어쩌지...우리 우산도 하나 없잖아.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정말 저수지에 빗방울이 뚝뚝 뚝뚝...
비를 맞으며 우린 정말 좋은데 남들은 비가 내린다고 비를 피하려고 한다.
비가 와도 정말 좋다.어쩌니 어쩌니..
이 길이 이런 길이 아니었는데 바뀌었다..나무데크로..
금계국에 취해 저수지 둑에서 좋은 시간을 갖다보니 비가 점점 더 많이 내리기 시작이다.
아...날이 이런다고 했나.. 조금 내리다 그치겠지.지나는 소나기일거야..
하면서 우린 잠깐 숲 입구의 의자에 앉아 쉬다가려고 했다. 그런데 날이 하수상하다.
비가 점점 더 많이 오고 옆의 친구는 깜짝 깜짝 놀란다. 천둥번개가 정말 장난이 아니다.
어딘가 가까이에 낙뢰가 떨어진것처럼 번쩍번쩍 쿵루루르르쿵...아 무섭다.
바로 옆의 숲도 그렇고 나무 밑에 있다는 것도 비가 억수로 내린다는 것도..
그래도 좋아하는 노래를 들어가며 나무데크로 만든 계단에 앉아 노래를 들었다.
나무 때문에 비가 맞지 않는 곳에서 그칠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한다.
카메라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는 것도 무섭고 엠피를 내 놓고 듣기도 그렇다.
그래서 디카도 엠피도 모두 넣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우리 집에 어떻게 갈까..택시를 부를까'
하다가 나무계단을 내려가 나무 밑으로 갔다.그런데 비가 더 내린다. 억수로 쏟아진다.정말...
낚시를 하려고 온 젊은 청년들이 차에서 나오다 얼른 들어가 차안에서 비를 피한다.
우리도 좀 함께 피하라고 하면 안되냐.. 우린 은행나무 밑에서 난 모자를 썼기에 괜찮았지만
친구는 반팔에 얇은 옷이다. 내 가방에 다행히 큰손수건이 있어 꺼내어 친구에게 줬다.
머리에 쓰고 나무에 꼭 붙어서서 그래도 이 시간을 즐겼다.그러면서 옆지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가 비가 억수로 온다니 데리러 오겠단다. 절에도 태워다 주어서 고마웠는데
또 태우러 온다니 미안하기도 한데 어쩔수가 없다. 마을까지 내려가다가는 비에 쫄딱 젖고 말 듯..
젊을때야 비를 맞기도 했지만 이젠 우린 나이가 있고 비를 조금만 맞아도 감기에 걸릴것이다.
아니 벌써 감기에 걸려 있다. 어쩔 수 없다.그래도 왜 이리 좋냐..이 시간이...
옆지기가 오기 전까지 은행나무에 딱 달라붙어서 둘은 그렇게 깔깔 거리며 있었다.
비가 약간 덜 오면서 차안에서 젊은 남자 둘이 나오더니 글쎄 파라솔과 같은 우산을 꺼내 들고
낚시를 하러 간다.이런..우리에게 우산이라도 빌려주지..바로 앞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으면서 그냥 보고만 있었단 말이냐..그러면서 커다란 우산이나 쓰고 지나가고..
그래서 인증샷을 찍었다..ㅋㅋ 그래도 친구와 난 좋아서 이시간을 즐겼다.
그러다보니 옆지기가 도착, 오늘따라 그가 믿음직스럽고 고맙고... 정말 좋다.
그는 우리를 보더니 비가 그렇게 왔다면서 하나도 젖지 않았다고 이상하게 생각을 한다.
계속 나무밑에서 비를 피했다는 것을 그가 알까...
차에서 잠깐 내려 비를 맞고 있는 '천흥사지 5층석탑'을 담았다.
늘 이곳에 와서도 담기는 하지만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비가 많이 오지 않았다면
좀더 다시 챙겨보려고 했는데 친구와 옆지기가 비가 많이 온다고 비 맞는다고 얼른 타란다.
그렇게 하여 잠깐 천흥사지 5층탑만 담고 지나쳤다.그런데 비가 정말 거짓말처럼 다시 억수같이
내린다. 왜 그러니 날이..옆지기가 우리동네는 비가 안오는데 왜 이곳은 비가 내리는지...
그랬다. '대기불안'으로 지역적으로 비가 내린 것이다.
집에 와서 다른 지역의 친구에게 그곳 절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더니만
친구가 사는 곳은 비 한방울 구경 못했단다. 어젯밤에도 큰딸을 서울에 데려다주러 가다가
가며 내려오며 비를 무척 많이 만났는데 오늘 또 석탄일을 맞아 절을 찾았건만
또 갑자기 큰 비를 만났다. 오늘은 석탄일,친구의 말처럼 부처님이 널리 자비를 배푸느라
가뭄에 비를 내린다고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그리고 우리가 누린 이 시간은 영원히
다시 하지는 못하고 이 풍경을 또 만날수가 없다. 비가 내린것도 어쩌면 우리에게 좋은 추억을
한가지 더 만들라는 뜻인지도 모른다. 비를 피해 나무 밑에 들어가는 것은 무슨 영화속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우리가 그랬다.친구와 내가..그런데 솔직히 조금은 무섭기도 했다.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 지는데 나무 밑에서 무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우리밖에 없는데...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 잠시 그 시간을 되새겨보니 정말 무슨 영화속을 걸어 들어갔다가
걸어 나온것 같다. 마치 우리가 영화속 주인공이지 않았었을까..오늘...
여행이란 이렇게 뜻하지 않은 곳에서 뜻하지 않은 낯선것과의 만남이지만 그 시간이 결코
좋지 않아도 모두가 추억이 되고 시간이 흐른 뒤에 꺼내 보면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
우리도 오늘이 지나고 내일 그리고 그 다음에 다시 꺼내 보아도 그 시간은 늘 행복으로 기억되겠지.
2012.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