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들처럼 떠나라! - 작가와 함께 떠나는 감성 에세이
조정래.박범신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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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 단어만으로도 설레이고 떠나고 싶은데 제목부터 정말 떠나고 싶게 만든다. 요즘 여행해본지 오래된듯 하다. 여행이라는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여행다운 여행을 해보지 못한 것이 꽤 오랜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내 여행의 갈증을 이 책에서 해갈하고 말았다.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고 맛있는 것을 함께 마음을 나누며 먹을 사람이 있고 따듯한 잠자리를 함께 하며 추억이 묻어 있거나 문학의 고장이 되거나 혹은 삶의 큰 전화점을 맞게 된 곳을 따듯한 동행과 함께 여행하는 이야기,읽다보면 그저 한자리 끼어 함께 여행하고 함께 여독을 풀면서 따듯한 시래기국에 막걸리 한사발 들이켜고 있는 듯한 착각을 가져오는 따듯함과 여유로움이 묻어 있는 여행서. 문인들과 그들과 인연이 있는 연애인이나 그밖에 사람들과의 함께 하는 여행에서 더없이 편안함을 느낀다.

 

 

15인의 문인들은 내가 익히 알거나 좋아하는 작가들이 대부분이기에 그들의 문학작품과 그들의 인생과 여행지에서의 '행간'을 읽고 있는 것처럼 새롭기도 하고 좀더 '가까움'을 전해주기도 한다. 그들 또한 우리와 똑같은 인생을 살고 있음을, 세월 속에 풀어 놓은 인생과 문학 이야기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읽다보니 시인 고은님을 끝으로 에필로그와 함게 다시금 한번더 내게 강력하게 떠날것을 주장하듯 '제목'의 쉼표가 한번더 나온다. 정말 강력하다. 삶의 쉼표,인생의 쉼표,지금 현재 잠깐 여행이라는 쉼표 속에 자신을 한번 맡겨보라고 권유하고 있는 듯 하다. 정말 떠나고 싶다. 어디로든.그들이 갔던 곳 어디로 여행을 하도 정말 좋을 듯 하다.우리나라 좋지 않은 곳이 어디 있는가. 보부상들이 발걸음이 수 놓은 낭떨어지 보부상길도 좋고 삶의 활력이 활어처럼 싱싱하게 살아 쉼쉬는 어느 재래시장도 좋고 정말 발길 닿는 곳 어디라도 좋을 듯 하다.

 

 

'좋아하는 사람과 여행을 함께 가게 될 줄이야.살다 보면 이렇게 뜻밖의 선물을 받을 때가 있다. 이래서 인생은 살아 볼 만한 것이 아닌가.' 요즘 영화 '은교'로 다시 재조명되고 있는 청년작가 박범신과 함께 하는 부안여행,나 또한 그들이 지났던 곳을 몇 번 여행을 한 곳이다. 수학여행 때에도 가보고 가족여행으로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갔기에 우리 또한 추억이 있는 곳이다. 여행은 어쩌면 '뜻밖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새로운 것을 얻어 오는 선물과 같은 쉼표가 시작된 것이다.'어쩌면 삶은 파도가 많이 친 다음에야 성숙해진다는 생각이 든다.사람들도 어쩌면 파도가 시간을 겪어 내고서 성숙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누구나 살다 보면 힘든 일이 있는데,사람들은 모두 그 힘든 일을 다 견대어 내는 것이다. 파도가 밀려 갔다가 또 밀려 오듯이 삶에도 파도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나의 파도를 넘고 또 다른 파도를 넘기 위하여 여행을 떠나고 있는듯 하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은 무얼 먹어도 배부르고 부자가 된 느낌이 든다. 시래국나물에 밥 한그릇이라도 왕의 밥상보다 더 풍족하고 여유로울 수 있다. 그들이 함께 하며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제대로 알지 못하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서일까 더욱 친밀감이 느껴지면서 많은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이기 보다는 이렇게 마음이 맞는 사람과 둘이서 떠나는 혹은 셋이서 떠나는 여행 또한 참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가족외 마음을 나눌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을 쉽게 떠나본적이 없는 듯 하다. 정말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 공통점이 있는 친구와 함께 이런 여행을 떠나보면 내 속에 깊이 묻어 두었던 곰삭은 이야기들이 모두 나와 더이상 곪아 터져 상채기가 나지 않을것만 같은,그와는 특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그런 여행지로 남지 않을까.

 

 

'유쾌하되 진지하고 속 깊은 형님,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그를 만나 주책도 없이 가난했던 시절과 어머니 이야기를 늘어놨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부끄럽지 않다. 내 마음의 경계도 담장도 모두 허물고 우정이라는 멋진 꽃을 피웠으니 말이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인데 경계와 담장이 필요할까, 허리띠라도 풀고 쭉쭉 막걸리를 들이켜야 할 것만 같다. 좀 주책맞다고 생각하면 어떤가 사는게 다 그런것 아닐까.흉금없이 마음을 터놓다 보면 더 가까워지고 여행지 또한 더 정감어리고 따듯한 곳으로 다가올 듯. '여행은 즉흥시다. 미리 준비하고 게획하면 재미도 감흥도 사라진다. 바람이 데려다 준 어느 곳에서, 언젠가 내 흥에 취해 보라. 들판,하늘,바람은 여행자에게 뜨거운 피를 흐르게 한다.'

 

 

문인들이라 그런지 여행지에서의 이야기 또한 맛깔나고 재밌다. 문학작품을 읽는 것처럼 술술 읽히고 인연에 대하여 그들의 추억에 대하여 인생 전반에 대한 이야기들이 함께 하니 막힘없이 좋다. 언제 이렇게 문인들과 배우나 가수 그외 분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야기들이 나오게 될까. 대부분 아는 사람들이라 더욱 그들의 이야기가 솔직하게 다가오면서 그들의 남다른 인연에 대하여,여행에 대하여 그리고 삶에 대하여 하는 진지하거나 유쾌한 이야기들이 반복되는 여행이야기 속에서도 새롭고 설레이게 만든다. 대부부의 여행지는 우리가 한번쯤 가보았거나 익히 알고 있는 곳들인데도 문인들과 그들이 함께 하니 색다르다. 왜 그럴까. 이야기와 인연과 먹거리와 풍경이 맛깔스럽게 곰삭아서일까. '풍경으로 들여다보기도 전에 풍경이 내 안으로 성큼 들어온다' 라는 말처럼 그들이 토해내는 언어의 유희가 마음을 한번 더 흔들어 놓아서일까. 읽으면서 당장이라고 맘에 드는 친구와 손을 꼭 잡고 여행을 하고 싶은,그런 친구가 있다. 언제 우리끼리 여행을 한번 가보자고 한 친구가 있다. 인생에서 마음에 맞는 친구 한 명이라도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는데 그런 친구와 둘이서 하는 여행은 또한 어떤 맛일까 궁금했는데 아마도 이런 여행이 되지 않을까. 인생의 쉼표를 여유롭게 찍을 수 있는, 마음이 어느 전환점을 돌아 좀더 푸근해지고 넉넉해지는 여유로움을 가득 담아 올것 같은 아, 그런 여행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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