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키운 율마 안녕 그리고 군자란 분갈이

 

 

9년 키운 율마...오늘 안녕했다

 

 

율마..창가에 있던 것을 겨울에 이곳으로 옮겼다.

그동안 잘 자라고 있었고 한쪽은 죽었지만 다른 쪽은 잘 자라고 있어서 옮기면서도 그리고 또 한번

이발도 해 주었던 녀석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말라가기 시작,그러다 죽었다. 한 놈도

한쪽은 살아 있지만 마음이 좋지 않아 옆지기보고 잘라 달라고 했다. 아니 뽑아 달라고 했다.

내가 혼자서는 감당이 안될 정도로 컸다. 톱으로 잘라야만 한다.

 

이녀석은 9년동안 나와 함께 했던 녀석인데 중간에 내가 큰 사고를 두번이나 당하면서

병원생활을 오래 하는 동안 옆지기와 조금 마찰이 있었고 그때부터 시름시름 하던 것을

그래도 잘 살려내어 지금까지 함께 했던 이쁜 녀석이다.

지금 사는 집에 이사를 오면서 포트에 담긴 아주 작은 율마를 하나에 2,000원씩 주고는

두개를 사서 심은 것인데 아주 잘 자라서 늘 창문을 열어 놓고 바람도 쐬어 주고

방향도 자주 바꾸어 가면서 햇빛을 보게 해서 여러모로 이쁘게 자라던 녀석이다.

화분마다 물을 주다가 한번 쓰윽하고 이녀석을 쓰다듬으면 으음..율마냄새,참 좋다.

그래서 더욱 이뻤던 녀석들인데 오늘 눈물을 머금고 모두 잘라서 쓰레기로 처리했다.

아니 아직 봉지에 담겨 처리 일보직전에 있다.

옆지기가 전기가위로 자르고 굵은 줄기는 톱으로 잘라냈다. 화분에서 뽑아 내는 것도 일이라

어찌하다보니 화분 하나는 빠사샥 깨지고 말았다. 아까워서 순간접착제로 붙이고 실리콘으로

잘 마무리해서 쓰려고 한쪽에 놓아 두었다.

 

 

 

안방베란다..

 

 

 

 

 

오월을 맞아서 시작한 <군자란 분갈이>가 오늘 드디어 마감을 했다.

그렇다고 모든 군자란을 분갈이 한 것은 아니고 아직도 두서너개 새끼를 떼어낼 것들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몇 년 더 키워도 될 듯 하여 너무 넘쳐나는 것 2개만 건드렸는데도

4일동안 계속 분갈이를 했다. 화분 하나에서 15~10개 정도씩 자라고 있으니 화분이 감당이 안된다.

아니 화분을 사다가 모두를 심을 수는 있지만 지금도 넘쳐 나는데 어디에 놓을 곳이 없다.

그래서 한 화분에 어떤 것은 4개씩 심어서 화분 수를 많이 늘리지 않았다.

그래도 모두 심고 나니 군자란 화분이 <<23개>>....아구구.. 20개에서 늘리지 않으려고

분갈이를 하면 계속적으로 지인들에게 분양을 했는데 23개가 되었다.

이젠 정말 더이상 어디에 놓을 곳이 없다..녀석들이 이 상태로만 커주길 바랄 뿐이다.

한 화분에서 너무 많이 번식해서 잎이 누런 것들이 있다.옮겨 심었으니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넘쳐나던 녀석들 분갈이를 해 놓고 나니 시원 섭섭하다.

군자란 분갈이는 꽃이 진 5월이 좋단다. 난 겨울에도 잘 한다.꽃대가 나오기 전...

이사를 오고 두어번 분갈이를 했는데 다시 또 많은 새끼를 거느리고 있어

부득이하게 이번에 다시 분갈이,정말 힘들었다.

몸체가 너무 커진 녀석들 화분에서 빼내는 것도 일이고 뿌리가 엉킨 실타래처럼 되어 있어

하나하나 풀어서 새끼를 떼어 내는 것도 일이고 큰 화분에 심고 옮기는 것도 일이다.

허리와 어깨가 정말 아프다. 그렇게 키우는 녀석들이니 봄에 꽃대가 올라오면 얼마나 기분 좋은지..

그 맛을 키워보지 않은 자는 모르리라...

안방베란다 화단에는 제라늄이 있는 화분받침대가 있는 곳만 빼고는 거진 군자란 화분으로

꽉 찼다. 더 놓을 곳이 없어서 거실베란다에도 화분 두개를 놓았는데 그러면 꽃이 잘 피지 않을 듯.

꽃이 피는 것들은 혹독한 시간을 보내야 꽃이 더 아름답고 튼실하다.

오냐오냐 하면 따듯한 곳에서 맘껏 자라게 하면 꽃이 잘 피지 않고 좋지 않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따듯한 품 안 보다는 스스로 독립하고 자립하는 것들이 잘 자란다.

 

 

 

율마를 보내고 미니고무나무와 군자란으로 바꾸었다..

 

 

커다란 율마가 두개 떡하니 자리를 버티고 있던 베란다와 화단을 나누는 벽이

미니고무나무를 놓았더니 허전하다. 허하다. 빈 공간이 주는 그 쓸쓸함이 아직 낯설다.

미니고무나무 역시나 이집에 이사를 오면서 포트에 담긴 2000원짜리 아주 작은 녀석,

그때는 잎이 두어개 밖에 없었다.그녀석을 심은 것인데 너무도 만힝 자라서

얼마전에 윗분을 댕강 잘랐다.옆지기가 잘라 줘서 그녀석들을 다시 심어 거실에 놓았다.

이녀석은 그렇게 숨죽이고 있더니만 위에서 자생력이 생겨서 여기저기 줄기가 나오고 있다.

생물의 생명보존 능력이 뛰어남을 초록이들에게서 본다.

 

 

미니고무나무의 자생력...줄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거실베란다... 

 

소파 뒤에도..산세베리아와 바이올렛 앵초... 다른 쪽엔 바이올렛과 군자란이... 

 

말발도리

 

난 꽃이 피었다

 

바이올렛

 

 

 그동안 미루던 군자란 분갈이를 모두 마치고 나니 정말 마음이 가볍다.

모든 화분들 그런대로 자리리를 잘 잡아 주고 나서 물도 주고 스프레이도 해주고 나니

허리와 어깨가 빠져 나갈 듯 하다.정말 힘들다.오늘은 그나마 옆지기가 율마 뽑는 것을 도와줘서

조금 편하게 마무리를 할 수 있었는데 그모든 일을 나 혼자 했다면 견뎌내지 못했으리라.

 

율마를 보내고나니 마음이 허하다. 녀석 보는 재미에 거실 베란다를 한바퀴 돌기도 했는데

그런 시간을 9년동안 함께 했는데 가는 것은 순간이다.

창가에 놓아 두었다면 살았을텐데 그러자면 다른 식물들에게 그늘을 드리워

바이올렛도 좋지 않았고 조금 햇빛이 모자람을 느끼기에 옮겼더니만 죽고 말았다.

아마도 생명이 거기까지였나보다. 며칠 분갈이 한 것들 잘 자라 준다면...

그리고 다른 것들도 잘 자라 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내일부터는 초록이들에서 벗어나 내 일을 할 수 있을 듯 하다.

 

20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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