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세상속 서운산 야생화 산행

 

봄구슬붕이

 

 

 

 

 청룡사 일주문

 

오늘은 5월1일,근로자의 날이다. 그런고로 근로자인 옆지기가 쉬는 날이다.

쉬는 날에 어디를 갈까 미리 이야기를 했는데 난 단연 '산행'을 가자하고 옆지기는 둘다 무릎이

아프니 산행보다는 그냥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하는게 좋을 듯 하다고 했지만

난 기필코 무슨 일이 있어도 산행을 해야 한다고,야생화도 보고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취하러 가자고 했다. 봄이라 나물도 많이 나니 산행 후에 나물과 도토리묵가루를 사오려고 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옆지기가 핸펀을 스마트폰으로 다시 했는데 오전에 배송이란다.

그걸 받고 가겠다는 옆지기,기다리기엔 너무 늦다고 그냥 가자고 하면서도 어찌하다보니

늦어져서 산은 오르는 곳까지만 갔다가 오기도 했다.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늦은 출발에 평일이라 사람들이 적을줄 알았는데 근로자의 날이라 단체산행객들이 많다.

일찍 와서 하산을 하는 분들도 많았지만 오르는 사람들도 많고 도시락을 싸와서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계곡에서 이른 점심을 먹는 사람들도 있고...

우린 야생화 구경하며 푸르른 봄을 구경하며 천천히 올랐다.

 

 

멍석딸기(줄딸기)와 애기똥풀

 

 

애기나리와 양지꽃

 

 

제비꽃과 졸방제비꽃

 

 

 

 

봄구슬붕이

 

 

삿갓나물

 

 

쇠별꽃(개별꽃)과 선밀나물

 

 

각시붓꽃과 금붓꽃

 

 

괭이눈과 참꽃마리

 

 

미나리냉이와 족도리풀꽃

 

 

바위에서 잘 자라는 말발도리와 병꽃

 

 

벌깨덩굴과 현호색

 

 

풀솜대와 앵초

 

 

 우산나물과 으름꽃

 

조팝나무

 

 

지금은 한창 야생화가 피는 계절이다. 정말 눈에 어릿어릿하는 야행화들의 그 고은 자태,

그렇게 생각을 하며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와 초록빛 아니 연두빛 나무잎에 취해 올라고 있다보니

그야말로 지천에 꽃들이다. 남산제비꽃은 지고 잎만 남아 있고 병꽃도 많이 피었고

다른 나무들을 의지하여 올라가는 '으름나무'에도 꽃송이가 몽글몽글, 터진 것들도 눈에 보인다.

 

무엇이 피어 있을까 하고 지나치다 '봄구슬붕이'를 만났다. 뒷산에서도 찾아 보았지만

올해는 만나지 못했던 작은 보라색 꽃인데 있다. '와우~~' 큰소리를 지르며 무슨 보물이라도

찾은 듯 얼른 달려 들어 사진을 찍는데 옆지기도 가만히 들여다 보더니 이쁘다고 한다.

정말 이런 꽃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찾을수가 없다.

그냥 길만 따라 걷어가면 이런 보물과 같은 존재들을 찾을수도 만날수도 없는 것이다.

 

봄구슬붕이를 만나고 나니 기분이 정말 좋다. 그러다 몇 걸음 옮기다가 '각시붓꽃'을 발견했다.

'와우..각시붓꽃이다.. 이건 정말 횡재나 마찬가지야..' 하고는 또 녀석에게 취해 찍고 있는데

옆지기도 옆에서 감상을 한다. 산에오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던 봄꽃들...

길에는 노란 애기똥풀이 지천이고 멍석딸기도 정말 많이 피었다. 줄줄이 핀 꽃에 벌과 나비가

날아 든다.노란 나비를 꽃과 잡으려 하면 날아가고 또 날아가고... 그러다 지쳐 그냥 갔다.

 

봄비가 내리고나서일까 산의 푸르름은 정말 진하다. 산에 오지 않았을 때는 몰랐는데

정말 여름으로 달려가고 있는 듯 하다. 거기에 계곡 물소리는 얼마나 좋은지.. 산행후에

탁족을 하려고 수건도 가져왔다.오늘은 아침을 늦게 먹고 와서 먹을 것을 챙기지 않았다.

물만 둘이서 챙기고 산행 후에 그냥 추어탕을 사먹기로 했다.산행도 얼마나 할지 모르고...

 

 

 

 

 

 

 

 

 

 

 서어나무와 산진달래

 

 

옆지기와 이런 산행을 정말 얼마만에 하는 것인지..이곳 또한 너무 오래간만에 오기도 했지만

오늘은 그동안 오르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올라가기로 했다. 이 길 또한 몇 번 올랐던 기억이 있는데

힘들다.그래도 야생화가 더 많은 듯 하니 이 길로 올라가기로 한다.

 

바람소리 새소리를 벗하며 오르다보니 땀이 줄줄,숲속 작은 옹달샘에서 시원한 물을 한바가지

떠서 옆지기와 나누어 마시고 야생화도 두루두루 구경을 하고 사진에 담고..

남들은 오르고 내리는게 목적이라면 우린 나무와 새와 야생화를 속속들이 구경하며 오르는게

목적이라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산의 초입에서 말을 걸던 아저씨는 우리가 정상

근처에 겨우 다다랐을 때 정상을 둘러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무렴 어때..

남보다 더 많은 구경을 하는데..

 

이 길은 한나무가 연리지가 된 희한한 나무도 있고 길이 흙길이라 미끄럽기도 하고

생각보다 야생화를 많이 봐서 일까 힘은 들었지만 기분좋게 올랐다. 힘든 길일수록 옆지기와

더 많이 손을 잡아 주기도 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참 좋다.

이 길을 오르며 힘들었던 지난 이야기들을 하며 야생화도 찾고 연두빛 세상도 구경하고

시원한 바람도 잠시 멈추어 서서 몸에 감기게 해 보기도 하고..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굴참나무의

표피도 만져 보기도 하면서 느긋하게 올랐다.

우리의 오늘 목표는 정상이 아니었는데 어쩔 수 없이 정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힘들어도 이 길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

인생 또한 이와 마찬가기라는 것을 알기에 힘들 때 서로의 손을 잡아줄수 있다는 것이

아니 오늘 이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하면서 힘들어도 힘들어도 오른다.

겨우 547m에 헉헉 거리다니 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산 앞에서는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아니 자연 앞에서는 자만하지 말고 늘 나 자신을 낮추고 진정한 자신을 볼줄 알아야 한다.

힘들면 잠시 나무에 기대어 서서 쉬었다 가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헉허거리며 오르다 보니 헬기장을 지나서 정상이다.

사람들의 생기 있는 목소리가 들려 오는 것을 보니 정상이 가깝다. 없는 힘도 난다.

 

늦은 아침으로 인해 점심도 거르고 나 때문에 천천히 올라서 밥 때도 지났고

정상에서 옥수수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내려 가기로 했다.

어쩌면 그 맛에 산에 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오늘이 평일이라 막걸리 파는 사람이 있을까

햇는데 있다. 발걸음에 힘이 들어간다. 정상에서 평택이며 멀리 보이는 곳까지 구경을 하고는

옥수수 막걸리에 안주로는 마늘쫑에 멸치로 입맛을 돋우고는 정상에서 다시 은적암길로

하산하기로 했다. 인생길도 그렇지만 산행길도 하산길은 무척 쉽고 금방 내려올 수 있지만

오르는 것은 힘들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금방 숨이 넘어갈 듯 해도 오르다보면

희열을 느낄 수 있고 보람이 있는 산행,하지만 둘다 무릎이 아프다는 이유로 참 멀리 했다.

난 뒷산을 몇 번 오르긴 했지만 정말 멀리하며 살았는데 간만에 온 산행은 정말 좋다.

야생화도 많이 만나고 정상에서 옥수수 막걸리도 마셨으니 말이다. 이젠 그 기운으로 하산이다.

 

 

 

 

 

 

 

 

헬기장에서 내려다 보는 청룡저수지는 정말 청룡 한마리 날아 오를 것처럼 초록빛이다.

산도 저수지 물도 완전히 푸른빛이다. 산의 골마다 푸른빛이 다르고 그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을 그렇게 내려다 보고 있었다. 저 밑까지 한달음에 갈 수 있는 시설이 있다면...

 

 

 

 

 

 

 

 

 

 

 

 

 

 

 

 

 

 

긴 시간동안 힘들었지만 도돌이표처럼 처음으로 되돌아 오는 그 끝지점에서 탁족을 했다.

하루종일 고생한 발을 양말을 벗고 계곡물에 담그는 찰나,정말 차가운 물 때문에

땀이 쏘옥 들어가고 피로가 한번에 싹 가신 듯 말끔해졌다. 계곡물이 정말 차가웠다.

옆지기와 난 발을 제대로 담그지도 못하고 세수와 발에 살짝 살짝 물을 묻히는 정도로,

살짝 담갔다가 빼는 정도로만 탁족을 했는데 후끈후끈하던 열기도 가라앉고 정말 좋았다.

 

산에 와서 다람쥐를 보지 못하면 그날은 기분이 좋지 않은데 오늘은 다람쥐를 세마리나 보았다.

산에서 한마리 청룡사 절에서 한마리 절 밖에서 한마리.. 정말 귀여운 녀석들이다.

그리고 각시붓꽃만 보나 했는데 하산 길에 '금붓꽃'도 보아서 정말 기분이 날아갈 듯 했다.

그리고 내려오는 길에 다래순을 조금 땄다. 한줌 맛만 보려고 딴 다래순,

다른 분들은 봉지봉지 나물을 많이 뜯었는지 넘쳐나서 지나는 분들마다 물어서 잘 가르쳐주지 않는다.

우린 나물에 대하여 잘 모르고 괜히 모르고 먹어서 고생 하느니 그냥 야생화 구경이나

실컷 하자고 하면서 꽃향기 바람소리 새소리 그리고 봄의 그 시간속에서 훔뻑 물들어 있었던

그 시간이 좋아서 힘든 것도 잊고 하루종일 산을 헤매인 듯 하다.

 

남들은 두어시간이면 족할 산을 네시간여에 걸쳐서 구경을 하고 산행을 했다.

오늘은 정말 오래간만에 야생화 구경이라 찬찬히 들러봤다. 정말 배부른 봄의 시간을 누린 듯 하다.

옆지기는 옆에서 때를 놓쳐 배가 고프다고,나하고는 산행하지 말아야 한다며 투덜투덜..

그래도 왜 난 배가 부른지... '철마다 한번씩은 꼭 와야해..아무리 다리가 아파도..' 했더니만

그가 이젠 한달에 한번은 오자고 한다. 이렇게 쉬엄쉬엄 다니면 되지 욕심 부리지 않고..

인생 또한 욕심 부려서 될 일이 없다. 산행 또한 마찬가지다. 내 몸에 맞게 그렇게 천천히

오르고 내리고 그리고 자연과 함께 하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몇 시간에 올라갔다 내려왔다가

중한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담고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끼고 왔는지가 중한 것이다.

힘들어도 정말 행복한 시간들,빛 바래지 않고 담겨 있을 봄의 풋풋한 초록이 정말 좋다.

 

하산 하고는 청룡사 절을 한바퀴 돌았다. 대웅전은 지금 보수공사 중인데

대웅전 앞의 계단이 대웅전과는 맡지 않게 바뀌어 있고 대웅전과 그외 주변도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절 주변이 많이 변했다. 그런 것이 싫은데..너무 세속의 때를 타고 있는 듯 하여

그런것이 싫었는데 청룡사는 그런 것이 덜하다 느꼈는데 그게 아닌가보다.

여러모로 변모하려고 하는 그 움직임이 싫어 한바퀴 돌고는 휑하니 나와 절 입구 마을 할머니들이

벌인 난장에서 도토리묵가루와 나무두릅을 샀다. 그리고 오는 길에 어죽을 먹고 들어왔다.

탁족을 해서인지 피곤함은 가셨지만 오래간만에 산행이라 몸이 힘들다.

그래도 갖가지 야생화들과 함께 하여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20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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