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린 뒤 초록세상 꽃세상

 

 

쪽동백..인듯하다

 

 

어젠 그렇게 봄비에 봄바람에 난리부르스더니만 오늘은 정말 하늘이 너무 맑다.

파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구름 한 점 찾아보려 했지만 없다. 너무 맑다.

하지만 밖의 날씨와는 다르게 집안에서는 왜이리 추운지..

이불을 덮고 있으니 이거이거 계절이 거꾸로 가는 것인지.

그래도 밖에 외출할 때는 얇은 겉옷을 입고 나갔다. 창밖을 내다보니 젊음이 좋다고

애들은 반팔도 입고 다닌다.으스스...

 

 

조팝나무

 

오늘은 할 일이 많았는데 오전에 책을 잠깐 읽고 나가서 볼일을 봐야겠다 생각을 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친정엄마의 전화, '엄마 왜...내가 요즘 집에 뜸해지..'

하면서 엄마와 그동안 밀린 수다를 나누다보니 아고 글쎄 두어시간을 떠들었다.

울엄마 가끔 이렇게 전화를 하시면 나와 수다떠는게 재밌는지 긴통화에도 끊지를 않으신다.

아마도 그만큼 우리가 내려가지 않은 시간이 오래 되었다는 이야기다.

 

주말마다 딸들에게 왔다갔다 하는게 안되었는지 애들에게 너무 진빼지 말란다.

엄마가 엄마인 내게 하시는 말씀이다..ㅋㅋ

그러때는 너무 귀여운 우리엄마, '엄마 뭐하셨어..비도 오고 그랬는데..'

'응 집 주변에 풀 매고 옥수수 심고 콩도 심고 밭에 씨도 뿌리고..'

아버지가 안계시니 아버지가 하시던 일 엄마가 다 하시려니 텃밭도 멀리 있는 밭도 일이

많은데 다 하시지 못하신다면서 아쉬워 하신다. 밭이 너무 멀어 올해부터는 고추를 심지 않기로

했는데 깨도 심어야 하고 마늘이 제대로 나지 않아 쪽파씨를 얻어서 심기도 하셨다는..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늦어졌다. 엄마가 점심을 안드신듯 하여

'점심 안드셨잖아..얼른 점심 드셔야지.배고프겠네..' 했더니만

'괜찮다.혼자 먹으니까 입맛도 없고 아침 늦게 먹어서 배도 안고퍼..'

그렇게 둘이서 수다삼매경에 빠져 시간가는 줄도 몰르고 있었는데

엄마가 너무 오래 통화한 것 같다고 하셔서 끊고 바쁘게 움직였다.

청소하고 씻고 그리고 나갈 준비하는데 몰려 오는 택배...

겨우 받고 은행으로 마트로 옆지기가 약을 타 놓으라는 정형외가까지 한바퀴 돌고나니

기운이 쪽 빠진다. 그래도 그냥 들어갈 수 없지 아파트 화단이라도 한바퀴 돌면서 봄구경 꽃구경..

 

목련은 이제 처량하다. 봄비에 봄바람에 꽃이 다 찌그러지고 다쳐서 갈색빛이 돈다.

그래도 나무에 매달려 향기를 뿜고 있고 라일락도 피어 향기롭다.

봄바람에 흔들흔들 하는 라일락을 붙잡고 향기도 맡고 인증샷도 찍어 주고..

봄엔 아니 사월엔 라일락을 꼭 보고 향기를 맡아봐야 사월을 보내는 기분이다.

엘리엇의 '황무지' 때문일까...

라일락 뿐만이 명자나무에도 노랗고 빨간 꽃들이 한창이고 황매화도 노랗게 피기 시작이며

조팝나무에는 하얀 꽃들이 옹기종기 종기옹기 달라붙어 바람에 흔들흔들..

아파트 화단만 걸어도 이렇게 좋은 것을...노란 민들레도 이젠 많이 보이고..봄은 봄이다.

아니 봄이 한창이다. 봄비가 진하게 밟고 간 자리위로 초록이 진하게 물들어 있다.

 

 

 

황매화

 

 

라일락

 

 

목련...

 

봄비가 목련의 아름다움을 시샘하여 할퀴고 간 상처가 처연하다.

하지만 그 상채기가 난 자리엔 또 다른 생명이 잉태되고 있다는 사실...

올봄 마지막 목련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명자나무....

 

 

봄비 내리고 나니 아파트 화단에 철쭉이 이제 서서히 피고 있다.

하루 이틀 사이면 화단은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어 그야말로 환상적인 마력을 발휘할 듯..

 

애기사과무에도 하얀 사과꽃이 가득이다.

바람에 작은 사과꽃들이 흔들리는 그 나무 아래도 한참을 서서 흔들리는 꽃을 바라 보았다.

정말 흔들리지 않고 성장하는 것이 어디있을까...

꽃도 열매도 흔들리면서 그렇게 세월을 이겨나가고 있다.

 

쪽동백이 맞을듯..

 

 

작년에 꽃이 진 후에 이 나무를 발견했다.아파트 화단에 '때죽나무'는 어디에 있는지

언제쯤 꽃이 피는지 잘 알고 있기에 꽃이 피거나 열매를 맺으면 해마다 찍고 구경 했는데

그러다 이 나무를 발견했다. 언젠가 옆지기와 산행을 하다가 '쪽동백'을 우연하게 만났다.

정말 우연이었다. 그곳이 산행길이 아닌데도 우린 모르고 능선을 타고 가다가

쪽동백 군란지처럼 능선에 쭉 늘어선 쪽동백과 하얗게 핀 쪽동백을 보며 황홀경에 빠져

길을 잘못 든 것도 모르고 구경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쪽동백을 만났고 더 자주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다 한 두번 산행에서 보게 되었고

그 산을 가지 않으니 만나지 못했는데 아파트 화단을 여기저기 살피고 다니다 이 나무를 발견,

쪽동백이 맞지 싶다. 때죽나무와는 다른..쪽동백은 위로 하늘을 향해 봐야 멋지다.

잎도 꽃도... 하얗게 꽃이 피면 그때 다시 한번 찾아서 쪽동백이 맞는지 봐야할 듯 하다.

괜히 우리 아파트 화단에 쪽동백이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매화나무가 있어 매화가 피고 목련이 있어 목련꽃이 피고 때죽나무가 있어 때죽나무꽃이 피고

그리고 팔월의 향기와 더불어 연분홍빛 그리고 연보라빛,

내가 좋아하는 배롱나무에서 목백일홍 꽃이 핀다.목백일홍 밑에 혹시나 싹이 터서 자란

작은 나무가 있나 늘 살펴보는데 아직 눈에 들어오는 나무가 없다. 혹시나 그런 것이 있으면

화분에 옮겨 심어서 집에서 키우고 싶은..그렇게 울집에 들어온 녀석들이 은행나무와 라일락이 있다.

올해 라일락은 꽃몽오리가 안 보이니다. 작년에도 피었는데..

아마도 지난 겨울에 내가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나싶다.

올해는 분갈이도 해주고 영양도 좀 주어야 할 듯..

봄비가 여린 꽃잎을 모두 떨구어 놓은 것은 아쉽지만 봄비가 가져 온 초록세상은 맘에 든다.

뒷산을 봐도 초록이고 나무들을 봐도 초록이다... 이제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것 같다.

 

201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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