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서 봄을 담고 봄을 캐다

 

 

개불알꽃(봄까치꽃)

 

 

 

 

산벚꽃

 

 

어제 뒷산에 가려다가 여시가 아픈 듯 하여 마음만 가득하고 가질 못했다.

오늘 아침,날이 흐리다. 그러니 또 가기가 싫은데 마음 한가득 뒷산에 가서 쑥을 뜯어다

'쑥전'을 해먹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니 통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아침 댓바람부터 택배가 오고 책을 가져온 우00택배 아저씨,'책을 많이 읽으시나봐요.늘 책이에요.'

하시며 웃으시며 가신다. 울집이 늘 첫번째인지 아홉시도 되기전에 오신다.

유독 이 아저씨만... 아줌마티 다나게 부수수한 모습으로 택배를 받아 들고 들어 오는데

택배가 있다는 문자가 계속,그런다고 뒷산을 미루기가 그렇다.

 

주섬주섬 뒷산에 쑥을 뜯으러 갈 채비를 한다.비닐봉지도 챙기고 칼도 챙기도 메밀차도

그리고 엠피와 디카도 챙겨 가방에 넣는데 어제부터 제정신이 돌아온 여시는 난리다.

엄마만 밖에 나간다고 저도 데리고 가달라고 꼬리를 흔들며 뱅글뱅글..그래도 안돼..안돼...

 

 

양지엔 양지꽃이 소담스럽게 피었다

 

진달래는 서서히 지고 있고

 

 

 

 

유채꽃

 

 

산의 초입에는 사유지를 개간하여 농작물을 심는 밭이 조성이 되었다.그러면 안되는데

그래도 땅을 놀리기 보다는 무엇 하나라도 심으려는 농심이 밭을 일구어 놓았고

오늘도 소일거리로 할머니 한 분이 말뚝을 박고 있다. 허리도 못 펴시면서 일을 하시는 모습을 보니

꼭 친정엄마를 보는 듯 하다. 울엄니도 밭에서 그렇게 일을 하고 계실텐데...

 

진달래는 이제 서서히 지고 있고 산벚꽃이 이쁘게 피었다.

주말에도 피지 않았더니 이젠 꽃이 지고 있고 초록 잎을 달고 있다.

사람들이 일구어 놓은 밭에 쑥이 있어 그곳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쑥을 뜯는데

산을 오르고 내려가시는 분들이 쳐다본다. 아구구..그런데 내 무릎이야...

오른쪽 무릎과 허리가 좋지 않은데 칼질 몇 번에 일어났다 앉았다..

그래도 한번 전을 해 먹을 만큼은 뜯어야 하기에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뜯는데 좋다.

봄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그것도 요맘때... 정말 한 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쑥 뜯는것 보다 쑥전을 먹을 생각에 더 행복하다.

 

 

 

 

 

 

 

 

 

하루 하루 정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체된 듯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나뭇가지에 색이 살짝 입혀졌다. 연두빛도 아닌 초록빛도 아닌 갈색과 연두빛을 섞은 듯한

색들이 가지마다 물들어 있다. 그 가지에서 새들 또한 분주하다. 나뭇잎을 뒤져기며 먹이를 찾다가

나뭇가지에 올라 지저귀기도 하고 정말 산새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힘이 솟는 듯 하다.

 

쑥들 뜯어서 산을 오르지 않으려고 했는데 쉬엄쉬엄 오르기로 했다.

아니 정상까지만 가려고 했는데 가다보니 그게 아니다. 쑥은 쑥이고 산행은 산행이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빨리 오르고 내리는 것도 아니니 내 방식대로 산을 즐기며 간다.

 

 

 

 

 

 

할미꽃

 

 

정상에서 내려가 할미꽃이 있는 곳으로 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돌보지 않는 산소... 그래도 어김없이 할미꽃은 피고 꿀꽃도 피고

제비꽃도 피었다. 쑥을 뜯느라 칼을 가져갔기에 할미꽃이 너무 많아 하나 있는 것으로

캐볼까 했는데 단단하다. 그렇게 단단하게 땅속에 뿌리를 감추고 있어서 이쁜 꽃을 피웠나보다.

그냥 이곳에 와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더 담을까 하다가 을시년스런 풍경을 보니

괜히 마음이 짜안해서 그곳을 벗어났다.

 

 

 

 

 

 양지꽃과 곤충....?

 

 

내려가는 길에 양지꽃이 한무더기 노랗게 피어 있다.

그 앞에 잠시 내 발길을 붙잡는 작은 녀석...

날개를 파닥이며 정지비행을 하듯 양지꽃에 빨대처럼 생긴 대롱을 꽂고는 꽃과 조우하고 있는 녀석..

이 녀석을 따라 한참을 서서 벌서듯 나 또한 녀석을 잡고 있는데

'마음 울적한 날에~~~' 내 폰이 올린다. 이 소리는 친구 전화인데...

하며 받아보니 옆동네 친구,울집 앞을 지나다 전화 했다고.. 산에 있다니 내려와서 얼굴좀

보잖다. 난 쑥도 뜯고 산행도 더해야 한다고 했더니 쑥이 더 중요하다며 삐졌다.

이 풍경을 뒤로하고 어찌 그냥 내려가나.. 봄은 지금 아니면 아니 지금의 봄은 이 순간만

담을 수 있는데...오늘은 나도 큰맘먹고 올라 왔으니 안돼....

그리곤 좀더 양지꽃과 녀석과 봄놀이를 하는데 산행하시는 아줌마가 날 이상하게 보셨는지

한참 쳐다보며 지나가신다. 아마도 양지꽃과 이녀석을 못 보신듯...

봄은 이렇게 몸과 눈높이를 낮추어야 더 잘보일 때가 있다.

 

 

 

 

 

 

바람불면 '훨훨..' 날아가 버릴 여리디 여린 꽃잎이 바람에 살짝 흔들린다.

봄이 흔들린다. 살짝... 꽃이 피어 있어 가사나무를 헤집고 꽃이 핀 곳으로 가는데

낙엽 밟는 소리가 너무 좋다.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누군가 한번도 밟지 않은 듯한 낙엽을 밟으며 봄을 보고 봄을 담고 있다.

파릇파릇 돋아난 여리디 여린 새순도 이쁘고 갸냘픈 꽃잎도 이쁘고 봄은 정말 이쁘다.

 

 

 

 

 

큰나무 밑에서 동거를 하고 있는 현호색..

다방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며 성냥개비를 쌓아 올리던 그런 때가 있었는데

그 모양처럼 꽃을 하나 둘 셋 넷 얼기설기 잘도 탑을 쌓아 올렸다.

폭격기 같기도 하고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어린새 같기도 한 현호색...

봄이라고 그래도 잊지 않고 피었다.

 

 

 

 

 

 

 

 

아가배나무에 꽃몽오리 살짝 올라와 있고 조팝은 이제 서서히 피고 있다.

황매화도 노랗게 꽃몽오리를 달고 있는 것이 하루 이틀이면 필 듯 하다.

연결된 산을 갈까 하다가 그만 두고 돌아선다. 산벚꽃을 보며 천천히 오솔길을 지나

나오는데 꿀꽃이 이쁘게 피어 있다. 저걸 담을까 말까 하다가 올라갔다.

그곳은 묘지가 많은 곳이다. 산을 허물며 묘지를 이장하여 한 곳에 둔 곳으로

잔디가 심어져 있어서 그런가 제비꽃도 꿀꽃도 많다.

그곳에 천천히 올라 꿀꽃을 담으러 갔다.

 

 

고사리와 꿀꽃

 

 

괭이밥

 

 

꿀꽃(조개나물)을 담으려고 올라 갔는데 그곳엔 가세씀바귀가 있다.

작년에도 보았던 곳인데 뜯을까 말까 몇 번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꿀꽃을 담고는

쪼르려 앉아서 가세씀바귀를 뜯었다. 씀바귀의 종류이지만 잎이 길어서 이곳 사투리인지

어려서부터 '가세씀바귀'라고 하니 입에 굳어졌다.

이것이 그냥 씀바귀 보다는 덜 쓰고 맛있다.어디에 많은지 아는데 잘 가지지 않는다.

혼자 가기엔 조금 으쓱한 감이 있어서..그런데 이곳에도 있다. 어디든 있겠지만...

 

쑥 한줌 뜯은 봉지에 그냥 가세씀바귀를 뜯어서 담았다. 그것도 참 재미있다.

어릴 때는 나물 캐는 것은 동네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웠는데...모두 지난 얘기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누구보다 잘 보고 다닌다.

그렇게 보다가 '고사리'를 봤다. 2개...'너 고사리니~~~?' '앗싸..' 하면서 꺾어주셨다.

그리곤 가세씀바귀를 뜯고 있는데 뒤에 있는 산의 윗부분에서 뭔가 부시럭 부시럭하는

큰소리가 난다.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도 없고 뭔가 심하게 움직이는 소리다.

뭘까 하고 일어나 휘둘러 보는데 '아고고...글쎄 노루다'

내가 산에 올 때마다 보았던 녀석..오늘은 확실히 공중분양하여 뛰어 도망가는

완벽한 모습을 보았다. 뭐가 그리 겁이 났는지 '껑충껑충' 뛰어서 사라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누구한테 말하면 거짓말이라고 할 그런 찰나의 일이었다.

 

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앉아서 다시 씀바귀를 뜯고 봄을 담고 봄을 캐고...

그렇게 혼자서 룰루랄라 봄을 즐겼다. 아니 봄을 담았다.

비닐봉지에 내가 뜯은 쑥과 씀바귀 그리고 고사리가 두개 들어 있는데

왜 그리 행복한지..봄을 가득 담은 것처럼 부풀어 산을 내려왔다.

 

 

 

 

 

쏙과 씀바귀를 뜯어서 손을 쓰고 쑥을 캐느라 쪼르고 앉아서 다리는 알이..

그래도 한번씩 이렇게 깨알같은 봄을,계절을 담고 나면 얼마나 좋은지...

혼자서 흥얼흥얼 봄노래를 부르며 내려 오는 길,부자가 따로 없다.

 

201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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