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만의 외식

 

 

 

 

 

 

 

 

 

 

 

 

 

등이 찻잔속에 들어가니 눈동자와 비슷해졌다. 

 

 

 

오늘은 총선 날이기 이전에 우리 결혼기념일이다.

이십여년을 함께 하며 살아와서일까 결혼기념일이라고 해도 별 감흥이 없다.

딸들이 따로 떨어져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서일까 나보다 아이들 걱정에 기념일,글쎄다.

 

어젯밤에 큰딸이 문자를 해와 아빠와 맛있는것 먹으러 가라고 해서일까

옆지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맛있는거라도 먹으러 가자고 하는데

딱히 무얼 먹으려고 생각해 둔것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다.

이런 날은 칼질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지만 난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하자

그가 그럼 자주 가는 탕집이나 갈까 하고 나가다보니 아파트 화단에 매화가 활짝이다.

그런데 결혼기념일인데 뼈다귀탕을 먹기도 그렇고 그냥 오늘 하루 뿐인데 칼질하러,

분위기 있는 곳으로 한번 가보자고 하여 오래전에 갔던 곳을 가는데

딸들이 없어서일까 '에이 이곳은 아닌것 같아..' 하고 좀더 달려 가다보니

가끔 지나던 곳이 있어 한번 들어가보자 하고는 갔는데 분위기가 괜찮다,

라이브레스토랑이라  그런가..그러고보니 우리 이런곳에 온것이 정말 몇 년 만인지.

워낙에 내가 이런 것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그런가 애들 어릴 때 오고는 오지 않았다는..

 

라이브레스토랑이라 그런가 우리가 저녁을 먹는 시간에 노랫소리가 들린다.

일층에서 라이브하는데 우린 이층에 앉아서 라이브인지 틀어 놓은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암튼 오래간만에 너무 오래간만에 분위기 있는 곳에 와서일까

이십년 묵은 우리는 가격 따지도 맛 따지고 이것저것 따지고 있다.. 아줌마 아저씨 아니랄까봐..

그는 돈까스 난 매콤한 것이 먹고 싶어 레스토랑와서도 낙지야채덮밥이다.

그와 연애를 할 때도 늘 매콤한 낙지덮밥이나 오징어덮밥 곱창전골이나 그외 매운것을

잘 먹으러 다녔던 기억이 나는데 오늘도 역시나 매운것을 먹고 있다.

간만에 와서 칼질하자고 해 놓고...ㅋㅋ

저녁을 먹고 오는 길에 완숙토마토를 사오려고 했는데 저녁시간인데 문을 닫았다.

몇 번 지나치며 늘 사와야지 하면 문을 닫았더니 이번에도...

그가 그냥 들어가기 서운하다고 했지만 가다보니 집이다. 케익이라도 하나 사가지고

들어가자고 했는데 둘이서 이야기 하며 오다보니그냥 집에 들어왔다는..

뭐냐..우리..정말 점점 무덤덤해지고 있는걸까...그래도 암튼 라이브레스토랑에 갔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둘이서 딸들에게 보여줄 확인샷도 찍고 암튼 그래도 둘만의 시간을 즐겼다.

결혼기념일도 일상의 하루와 똑같다는 것을 이제는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는것 같다.

그렇게 우리 둘이는 시간과 세월을 먹고 살고 있다.오래도록 건강하게 그렇게 살아야 할텐데.

 

201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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