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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다. 친구들의 전화가 자꾸 오는 날 말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정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날이었다. 어젯밤에 잠이 오지 않아 온 밤을
하얗게 새듯 보내고 아침녁에서 겨우 잠들었는데 그것마져 친구들의 전화로 깨고 말았다.
큰딸은 학원에 들어갔다는 문자가 찍혀서 그런가보다 했더니 점심녁에 전화 온 딸,
그제서 일어났다나.. 감기에 걸려서 약을 먹고 잤다더니 그래서 늦잠을 잤는지..
그렇담 아침에 찍힌 문자는 무엇이었을까? 정신없어서 대충 읽고 지웠는데..
암튼 정말 정신없는 아침을 맞고 말았다. 친구는 기분이 이상하다며 만나자고 했지만
나 또한 정신없는 밤과 아침을 맞았으니 나갈 형편이 도저히 안되어 미안하다고..
그렇게 약속을 포기하고 말았는데 큰딸의 일은 어떻게 된 것일까..
기분도 꿀꿀하고 정신도 차릴 수가 없는데다 머리까지 무지근하다.
그래서 내가 내 머리를 커트했다. 벌써 두해 다 되어가는 혼자서 머리 짜르기...
십여분 만에 짧은 단발머리로 자르고 한 번 묶을 정도로 간단하게 짜르고 나니 기분이 좋다.
새로움, 손톱을 잘랐다든가 하는데도 오는 시원함은 머리를 짤랐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가벼움으로 오후를 맞고 있는데 바람 부는 날에 외출했다가
완벽하게 바람을 맞은 친구의 전화 수다로 오후시간을 몽땅 보내고 말았다.
부모님이 점점 연로하시니 괜히 하루하루가 점점 목을 조여오는 것 같다는 친구..
난 친정아버지 일을 한 번 겪어서일까 이젠 조금 느슨해졌는데
친구는 부모님이 연로하시니 하루하루가 정말 걱정이라는,거기에 꿈자리까지 뒤숭숭하니...
그 맘을 나도 안다. 나도 아버지가 가시기 얼마전까지 아버지와 이별하는 꿈을 늘 꾸었기에..
친구와 전화수다를 나누는 통에 옆지기의 전화,'저녁 먹고 올게.'
그러다 바로 다시 전화,' 저녁 메뉴가 비빔국수가 아니라네..집에 가서 먹을게.'
아고 그렇담 비빔국수를 해 달라는 이야긴데 요즘 바람이 하도 불어서 국수를 사다놓지 않았다는,
마트에 나가지 않아서 없는 것들이 많은데 어쩐담..'국수나 사오세요...'
했더니 알았단다.그가 올 시간까지 도마위에 '남편'들을 올려 놓고 신나게 요리를 하다가
여자들의 공통점, '그럼 2부는 내일 이야기 하자..' 그렇게 끝을 내고는
옆지기를 기다리며 [오이부추김치]를 담았다. 집에 들어온 옆지기 왈,
-넌 취미가 김치담기냐... 맨날 김치담아..
그 말에 나도 가시가 돋혀서 한마디 했더니 비빔국수를 해도 먹지 않겠다고 삐졌다.
'진짜 안먹으려나 봐야지..' 하면서 2인분을 하여 오이부추김치와 얼갈이물김치와
동치미무침과 함께 저녁 식탁을 가볍게 차렸다. 얼른 자리에 앉아 비빔국수 맛을 보면서
맛있다고 하는 옆지기, 웃음이 나왔다. 맛있게 먹을거면서 별거 아닌거 가지고 삐지는것을 보면
그도 나이를 먹긴 먹었다..그가 비빔국수를 좋아하니 난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도,
먹긴 먹어도 속에서 받질 않으니 조금만 먹는다. 그런데 맛있다.
마침 열무김치도 알맞게 익었고 얼갈이물김치도 알맞게 익었다. 김장김치는 물론이고..
비빔국수를 해 먹기엔 정말 좋은 계절이 온 것이다. 그가 제일 큰 국수뭉치를 사 들고 온 것을 보면.
둘은 비빔국수 하나로도 행복한 저녁을 보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산다는 것을 별거 아니다. 이렇게 먹고 싶은 것을 금방 뚝딱 만들어
맛있게 배불리 먹으면 그게 바로 행복이기도 하다.
201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