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출발,행복하세요

 

 

 

 

일요일,드디어 마흔 아홉해 독신을 고집한것인지 때가되지 않아 못간것인지

암튼 식구들 속 어지간히 썩히며 그동안 여기서 저기서 터지고 다니기만 하던 울 작은오빠,

드디어 짝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

 

전날 왜 내가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인지..암튼 2010년에 먼저 가신 아버지도 생각나고

별별 생각에 잠을 못 이루다 일찍 일어나 결혼식장에 갈 준비를 하는데 정기외출을 하여 집에

와 있던 막내가 수행도 있고 가면 학교에 들어갈 시간과 준비도 빠듯할 듯 하다며 안간다고 하여

옆지기와 둘이 가게 되었다. 서울에 있는 큰딸도 참석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언니가 한복은 모두 찾아 온다고 하여 예식장에서 갈아 입기로 하고 한시간여 일찍 가기 위하여

집에서 정말 이십여년만에 첨으로 화장을 했는데 옆지기도 막내도 어색하다며 지우란다.

그런 얼굴을 보지 않았으니 영 어색하도 하는데 난 이런 날은 화장을 해야 한다며

알레르기도 참고 겨우 하고는 식장으로 향해서 한복을 갈아 입으려고 하는데

식구들은 먼저 갈아 입고 머리단장도 하고 화장도 했다.

 

마지막으로 옷을 갈아 입고 식장으로 향했는데 여기저기 날 보고 이쁘다고 하니 기분은

좋았다. 아는 어닌들이 '예,이십대랑 똑같다..' 빈말이라도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훨훨..

멀리서 와 주신 친지들 찾아 인사하고 사진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곤 신부를 찾아 사진도 함께 찍어 주시는데 언니와 난 똑같은 한복을 했더니만

지나가기만 하면 '시누이들 아냐..' 하며 말을 하는 것이 다 들린다.

암튼 내 결혼식도 아닌데 괜히 기분 설레이며,아니 언니랑 올케는 속치마가 얌전한 것인데

어찌 나만 페티코드,철망을 준것이다. 신발도 다른 이들은 꽃신을 주고 난 그냥 평범한 것..

늦게 옷을 맞추러 갔더니만...ㅜ 그래 그야말로 붕한 몸으로 식장을 휘저으며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는..

 

오십을 앞둔 노친네 결혼이라 그런지 사진 찍는 이도 없고 난 내 기록 차원에서 마구마구 눌러

주셨는데 예식이란 눈깜짝 할 사이 지나가 버리고 가족들 사진 찍고 부케 던지고 친구들

자신찍고 했는데 난 그시간에 간만에 꽃단장을 하신 엄마와 오래간만에 모인 친지들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작은엄마랑 고모도 찍으세요.. 애 너희들도 찍자..'

하며서 엄마랑 우리도 찍고 조카들하고도 찍고 사촌들 하고도 찍고 작은집 식구들 하고도 찍고..

암튼 부케 던지는 줄도 모르고 식구들과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곤 바로 폐백을 한다기에 그곳에 가서 식구들하고 밀린 이야기 잠깐 사는 사이

폐백이 시작되어 곧 바로 찍사 노릇을 하느라 마구마구 순간을 담느라 정신이 없고

우리가 받을 때는 사촌들에게 찍으라 하여 겨우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하게 맘에 들지는 않지만

줄거리가 있는 작은오빠의 늦은 결혼식을 모두 담았다.

 

처음에 촛불으 켜고 자리에 앉으시던 울엄마 눈물을 줄줄 흘리고 계시다.

내가 바로 뒤에 앉았으니 보았지... 옆지기에게 내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드리라고 하고는

난 바로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주례사를 하는 동안 앞에 나가 사진을 찍고 돌아오니

울엄마 너구리가 되어 있다. 눈화장을 해 놓았는데 우셔서 그야말로 새까맣게 눈주위가 번져

너구리가 되었던 것. 부모님께 인사할 때 보니 작은올케도 작은오빠도 울고 있다.

울엄마도 우시고... 아버지가 계셨더라면 정말 좋았을 자리인데...

아버지는 마지막 가시면서 늘 엄마께 '작은놈 장가를 보내지 않아 내가 마지막에 눈을 못 감을 것 같어'

라고 늘 말씀하셨다면서 엄마가 아버지 가시고 말씀 하셨었다.

'그런데 어떻게  니아버지 그런 말씀 하시더니 그렇게 편안하게 눈을 꼭 갘고 가셨는지 모르것다.'

라고 하시던 엄마,엄마는 아마도 사람들 없었다면 펑펑 소리내서 우셨을 것이다.

'엄마 울지마셔요..화장 다 번지네.. 좋은 날 왜 우셔.. 이제 좋은 일만 있을거야.'

라고 해서 겨우 눈물을 진정시켜 놓았는데 계속 눈을 못 뜨고 계시던 울엄마...

 

그래도 예식이 끝나고 '엄마 우리랑 사진 찍자..언제 이렇게 꽃단장 할 날이 있겠어..'

했더니 '사진 안 찍어... 지랄한다.. 뭔 사진이래..' 하시더니만 잘도 찍으시던 울엄마,

그렇게 하여 엄마랑 모처럼 꽃단장 한 울 딸들이 함께 사진도 찍고 사위랑도 찍고

혼자 되신 작은엄마랑 고모랑도 찍고 식구들과 추억의 사진을 마구마구 눌러 주셨다.

예식이 끝나고 바로 자유여행으로 신혼여행을 가겠다는 작은오빠와 작은올케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 막내를 학교에 들여보내기 위하여 준비를 하고는 시골에 갈 준비도 했다.

막내는 식장에 가지 못한 것을 사진으로 만나고 학교에 들어갔다.

막내를 보내고 언니와 함께 친정으로 향하여 큰오빠네와 함께 엄마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아버지가 없으니 늘 빈것 같은 느낌,하지만 이제 작은오빠가 짝을 찾았으니 덜하리..

그리고 겨울엔 큰오빠의 딸도 결혼식을 하게 되었다. 조카사위를 보게 된 것이다.

올핸 정말 바쁘게 생겼다. 울딸들 대입도 있어서 위로 아래로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친정엄마와 저녁을 먹고 큰올케와 오빠는 먼저 가고 언니와 난 남아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다

쓸쓸해 하지는 엄마를 혼자 남겨 놓고 오기가 무엇해서 밤 11시 넘어서까지 있다보니 피곤,

언니네 들려서 엄마의 김장김치를 그곳에 가져다 놓았다고 해서 김치도 담아오고

언니가 준 막걸리에 간장에 잰 달래도 얻어 오고 그렇게 하다보니 집에 오니 12시가 훌쩍 넘었다.

피곤한 하루,생각해보니 정말 긴 하루였다. 지나고나면 별거 아닌데 준비하는데 탈도 많고

말도 많고..그래도 무사히 모든 일이 끝나고 신혼부부는 여행 잘 떠나서 다행이다.

엄마도 이제부터는 두다리 쭉 펴고 주무실 듯 하다. 모든 시름 다 내려 놓으시고 건강하시게

그저 오래오래 우리 곁에서 사시길 바랄 뿐이다.

늦은 출발을 하는 울오빠는 남들보다 배로 행복하게 살기를...

 

201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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