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내가 산에 가고 산에 가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인 듯 하다.
아파트 바로 뒤에 뒷산이 있지만 날마다, 오늘은 날이 추워서,오늘은 바람이 불어서,
오늘은 비가와서,오늘은 눈이 내려서...라면서 늘 핑계를 대면서 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집안에도 벌써 봄이 왔는데 산은 어떠할까..
오늘은 정말 완연한 봄날이다. 날이 너무 좋다.
아침에 실외기 베란다의 화분에 있는 도라지와 더덕의 마른 줄기를 잘라내면서
도라지씨를 잘 받아 두었다. 산에 갔다가 뿌릴려고...
그리곤 얼른 초록이들 물을 주고 산에 갈 준비,보온병에 메밀차 넣고 디카 챙겨서
모자 눌러 쓰고 고고~~
눈이 내렸을 때 두어번 가고 겨울엔 도통 뒤산에 가질 못했다.
그렇다고 다른 계절에 많이 간것도 아니고 그저 산책수준의 산이건만
내겐 늘 멀고도 힘든 산이다.
오르지 않다가 간만에 오르려고 하니 힘들다. 오르다 쉬고 오르다 쉬고...
감기가 아직 낫지 않아서인지 콧물도 줄줄 나오고 기침,에취~~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며 올라간다.
그러다 발견한 벌집, 이게 말벌의 집일 것이다. 이걸 발견하고 보니
아래에는 더 큰것이 떨어져 있다. 집에 가져오고 싶어 다가가려니 온통 찔레나무로 둘러 있어
다가갈 수가 없다. 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가시가 문제다. 주위에서 벌처럼 맴맴 맴돌다 말았다.
오늘 날이 좋아서인지 아파트 바로 옆 중학교에서 한반의 아이들이 선생님 인솔하에
주위를 산책하나보다.가끔 내가 뒷산에 오르는 날에 보면 아이들을 만난다.
체육시간에 산에 오는가보다. 아이들은 신이났다. 수업시간에 밖에 나오니...
녀석들 시끄럽게 떠들어대니 지나는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나도 녀석들 잠깐 보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정말 푸르고 맑다.
양지녁엔 양지도 나오고 이제 곧 양지꽃이 필 듯 하다.
그런가하면 쑥도 많이 나왔다. 밭이나 그외 땅에 냉이가 있나 봤더니 가끔 눈에 들어오는 냉이,
아직은 작지만 이것이 꽃을 피우면 언제 그곳에 냉이가 있었지 한다.
정상에 올라 멀리 동네를 내려다 보는데 저 멀리 새 한마리 날아와 날개쉼을 한다.
저녀석도 힘든지 한참을 앉아서 있다가 날아간다.
나도 간만에 오른 산이라 맑은 공기를 '푸우 푸우 푸우...' 하고는 깊게 깊게 들이마셨다.
생강나무
아직은 생강나무에 노란 꽃이 없다. 이제 노란 꽃이 피려고 꼬물꼬물...
그야말로 앙증맞은 꽃망울이 꼬물꼬물 기지개를 켜고 있는 듯하게 매달려 있다.
산수유도 보니 이거와 비슷하게 노란 속은 보이지만 아직은 꽃망울이다.
조금 있으면 여기저기 노랗게 물들이고는 '봄이 왔어요..봄이 왔어요..' 할 녀석이다.
낙엽이 깔려 폭신폭신한 산길을 혼자서 호젓하게 걷는 기분,정말 좋다.
오늘은 햇살도 바람도 산새소리도 동무하자고 한다.
날이 좋으니 가끔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모두들 추운 줄 알고 껴입고 와서는 햇살에 몸이겨 웃옷을 벗어 들고 다닌다.
날이 많이 풀렸다. 산길도 어느 곳은 녹아서 미끄럽고 질다.
잘못 밟으면 미끄러지기 딱,앞서간 사람이 미끄러진 흔적도 있고...
이럴때 정말 조심해야 한다. 나 또한 이럴때 한번 산행사고를 당했기에...ㅜ
그래도 큰 산이었는데 모두 헐리고 주민의 쉼터 정도만 남았다.
헐리 곳에는 아파트도 들어섰고 공터도 있고 원룸도 들어서고 유통센터도 들어설 것이고
그리고 신00백화점이 건립중이다. 산은 많은 부분을 사람을 위해서 내어 주고도
또한 사람을 위한 쉼터로 남아 울동네의 허파로 작용을 하고 있다.내게도 물론 허파와 같은 곳이다.
똑같은 곳이라도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자아내니 정말 재밌는 곳이다.
뒷산은 낮지만 사람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 길을 달리하여 여러 갈래로 산행을 할 수 있다.
오늘은 날이 좋아서 만나는 사람도 많았고 어느 분이 강아지를 데리고 왔는데
이녀석 나를 주인보다 더 따른다. 저만큼 갔다가도 내가 보이면 얼른 나타나 올라타는 바람에
내 바지는 녀석의 발자국.... 울집엔 여시가 있기에 내게서 개냄새가 났나..
암튼 산행을 마치고 입구의 의자에 앉아 따듯한 메밀차를 마시는데 녀석 난리가 났다.
차가운 물이라야 주는데 뜨거운 메밀차라, '안돼..뜨거워서 못 먹어..'해도
자꾸만 내 보온병에 달라붙는 녀석,주인이 부르고도 저 멀리 갔다가 다시 돌아와 한동안
내 옆을 배회하다 가는 녀석,이쁘다.
오늘 나의 뒷산산행이 심심하지 않게 해 준 녀석이다.
봄바람 따라 뒷산에 왔더니 집에서 생각했던 것만큼 춥지도 않고 따듯하니 좋다.
내일도 꼭 산에 올라야 할텐데 이 게으름 탈피할 수 있을런지...
역시나 산에서 들이마시는 공기는 맑고 깨끗하고 흙냄새 봄냄새 가득이라 넘 좋다.
2012.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