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아침에 눈발이 날리더니 날이 정말 추워졌다. 바람도 몹시 불고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날이다.

오전에 일이 있어 잠깐 옆 지역에 갈 일이 있어 가는 길에 이달 말에 결혼을 하는 작은오빠 결혼식에

입을 한복대여점에 가게 되었다. 정말 몇십년만에 한복을 입어보는 것인지..

한복을 입는다는 것은 정말 인생에 굴곡이 있는 잔치때나 입는데 그것이 언제인지 가물가물...

그런데 작은오빠가 다 꼬부라진 나이에 장가를 가겠다고 하여 뜻하지 않게 한복을 입게 되었는데

요즘은 한복을 맞추어 입기 보다는 대여점에서 빌려 입기에 갔더니만 이쁜 것들이 많다.

그리고 예전 한복처럼 불편하게 나온 것이 아니라 개량한복으로 편하면서도 화려하다.

언니와 올케와 친정엄마는 삼월 초에 가서 미리 다 골랐지만 난 큰딸 비염수술 때문에 가지 못했는데

늦게 갔더니만 이쁜 것은 모두 대여가 끝났단다. 아니 언니와 올케가 내가 입고 싶은 것을 골랐다.

이런... 어쩜 눈들은 다 똑같은지... 눈물을 머금고 맘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잘 어울릴 것 같은

것을 골라 입었지만 처음 눈에 들어 온 것 때문인지 영 맘에 들지 않지만 그나마 어울릴 듯 한 것으로

고르고는 식구들이 골랐던,처음에 맘에 들었던 것을 입어보니 맞춤처럼 내게 딱 맞기도 하지만

그것이 정말 제일 이쁘다. 옆지기도 이쁘다고 하고 한복집 아줌마도 이쁘다고 하고

무엇보다 기장이며 무엇하나 손볼 곳 없이 딱 내옷처럼 맞는 것이다.그런데 우리 식구중에 대여를 했다는.

 -이 옷 누가 대여했어요.. 이름은요..? 생김새가 어때요..?

하며 물어보니 다름아닌 언니가 빌렸다. 큰올케는 다른 옷으로 하고... 친정엄마는 무엇으로 하셨는지

궁금하기도 한데 내 코가 석자라...어쩔까 하고 고민하는 통에 옆지기가 모두 사진 찍어

큰딸에게 보냈는데 녀석도 마지막에 입어 본,언니가 골랐다는 옷이 내가 입은 것중에 제일 이쁘다며

엄마가 그 옷으로 하길 바란다는 뜻을 비췄다. 어쩔까..같은 옷으로 입으면 이상할텐데...

-이거 결혼식날인데 똑같은 한복으로 해도 괜찮을까요..?

했더니 언니 동생인데 어떠냐며 더 이쁘단다. 정말 괜찮을까..언니가 내가 못갈듯 하여

똑같은 것으로 맞추어 놓으라고 했더니만 -환갑잔치도 아니고 무엇하러 똑같은 것으로 하니...

했는데 일났다..ㅋㅋ 어쩔수없지,시치미 뚝 떼고 있을 수 밖에...ㅋㅋ

그리곤 언니네 가게 들릴까 하다가 바람이 너무 불고 날도 차서 그냥 집으로 향했다.

집에 와서 한참을 있다가 한복에 대한 것은 잊고 있었는데 저녁 무렵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한복 무엇으로 했니..어떤 색이야..이쁜 것으로 했니...

-언니는 무엇으로 했는데 위 저고리 색깔은..치마는...?

난 알면서 시치미를 떼고 물어보면서 -그럼 언니랑 똑같은 것으로 했나보네...ㅍㅎㅎㅎㅎ

언니가 난리가 났다. 그러면서 그럼 그날 머리도 이쁘게 하고 화장도 이쁘게 하고 오란다.

-싫어..머리도 그냥 생머리로 하고 화장도 안하고 산지 몇십년인데 안해..이게 이쁘데 00아빠가..

했더니 화장 안하고 머리 안만지고 올라면 결혼식장에 오지 말라나.. 난 안해도 이뻐...

그러면서 둘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래도 언니랑 옷사이즈가 달라..난 언니보다 작은거야..알아.

-언닌 넉넉한 것이 좋을 듯 하여 큰 사이즈 했다. 한복은 꼭 끼면 불편해서 싫거든.

나도 그랬다. 하지만 조금 넉넉하면 한복은 왠지 얻어 입은 듯 하다. 부해서 그럴까.

암튼 늦장가를 가는 작은오빠 덕에 몇십년만에 한복을 다 입어보게 되었고

바람불고 날도 어수선하고 맘도 어수선한데 한복대여를 했다.

그러지 않아도 봄과 겨울사이라 맘이 싱숭생숭한데 남 결혼식에 괜히 더 싱숭생숭...

-내일은 뭐할거니... 언니가 00가는데 연락할께. Why?

 

201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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