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오는 날,어죽 먹으러 가다
봄비도 내리고 내일은 큰딸이 지난 주에 수술한 자리가 잘 되었는지 외래진료가 있는 날이기도
하지만 병원진료가 끝나면 서울로 올라가 한양살이가 시작되기도 하여
오늘은 우리와 마지막 날이라 옆지기가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녀석이 먹고 싶은 것 있는지 물어 보라는데,집에서 저녁인지 나가서 저녁인지 선택하라고 했더니만
갑자기 '어죽 먹으러 갈까...' 한다. 녀석과 어죽을 먹은 것은 지난번에 딱 한번인데...
막내가 와서 함께 먹으러 갔건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을 닫아서리
어죽집 앞에 있는 화분가게에서 화분만 사다가 군자란 분갈이를 했었더랬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어죽집도 한산하다. 우리가 들어가니 손님은 딱 한 분,
어죽은 워낙에 이렇게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에 먹어야 제맛인데...
시골에서는 늘 비오는 날에 천렵을 해다가 어죽을 쑤어 먹곤 했었다..그것도 모두 어릴 때 이야기다.
지금은 예전에 먹던 그 어죽맛을 찾으래야 찾을수가 없다. 커다란 가마솥에 한가득 쑤어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곤 했는데 친정엄마도 이젠 연로하시고 누가 그렇게 물고기를 잡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 맛은 기억속에서 존재하는 옛 음식이 되어 버렸기에
가끔 이렇게 비슷한 맛을 찾아 먹는 것으로 대신한다.
어죽집에 들어가 시키고는 편안히 앉아 먹으며 딸에게 '왜 어죽이야...' 하고 물었더니
'엄마 때문에 어죽 먹으러 오자고 했지..기운이 없는 것 같고 엄마가 좋아하잖아..'
녀석 언제부터 엄마를 챙겼다고. 제 곁에서 지난 한주동안 병원을 지키며 함께 했더니만
주말에 그야말로 파김치가 되어 비몽사몽 지내는 것을 보고는 여길 올 생각을 했나보다.
기운이 나지 않으면 어죽을 가끔 와서 먹는다고 했더니 그게 생각이 났던가보다.
딸덕에 정말 얼큰하고 맛난 어죽을 먹었다.
봄부추도 넉넉하게 넣어 먹었더니 기운이 펄펄나는 듯...
그래도 몸 안에는 몸살과 감기 기운이..목도 아프고 어찌 이상하다 봄감기가 오는가...
201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