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과 삼월사이에서

 

 

 

이월과 삼월사이,그러니까 28일부터 큰딸과 함께 병원에서 있다.

잠깐 오늘은 잠깐 잠만 자려고 집에 들렀다. 큰딸이 28일 입원을 하여

29일 금식끝에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하루종일 금식이라 녀석 얼마나 짜증을 내는지..

거기에 이십년생 처음으로 전신마취를 하였으니 그 또한 얼마나 걱정을 하였는지..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고 경과도 좋다.어제부터 녀석과 난 병원에서 하나가 되어 붙어 있었다.

아침 일찍  짐을 꾸려 병원에 갈 준비를 하고 녀석이 퇴원 후 한양행을 해야하기에

그 또한 준비를 해야해서 정말 바빴다. 사야할 것들 주문해 놓고

마감해야 할 일들 한보따리 싸들고 병원에 갔건만 넷북이 안된다.

둘이서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하여 녀석의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와이파이로 연결을 해 보았지만

잠깐 연결 되었다가 꺼지는 인터넷,그러다 패닉상태가 왔다.

수술을 위한 마지막 검사에 이런저런 일들로 왔다갔다 하니 무얼 제대로 할 여유도 나지 않고...

암튼 정말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고 될 수 있으면 병원에 가지 말고 살아야 한다.

 

녀석의 수술 시간은 1시간이라 하였는데 그것도 알고보니 29일 세번째였는데

어찌하닥보니 네번째,마지막 수술로 밀려나고 말았다. 정말 어찌하다보니 인맥이란 인맥은

다 동원을 하듯이 아는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 하늘이 두쪽이 나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듯,

아니면 그동안 잘 살아왔다는 증거일까? 많은 분들이 여기저기 나서서 주셨기에 기분 좋게

그리고 흡족하게 모든 일들 잘 마쳤다.이제 경과를 지켜보며 며칠 기다려 보다가 퇴원,

3월1일부터 다시 병원에 가 있어야 한다. 옆지기가 하루 휴가를 낸다고 하여 밥을 해 오라 했더니

비슷하게 해 왔는데 영 주부9단 솜씨는 못 따라와 내가 할 일들도 있어 집에 잠깐,

그런데 정말 경비실이며 여기저기 쌓여 있는 택배들 택배들 택배들...너무 많다.

이 많은 택배들 언제 다 소화할지..경비실에 택배를 찾으러 갔더니만 아저씨가 '순찰중' 이시다.

늦은 시간이고 하여 핸폰을 했더니만 '아고 뭔 택배가 그렇게 많이 온데요~~~'

'애가 병원에 있어 제가 며칠 받질 못할 듯 한데 아저씨 죄송해요..잘 좀 받아 주세요...'

'아고 그런 사정이 있으셨구나..그런데 하루에도 왜 그리 많은 택배가 오는지..'

왜 택배는 겹치는 날에만 겹쳐서 오는지 모르겠다.

 

집에 오니 동네도 갑자기 낯설고 집도 낯설고..해야 할 일들은 정말 많다.

음식물 쓰레기 먼저 갖다 버리고 집안 조금 치우고 택배 정리하고 그런데 여시가 날 졸졸 따라다니며

녀석 자신을 알아봐주지 않는다고 안아주지 않는다고 낑낑 거리며 난리다.

큰딸이 하는 말, '엄마,제 여시 있잖아..요즘 어리광이 도가 지나쳐.. 저런 쇠를 어찌 낼까?'

정말 아이러니한 여시다. 어떻게 사람보다 더한지 모르겠다.

잠깐 집안일 하고 났는데 피곤이 몰려온다. 잠을 못잤다. 한숨도..

낯설기도 하지만 함께 병실을 쓰는 할머니께서 밤새 코를 골며 주무시는 바람에

큰딸과 난 날밤으로 보냈다. 거기에 수술에 대한 걱정 때문에 더욱 밤을 지새웠다.

그래서일까 녀석 수술동안 기다리면서 얼마나 머리가 아픈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그 시간,누군가는 중환자실로 누군가는 회복실로 그리고 누군가는

차가운 관으로 이동을 했다. 정말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장소인 듯..

그런 가운데 시작된 두통 때문에 급기야 나 또한 진통제로 달래야 했던 날들...

다행히 녀석이 무사히 깨어나고 아프긴 하지만 경과도 좋고 죽도 잘 먹고 웃기도 하고...

전과 후가 너무도 달라 정말 나 또한 웃을 수 있음이 천만중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침엔 다시 밥을 하고 국을 끓이고 녀석이 해다 달라는 반찬 만들어 다시 병원행을 해야 한다.

나의 일들은 녀석 때문에 더욱 더 밀리고 쌓이고..그래도 한가지 큰 숙제를 마친 것처럼

어깨가 가벼워졌다. 정말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함을 병원에서 한번 더 깨닫는다.

 

201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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