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호숫가 별장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 사건에는 경찰도 탐정도 등장하지 않는다.왜 일까? 별장에 모인 네가족,그리고 아이들 공부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다. 사립중학교에 가기 위하여 모인 가족들이다. 사립중학교에 들어가는 것은 '명문대'로 가는 지름길처럼 일본은 이런 것이 사회문제인 듯 하다. 그렇다고 우리도 다르지는 않다. 초등 때부터 아니 유치원 때부터 아이들은 부모들의 욕심에 자신들의 꿈을 저당잡힌채 부모의 그늘에서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부모의 '로봇'처럼 되어가는 아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아니 그런 피해를 입는 아이들이 옆에도 있고 내 아이가 그럴수도 있고 가끔 이슈가 되어 떠오르기도 하는 사회문제이듯이 점점 아이들을 적게 낳다보니 이런 문제가 비일비재한 것은 일본 뿐만이 아닐 듯 하다.

 

부모들은 후지마씨의 별장에 묵고 아이들은 앞 별장인 빌린 곳에서 모두 모여 합숙과외를 하는데 이것이 쉬쉬하며 하는 것이라 도통 그 속을 알 수가 없는데 이곳에 쇼타의 아버지 순스케가 도착을 하면서 문제가 일어난다. 그는 부모들의 모임에도 참석을 하지 않던 사람인데 이곳에 온 것이다. 오지 않을 사람이 왔으니 모두가 의아하게 생각을 하고 그가 온 후로 그의 회사직원이라 하는 여자인 에리코가 온다. 그리곤 그녀는 그에게 뭔가 전해주고는 그곳을 떠난 줄 알았는데 저녁 초대까지 받고 그들과 함께 하기도 하고 순스케에게 뭔가 중요한 것을 말해주려고 별장 근처의 호텔에서 만나자고 한다. 순스케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그녀를 만나러 나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가 나타나지 않아 다시 별장으로 돌아갔는데 그녀가 그곳에 죽어 있다. 무슨 일일까? 에리코, 순스케의 애인이라 모두가 알고 있는 그녀를 순스케의 아내인 미나코가 죽였다. 뭔가 불륜냄새가 나는 듯 한데 정말 불륜 때문에 벌어진 살인사건일까.

 

그런데 정말 특이한 것은 별장에서 그것도 호숫가 근처 별장에서 '살인사건' 이 벌어졌는데 모두가 경찰을 부르지 않는다. 아니 모두가 합심하여 이 '살인사건'을 덮으려 한다. 말하자면 범인인 '미나코'를 덮어주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체를 어떻게 해야할까? 모두가 시체유기를 하는데 동참하여 죄를 나누듯 하여 빠져 나갈 수 없는 터널에 갇히고 만다. 그런데 순스케는 정말 이 부부들이나 모임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뭘까?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 물론 미나코는 그와 재혼을 한 것이고 쇼타는 그의 자식이 아니다. 쇼타가 그의 자식이 아니라서 그가 모임과 자식들 공부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그게 아니었다. 순스케는 부부간에도 사용하지 않는 '콘돔'을 아내의 핸드백에서 발견하고는 아내를 의심하여 에리코를 사설탐정처럼 기용한 것이다.그런데 반대로 그가 불륜을 저지른다고 오해를 사며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어떻게 해야할까? 아니 모두가 하나로 뭉치는 이유는 뭘까?

 

이야기 속에는 '범인'도 미리 나온다. '미나코가 범인이에요' 하며 알려준다.그런다고 그녀가 진짜 범인일까? 아니 부모들은 왜 무슨 이유로 하나로 뭉쳐 살인사건을 덮어 주려하고 범인을 덮어주려고 할까? 분명 이유가 있다. 경찰과 탐정이 등장하지 않는 소설 속에서 '순스케'가 살인사건을 캐며 그 부부들 속으로 파고 든다. 그리고 만나게 되는 사회문제인 '사립중학교입학문제' 로 인한 뒷거래, 그 어두운 진면목을 이곳에서 발견하게 된 것이다. 돈거래며 시험지유출 뿐만이 아니라 여자들이 몸까지 주는 정말 뺄래야 뺄수가 없는 그런 깊숙한 사회문제, 어른들도 피해자이지만 아이들도 피해자이다. 어른들이 살인범이라 생각했지만 사건을 파헤쳐 들어가니 '네 명의 아이들중 한 명' 이 범인이다.그렇다며 모두의 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범인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열린 결말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악순환의 사회문제를 한 살인사건을 통해 보여주며 독자들이 풀어가라고 던져 놓고 바라본다.

 

자식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불사하는 부모들,아니 성공을 위해서는 살인도 어쩌면 선택처럼 해야 된다는...아,너무 씁쓸하다. 일본의 문제만은 아닌 우리의 현실을 보는 듯도 해서 더욱 씁쓸하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간 부모들이나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자라나서 무엇이 될까? 살인및 부정부패를 저지르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부모들이 숨쉬는 사회는. 추리소설이지만 씁쓸함을 남기는 사회문제가 밑바닥에 깔려 있어서 정말 읽는내내 마음이 어둡다. 나 또한 지금 당장 대입을 바라보는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이 문제가 더없이 가슴을 콕 찌른다. 사회의 어둠은 호수 밑바닥에 가라앉았지만 부유물처럼 뜬 씁쓸함은 언제쯤 말끔하게 걷히는 사회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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