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구일,하얀 눈이 지나간 뒷산의 상큼한 공기를 찾아

 

 

어젯밤부터 눈이 살짝 내리기 시작하여 새벽2에도 하얗게 제법 쌓인 것을 보았다.

그리고 아침에도 분명히 뒷산이 하얗게 되었는데 날이 덜 추워서일까 눈은 금방 녹았다.

산에 가야지하고 맘을 먹고 잠깐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사이,눈이 모두 녹아 버렸다..ㅜ

 

그렇다고 그냥 집콕하고 싶지 않아 얼른 할일 마치고 뒷산에 갈 채비를 서둘렀다.

디카에 보온병에 메밀차 넣어서 눈이 녹았으니 아이젠은 필요 없을 듯 하고 

눈이 녹고 땅이 질퍽한 곳도 있을테네 스틱은 가져가기로 한다.

 

 

 

 

 

하얀 눈이 모두 녹아 설레임도 눈 녹듯 사라져 버렸지만

그래도 정말 좋다. 눈이 내리고 난 후의 하늘과 산과 자연이라 너무 맑고 깨끗하다.

공기도 정말 맑고 상큼하니 좋다.간간이 잔설이 남아 있어 눈이 지나갔음을 말해 주고 있지만

좀더 서둘렀더라면...

 

 

 

 

 

노루발풀

 

오늘도 역시나 추울까봐 내복에 겹겹이 껴입고 나왔더니 덥다.

바람에서 약간의 봄기운이 느껴진다.

동토의 땅에 살아 있는 생명이 느껴지지 않는다 했더니 낙엽 속에 노루발풀이 초록잎을 드러내고

있다. '나 여기 있어요...보세요,살아 있죠' 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겹겹이 껴 입어서 더욱 힘들다. 겨우 중턱도 오르지 않았는데 숨이 차다.에고...

 

 

 

 

 

 

오늘도 나의 장난은 이어지고...

중턱 쉼터에서 먼저번에 만나던 82세의 할아버지를 만났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일찍 오셨네요..

-아녀.난 아침에 한바퀴 저쪽으로 돌고 아침에 이쪽 산 안돌아서 또 온겨.. 

오늘은 산에 사람들이 없어.이상혀개...날도 좋은디...

-할아버지 새벽에 눈이 와서 그런가봐요..눈 오면 많이들 안오잖아요..

하면서 할아버지와 잠간 대화를 나누었다. 할아버니의 육체의 나이는 나보다 더 젊은 듯

날다람쥐처럼 몸이 가볍다. 산도 잘 타시고 몸도 꽂꽂하시다.

손에 장갑도 안끼시고 발을 보니 운동화인데 맨발이시다.양말을 안신으셨다.

난 내복까지 입고 왔는데 말이다.

-할아버지 안추우세요.. 조심해서 내려가세요..

했더니 좋은신가보다.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고 그렇게 자신의 시간속에 점을 찍을 수 있으니...

 

82세의 할아버지는 이시간 벌써 두번째 산행인데 난 오늘 겨우 반을 오르고 힘들다고

하고 있으니... 정말 뭐 앞에서 문자를 썼고 다라미 앞에서 주름 펴러했던 것일까...

힘들다 소리 안하고 쉼터까지 거뜬히 올라서 겨우 한숨 돌리고 바로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에서의 맑은 공기와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 시원함...

아~~~~ 좋다.. 좋다...좋다... 나도 할아버지처럼 날마다 와야 하는데 이 게으름...

 

 

 

 

 

 

노루발자국...

 

 언제나 산이고 인생이고 오르막은 힘들다. 하지만 정상의 어느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그 길은

오르막과는 다르게 정말 수월하게 그리고 금방 내려간다. 언제 내가 내리막을 걷고 있어나

할 정도로 빠르게 내려간다. 내리막길이 그랬다. 잔설이 남아 있는 풍경을 구경하며

 축축하게 젖은 땅과 나뭇잎 냄새를 기분좋게 맡으며 '음..정말 좋다' 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하산길을 다 내려오고 바로 앞이 오솔길이다.

 

하얀 눈이 지나고 나서인지 정말 걷는내내 젖은 흙냄새와 나뭇잎냄새가 기분을 좋게 해준다.

오늘은 엠피도 가져오지 않아 자연의 소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

모자에 달린 귀마개를 푹 내려 귀는 덮고 있었지만 겨울바람 소리며 모든 소리름 담고

냄새를 담고 그리고 눈이 지나간 낙엽을 담고 있는데 옆에서인지 앞에서인지

누군가 무척 빠른속도로 아니 힘겹게 달려가는 소리가 난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사람들이 지나 다니는 오솔길을 바라보았는데 아무도 없다. 어딜까 하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데

오마나~~~~ 노루 2마리가 나를 스치듯 하며 급하게 내려 달려 앞으로 사라졌다.

개인가 하고 보고 있었는데 너무 빠르게 달려가는데 보니 귀가 쫑긋 선 것이 노루다.엉덩이도 그렇고..

녀석들 사방이 큰도로인데 어디로 달려 가는 것인지. 겨우내 어디에서 있다가..

아니 저녀석들이 달려 오고 있던 곳이 우리집쪽인데 그곳도 아파트인데 그럼 어디에서 오는 것이지.

아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아무일도 없어야 할텐데..

 

녀석들이 달려 내려가고 나니 나도 맘이 급해졌다.녀석들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것만 같아

녀석들이 지나간 자리로 가서 찾아보니 발자국이 눈 위에 찍혀 있다.

두녀석 무척이나 빨리 달려 지나갔는데 눈위라 남아 있다..

하지만 바로 앞도 도로고 그 멀리 산들이 있다고 하지만 위험한 인간세상이다.

이 산에 정말 오랫동안 왔지만 노루를 만난 것은 처음이다.그것도 2마리..

봄엔 꿩을 자주 만난다.

겨울엔 동물들을 하나도 만나지 못했는데 녀석들 때문에 내 간은 콩알만했다.

그래도 괜히 기분 좋다. 이 산에서 노루를 만난 사람은 나밖에 없을 듯 하다.

좀전에 '노루발풀'을 보아서일까..오늘 괜히 노루발풀을 찾아 보고 싶었는데..

 

 

 

 

 

 

 

하늘이 너무 맑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그리고 철새들 몇 마리가 수 놓은 겨울하늘..

정말 그림같다. 감히 누가 흉내내지 못하는 자연의 그림...

그리고 그 사이를 흐리는 맑은 공기...

한시간여의 충전이지만 이시간이 더없이 이렇게 좋건만 왜 그리 집에서는 나오기가 싫은지...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바로 곁에 있는데...

소중한 것은 무릇 바로 곁에 있다. 그것을 알아차리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가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오늘도 할아버지께 메밀차를 한 잔 권하지 못했음을 산을 한바퀴 다 돌고나서 생각을 한다.

중턱에서 만났을 때 메밀차 한 잔 드렸어야 했는데..

난 산을 다 돌도 쉼터에서 따듯한 메밀차를 두 잔이나 마셨다. 몸이 녹아난다.

메밀차의 구수함이 내 몸 속 곳곳을 찾아들며 따스함으로 맴돌고 있는듯 정말 좋다.

오늘 산에 오지 않았더라면 노루도 만나지 못했을텐고 맑은 공기도 덤으로 얻지 못했을터인데

내일은 기약할 수 없지만 오늘 하루 한시간의 충전만을도 얻는 이 행복...

 

2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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