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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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로 유쾌 상쾌 통쾌함을 날려 주신 저자,이번에는 <가시고백>으로 또 한번의 사춘기 그 시절의 비수와 같은 '가시'를 가슴에서 빼게 한다. 어찌보면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인데 왜 읽으면서 실실 웃음이 나오는지, 그랬다. 해일이 헛웃음처럼 웃던 '하하하하하'가 내게 전염이라도 된 것일까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르게 내게서는 헛웃음이 자꾸만 비져 나왔다. 읽는 동안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새는 알 속에서 빠져나오려고 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기를 원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귀절처럼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오려는 유정란을 '병아리'로 키우며 잘못하면 흔들렸을 우정을 바로 세우게 된 해일과 친구들, 왜 자꾸 그들의 등을 '토닥토닥'두드려 주고 싶은지.

 

도벽이 있는 해일,아니 자신의 말처럼 '직업'을 가진 해일은 남의 물건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훔친다. 그리곤 표가 나지 않게 바로 현금화 하여 쟁여 놓는다. 그렇다고 돈이 필요해서 딱히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 아니다. 7살 유치원생일 때부터 자신도 모르게 손이 남과 달리 섬세하다는 것을 느낀 그는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고2 지금까지 남의 물건을 슬쩍 슬쩍 한다. 그렇다고 유별나게 집안이 화목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아파트 관리소장을 하지만 보통가정으로 잘 이끈 아버지 밑에서 가발공장에서는 엄마의 솜씨를 알아주는 베테랑 일꾼 엄마와 무슨 감정사인지는 모르지만 아직은 백수나 마찬가지인 집안의 웃음코드를 만들어 내는 열두살 위  형 해철과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잘 살고 있는데 그에겐 '도둑' 이라는 직업이 하나 더 붙어 있다. 그날도 지란의 전자수첩을 너무도 능숙하게 빼 내었는데 그것이 지란이 새아빠에게서 모처럼 딸처럼 어리광을 부리며 빌려온 것이란다. 해일은 벌써 현금화 하여 전자수첩의 자취도 일어버렸는데 말이다.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용서받고 고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지 못한 해일,우연히 엄마가 사온 고구마줄기가 담겨 있던 박스의 '유정란'을 보는 순간 알을 부화해보겠다고 식구들앞에 큰소리를 치게 되고 성공할까라는 생각보다 그는 미리 실천에 옮긴다. 유정란을 사고 생선가게 아저씨에게 오징어박스를 얻어 오고 그렇게 하여 부화기를 만들어 놓고 유정란을 넣어 부화가 될지 모두가 숨 죽이며 기다리게 된다. 해일이 보기에 우리 가족은 삐그덕 거리지 않는 듯 하면서도 늘 삐그덕이다. 그런데 이 가족도 해일의 '유정란' 이 오면서 그야말로 하나의 목표를 위해 식구가 똘똘 뭉치듯 점점 식구들이 융합되고 조화를 이루어 간다. 설마 했던 6개의 유정란에서 2개에서 소식이 오면서 가족은 더욱 활기를 찾게 되고 해일도 무언가 자신이 이룰 수 있는 일이 있음에 웃는 날이 많아 지고 친구들도 그런 소식에 그를 다르게 본다.담임샘도 그렇고.

 

그렇다면 지란은 어떨까? 그녀 또한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피해자 아닌 피해자가 되어 그녀의 원래 아빠로부터 늘 술에 쩔어 보내는 문자에 시달린다. 귀찮고 못되게만 굴었던 아빠, 그를 해일과 어울리며 이해하게 되고 해일이 부화하는 병아리로 인해 모두가 새로운 껍질을 깨고 나온 '병아리' 처럼 다른 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도둑과 병아리의 부화는 어떻게 이어질까 했는데 문득 읽다보니 정말 데미안의 그 말이 자꾸만 가슴에 깊이 박힌다. 서로의 가슴에 '가시'처럼 박힌 용서 받고 화해해야 할 일을 담아 두기만 했던 그들, 병아리의 부화로 인해 그들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되고 가슴에 박힌 '가시'도 스스로 빼게 되기도 하지만 해일은 자신은 완벽했다고 느꼈지만 친구들에게 들킨 도둑질을 친구들에게 털어 놓고 용서를 구하게 되고 친구들은 그런 해일에게 '옐로우카드'라는 경고를 하면서 그를 받아 들이고 이해하게 된다. 지란도 역시나 새아빠를 받아 들이고 자신의 원래 아빠도 용서하고 받아 들이게 된다. 자신의 가시는 스스로 빼야 하는 것이다. 남이 빼주는 가시가 아닌 스스로 빼야 상흔이 오래가지 않음을.

 

딱 요만때의 딸들이 있어서일까 그녀들의 맘을 이해하지 못하는 날도 있고 워낙에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해주지 않을 때 남과 비교해 불행한 삶이라 치부하는 그런 세대를 보며 소설속 아이들이 스스로 가시를 뽑지 못하고 다른 길로 빠지면 어쩌나 조마조마 했는데 위기를 너무도 잘 헤쳐 나가는 것을 보고 뭉클했다.목울대가 콱 막히 듯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는 부분에서 눈시울이 뜨근. 친구기에 모두를 받아 줄 수 있고 친구기에 모든것을 용서하고 이해해 줄 수 있는 것일까? '뽑아 내지 못한 고백이 가시가 되어 더 깊이 박히고 말았다. 잘못 고백했다가 친구들을 잃을까 겁이 났던 것이다.' 해일은 자신의 도벽으로 인해 친구를 잃을까 걱정했지만 그런 친구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진정한 친구들, 그들은 그동안 껍질에 쌓여 있던 어린티를 벗어 내고 한뼘 성장한 것이다. 아직은 미완이지만 어른의 세계도 나름 받아 들일 수 있는 사춘기 친구들, 그들은 이번 일로 인해 진정한 우정을 나누어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고백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용기가 없다면 언제나 가슴에 담아 두어야할 '고백' 을 담아 두기 보다는 언젠가는 콕 뽑아 버려서 상흔이 남더라도 후회하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함을 느껴본다. 어찌보면 절말 감싸주기 애매하면서도 '우정을 단절'을 가져 올 수 있는 문제였지만 그들은 그렇게 성장해 나간 것이다. 그들의 성장일기를 보며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잘했어' 라고 토닥여 주고 싶은,마음이 따듯하게 해주면서 가끔 웃게 만드는 소설로 왜 내안의 가시를 빼낸 것처럼 속이 후련한지.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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