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반갑다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우리 만나서 저녁이나 할까.

가깝고도 먼 거리의 그녀,몇 분여 거리에 살고 있으면서 일년에 겨우 한번 정도 만나니...

그래도 좋다. 만나면 허물없고 내 가슴 밑바닥까지 들어내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고

서로의 허물을 감싸줄 수 있을만큼의 우린 무언가를 서로 공유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녀를 만나러 가기 전, 막내에게 배송한 케익이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으니

더욱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조금 쌀쌀한가 싶어 두껍게 껴입고 나가는데 비가 한두방울 내리는 듯,

그래도 괜히 연인을 만나러 가는것처럼 설레인다. 정말 너무 오래간만이다.

바로 앞에서 버스를 한 대 놓치고 십분여 기다려야 했다. 그녀에게 무얼줄까 하다가

책 한 권,그녀가 좋아할 만한 책으로 골라 오늘을 기억할 내 이름을 남기고 가방에 넣었더니

가방이 무겁다. 팔이 아파 그 무게마져 온 몸으로 느껴져 오는 듯 하지만 그래도 좋다.

책을 받고 좋아할 그녀를 생각하니 너무 좋다.

 

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 막내의 전화및 그녀의 전화,약속 시간보다 일찍와서 기다리는 그녀,

추울까봐 어디 들어가 있으라고 해도 잠깐이니 기다린단다. 겨우 두어정거장,너무 멀게 느껴진다.

그리곤 약속장소가 가까워질수록 그녀가 어딘가에 있을것 같아 두리번 두리번.

그녀다. 커다란 대형 트리 앞에서 풍경을 담고 있는 그녀, '친구야...반갑다..'

우린 그렇게 오래간만에 만났지만 어제 만났다 헤어진 친구처럼 허물없이

그간의 이야기들을 업그레이드 하느라 바빴다. 그녀가 가보았는데 분위기가 괜찮다는 식당,

그랬다. 울동네에도 있는 체인점에 둘은 자리를 잡고 앉아 고기가 익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빴다. 주님도 한 잔 기울였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녀와 나,바보들처럼

이슬이 냄새만 맡아도 취하는 세월만 갏아 먹은 중년여인들,젊은이들 속에서 둘은 정신없이

떠들고 고기를 구워 먹고 그리곤 미용을 위해 천연콜라겐인 돼지껍데기까지 구워 주시는 센스,

그런데 너무 많이 시켰다. 일인분정도 남았다. 그녀와 나 둘은 즐거운데 집을 지키는 옆지기들은

이제 먹기 시작하고 이제 수다보따리 풀었는데 다 먹었냐며 전화,이제 시작이거든요..기다리세요.

자신들이 회식할 땐 일찍 들어오라 전화도 안하는데 아니 겨우 하루 외출인데 그것도 초반에

전화라니 겁을 상실한 두분은 바로 도마에서 샤샤샥...

 

배도 부르고 찾는 이들도 있고 그렇게 그곳을 나왔지만 그냥 헤어지기 아쉽다.

버스정거장에서 두어대의 버스를 보내가며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다,

그러다 그녀의 집방향으로 길을 잡아 걸었다. 이렇게 이런 시간에 둘이서 걷는 것 또한

정말 역사에 남을 일이다. 시작이다.이제부터 한달에 한번 정도는 이런 시간을 만들어야겠다며

칼국수모임이라도 만들자고 하고는 신나게 떠들다보니 그녀 집근처,

그녀는 집으로 난 울집으로 가기 위하여 택시, 열심히 달라니는 차 안에서 울리는 전화,

-엄마 어디야..왜 이상한 소리가 나.. 엄마한테 상의할 일이 있어서 전화한건데 안되겠네.

녀석 하루종일 전화한다고 해서 기다렸건만 겨우 기숙사 소등시간이 임박해서 하는게 어디있담.

-엄마가 집에 도착하려면 십여분 걸리니까 다시 할래.

녀석 저에게 관심좀 가지라면서 투덜투덜 전화를 끊는다. 아니 다른 시간 다 놔두고

외출한 시간에 전화할께 뭔지.옆지기는 오늘따라 감기기운에 목소리마져 가서 쌍00을 먹고 누워 있다.

오늘 하루 딱 저녁시간 잠깐 집을 비웠는데 내가 없는 집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저마다의 위치에 있지 않았던 것처럼 삐그덕, 나 그래도 친구만난 시간이 더 좋으니

가끔 이런 외출 할거야.옆지기는 여시가 내가 올 때까지 난리 났어다면서 고해바친다.

지지배 그러지 않아도 절 안아주지 않는다며 끙끙대다가 안아주고 이뻐해주니 겨우 가라앉아

이불속에 들어가 잠을 청하는 여시,뭐야..모두 나의 외출을 싫어하는거야..

그래도 좋다. 가끔 우리 얼굴보는 친구로 앞으로 더 좋은 시간 만들자 친구야...

 

201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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