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집
나카지마 교코 지음, 김소영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영국의 한 하녀는 학자인 주인을 위해서 주인의 친구이자 라이벌이 쓴 논문을 실수인 척 불태워 버리지. 그러나 주인은 그 일을 모른 척하고,하녀는 죄를 뒤집어쓰는 대신 똑똑한 하녀라는 칭호를 얻게 돼.' <가사독본>을 낸 다키할머니는 자신의 과거 하녀살이를 다시 책으로 내려고 한다. 하지만 편집장은 이야기도 들어보기 전에 시대와 뒤떨어진 이야기처럼 여겨 책으로 나올 것 같지 않다. 다키 할머니는 직접 자신이 글로 남기기로 하고는 자신의 '하녀생활' 에 대하여 적어 나간다. 그 일 또한 중간에 포기할까 했지만 유일한 독자가 있다. 여동생의 차남인 다케시는 가끔씩 다키이모할머니의 노트를 훔쳐보았기에 할머니의 삶에 아니 다키가 하녀생화을 하던 그 시절의 일본 상황에 관심이 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하녀살이를 해야 했던 다키는 먼저 소설가선생의 집에서 잠깐 일을 하던 중에 주인으로부터 위와 같은 말을 여러번 들었다. 주인을 위해 친구의 논문을 태운 하녀는 과연 현명한 하녀일까? 그렇다면 다키는 히라이가에서 일생에 딱 한번 후회할 무엇을 태웠을까?

 

소설은 할머니의 기억을 따른 것이라 처음엔 조금 지루한 감도 있다. 소설가선생 집에서 있다가 전남편의 사이에서 아들 하나를 둔 도키코사모님을 따라 히라이가에 들어가게 된 다키, 그녀는 하녀생활에 누구보다 충실하게 한다.'하녀의 기본은 정성이다' 라고 생각을 하며 모든 일에 자신의 정성을 다한다. 젊은 하녀는 도련님 또한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며 잘 돌봐준다. 어려운 형편에서 '빨간 지붕의 이층집'에서 하녀방까지 만들어준 주인과 자신의 가족처럼 여기는 식두들에게 그녀는 정말 '정성' 이 아닌것은 없는 듯이 그리고 도키코사모님과는 감추는것 없이 지내며 풍요롭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지만 그 평화와 풍요를 깨는 전쟁과 이타쿠라 쇼지의 등장은 빨간 이층집을 태풍의 그 심한 바람속으로 몰아 넣는다.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게 시작된 도키코사모님과 이타쿠라와의 로맨스, 하지만 그들의 나이는 이타쿠라가 한참 밑이다. 어찌보면 다키와 잘 어울릴듯한 나이인 이타쿠라,그들사이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속에 전쟁이 발발하고 이층집 똑한 푹풍우에 휘말린다. 그들 모두의 삶 또한 폭풍우에 휘말려 함께 휩쓸려간다.

 

다키는 전쟁을 이야기 하는 듯 하면서도 전쟁이란 역사의 흐름과 함께 가족의 성장과 삶,그리고 자신의 삶까지 이야기 해 나간다. 다키의 이야기보따리 속엔 과연 어떤 보물이 숨겨져 있을까? 히라이가에서는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집은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고 무사할까? 그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무사할까? 다키할머니가 이야기 하는 전쟁의 이야기는 일본인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아품이 묻어 있어 씁쓸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전쟁을 위해 놋그릇이며 삽살개까지 다 잡아갔던 이야기가 이야기 속에 녹아나 있는듯 하여 맘이 아팠다. 전쟁이란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겠지만 모두가 피해자인듯 하다. 그리고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다는 말처럼 전쟁이 끝난 후,이층집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다키는 그 집을 떠나야했지만 히라이가 사람들은 살아 있을까? 도키코사모님과 이타쿠라의 사랑은 어떻게 되었을까.

 

전시하에서 기지를 발휘하여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다키, 그리고 그 집을 떠나서도 오래도록 그 집과 가족을 잊지 못하는 다키는 결국 그 집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그녀 앞에 놓인 것은 참흑함. 역시나 전쟁을 빗겨갈 수 없었던 그 집의 역사와 얼키고 설킨 가운데 성장과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 이야기처럼 전쟁후에도 이어진다. 어떻게 이어질까. 종전 후 세대들은 그시대를 아무리 이야기 해줘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다케시는 할머니의 노트를 읽어 나감으로 해서 전후의 시간을 해결하는 사람처럼 이야기속을 누빈다. 그리고 결국에 만나게 되는 결론, 그렇다면 다키 할머니가 품은 속 뜻은 무엇이었을까. 도키코가 이타쿠라에게 향하는 마음을 꺾었던 다키, 그게 그녀의 진심이었을까.왜 다키는 도키코의 편지를 숨겼을까. 태풍이 있던 날 히라이가를 찾은 이타쿠라와 폭풍우속에서 함께 하던 이타쿠라의 손이 자신의 어깨에 닿을 때 그 느낌을 오래도록 간직하는 다키, 그녀의 마음 또한 그에게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들의 진실을 숨길 수 없었던 다키와 이타쿠라는 자신들의 표현방법으로 과거의 그 진실을 담아 놓았다. 이타쿠라와 다키가 향한 곳은 똑같지 않겠지만 폭풍우속과 같은 시간의 급류를 타야 했던 그 시절은 다키 할머니가 풀어내는 이야기로부터 역사와 로맨스를 만나지만 로맨스의 끝이 어떻게 되었는지 혹은 이층집의 이야기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 끝을 향해 달려가는 다케시를 쫒아가면 미스터리 소설이 된다.

 

다키할머니는 자신의 뒤안길에서 자신의 과거를 풀어내며 그와 함께 했던 사람들의 역사 뿐만이 아니라 그 시대의 역사까지 모두 담아내고 있다. 이와 유사한 유형의 것으로 영화 <가위손>과 <메디슨카운티의 다리>가 생각이 난다. 자신들의 '진실'을 숨길 수 없어 후대사람들에게 자신의 진실을 털어 놓는 노인들, 이 소설 또한 그런 맥락속에서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그 속에 담긴 것이 개인의 역사 뿐만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그 시대의 역사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다키의 '하녀살이' 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많은 것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긴 세월 동안 이 일을 하며 안 것은, 가정이 100개가 있으면 부부의 모습도 100가지는 있다는 사실이다.' 그 속에 자신이 함께 했던 도키코사모님의 이야기 또한 밖에 퍼지는 것을 싫어했던 그녀,누구를 위해서인지 모르게 둘의 연애사에 끼어 들어 장벽이 되어야 했던 그녀,그리고 입에 올리지 않다가 자신안에 담아 둔 진실이 커 그 진실을 모두 풀어 놓고자 했던 다키, 그녀는 똑똑한 하녀였을까.지금시대엔 찾아 보기 힘든 '하녀' 일을 했던 다키할머니의 인생 속에는 수많은 일들이 보따리 안에 있었던 것이다. 다키의 진심 뿐만이 아니라 여러 등장인물들의 진심을 찿아보는 것도 한가지 재미다. 우리에겐 결코 마음편한 시대가 아니었기에 씁쓸한 감정을 거둘수는 없지만 소설로 본다면 재밌다. 정말 역사와 로맨스 ,미스터리가 모두 합쳐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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