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고 기분 좋은 날
지난 주말 큰딸 때문에 가족이 모두 바쁘게 보냈다. 막내가 정기외출을 나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갑자기 큰놈과 함께 나와서 얼마나 허둥지둥 녀석둘을 맞았는지,일주일 동안 알던 장염 때문에
이것저것 준비도 못하고 그렇게 딸들과 주말을 보내려니 힘겹기도 하고 정신없기도 하고..
거기에 큰놈 논술이 있어 새벽부터 서울에 올라가야 하는 옆지기와 큰딸.. 결과가 어찌되었든간에
고생한 보람이 꼭 있길 바래본다.옆지기는 큰딸과 그렇게 열심히 주말마다 서울행을 하더니
급기야 구두굽이 나갔다며 전화, 멀쩡하던 구두가 왜 구두굽이 나갔을까...하고 봤더니
통굽이던 것이 너무 열심히 뛰어다닌 결과인 듯 하다. 오늘은 그 구두 가지고 시내나가서
A/S가 되는지 아님 밑창을 전부 갈아야 하는지 알아봐야 한다.아님 새것으로 하나 장만해주던가..
울집에는 지금 행운목꽃이 4일째 피고 오늘이 5일째 피는 날이다.
저녁이면 날마다 행운목꽃향에 온집안이 들썩들썩..정말 곧 좋은 일이 행운목꽃처럼 터질 듯한
기분이다. 가슴 설레게 하는 진한 향에 취하여 어젠 약간의 두통이 있더니
오늘은 기분이 정말 좋다. 아침부터 뜻하지 않던 선물도 받아서인지..
암튼 오늘 무척 쌀쌀하다고 하더니 햇살은 정말 따듯하고 좋다.
옆지기는 춥다고 하니 오리털점퍼에 부추까지 내 놓았는데 그렇게 춥지 않은 듯하다.
어젠 옆지기가 쉬는 날, 주말을 정신없이 서울로 왔다갔다 하느라 몹시 피곤하고
요즘 갑자기 혈압이 올라가 큰일날 뻔 해서 어제는 쉬기로 했는데 역시나 딸들 때문에 바쁜 하루,
녀석들 이런저런 약이 필요하다고 하여 큰놈은 알레르기비염약을 타다 주고 막내는 유산균에
홍삼을 배달해주고... 막내는 얼굴도 못보고 왔더니만 일요일에 보았으면서도 서운했나보다
밥솥이 고장나 고치고 있는데 전화,제 얼굴 안 보고 갔다고 투덜투덜..
점심시간에 추운데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아 큰놈의 친구를 만나 수능생의 고생담을 들어주며
맘을 토닥여주고는 큰놈도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왔는데 어제 늦은 시간 기숙사에서 전화,
그동안 부정적이며 늘 투덜이였던 녀석이 갑자기 태도를 백팔십도 바꾸어,
-엄마 난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어..난 정말 행복해. 이 말 꼭 아빠한테도 전해줘..
하면서 녀석 집에서 책 몇 권을 읽겠다며 들고 갔는데 <딸은 엄마보다 한발짝 느리다> 도
가져가더니 그 책을 읽었던지 느낀것이 많다며 그동안 투덜대며 엄마 힘들게 해서 미안하단다.
수능도 제 맘처럼 보지 못해서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그 길이 아니어도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어디엔가 꼭 있을 것이라며 너무 조급해하거나 불안해 하지 말고
좀더 인생을 멀리 넓게 보자고 했더니만 이해를 못하더니 이젠 조금 안정을 되찾았는지 그런말까지
하고..주말에 끝나지 않은 논술이 남아 있어 다시 서울행을 해야 하는데 힘들겠지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그때까지 열심히 해보자고,지금 기분을 그때까지 꼭 간직하라고 했더니
'엄마 거짓말아냐 정말 행복해..내가 원하는 것을 해보겠다고 학교가 아닌 학과를 보고 넣었잖아.
그러니 난 분명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어..'
어제 녀석 제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한 것을 들려 주었더니 전 엄마와 혹은 아빠가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다른 친구들의 엄마와 비교를 하니 자신에게는 절 이해하고 힘을 주는 엄마가 옆에 있다는 것을
느낀 듯 하다. 수능끝난 녀석들에게 이미 결과는 나왔는데 재촉하고 마찰을 빚는다고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그리고 당사자들은 또 얼마나 힘들겠는가.옆지기에게도 큰딸 앞에서
녀석에게 너무 힘들게 내색하지 말라고 늘 당부하며 할 수 있을것이다,될 수 있을것이다 힘을 주고
있는데 녀석이 이제 조금 여유를 찾고 세상을 보는 눈을,
또 다른 시선을 발견한 듯 하여 나 또한 기분 좋다.
세상을 행복하게 아니 자신의 인생을 행복으로 물들이는 것은 별거 없다.
내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욕심을 놓아 버리고 비워 버리면 쉽다.
그리고 이 길이 아니라면 돌아서 가면 또 다른 길을 발견하게 된다. 궂이 자신이 정한 길로만
가려고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만 가지려고 하니 탈이 나는 것이고 불행해 지는 것이다.
한발짝 물러나 본다면 더 많은 길과 더 넓은 세상 그리고 자신을 볼 수 있음을...
그렇게 하다보면 가지 않은 길에서 자신의 또 다른 희망의 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런 딸의 깨달음이 오늘 기분을 좋게 한다. 몸도 마음도 가볍게 해준다.
-엄마,엄마랑 나랑 언제 제주 올레길 걸으러 갈꺼야..우리 꼭 가자...
꼭가야겠지..수능전에 약속했는데 자신은 없지만 곧 걸으러 가야 할 듯 하다.
2011.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