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도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날이 춥다는 이야길 듣고 '오늘은 산에 가지 말아야지' 하는 맘을 갖게 되었는데 아침에 베란다
초록이들에게 물을 주다보니 아줌마들이 산으로 향하고 있다. 날도 생각보다 춥지 않고..
베란다는 햇살이 다른 날보다 따듯하여 춥다는 일기예보가 무색, 오전에 할 일을 얼른 마치고
뒷산에 갈 준비를 하는데 여시가 날 졸졸 따라 다니다 요며칠 산에 갔다가 금방 오는 것을
지지배가 알아챘는지 보채지를 않고 소파위 전기방석이 있는 따듯한 곳으로 올라간다.
그렇게 하여 혼자서 점심시간 뒷산에 한시간여 또 다녀오게 되었다.

날마다 하는 것을 빼먹으면 이상하듯이 이젠 뒷산에 날마다는 아니어도 날마다 가려고 노력을
해서일까 자꾸 가고 싶어진다. 어제와 오늘은 또 다른 풍경 다른 냄새... 그래도 날마다 가도 좋다.
지난주에는 아카시아 잎이 많이 떨어져 내리더니 오늘 산에 오르다보니 참나무잎이 많이 떨어져
내렸다. 추울까 하여 위에 점퍼를 입고 갔는데 산을 오르다보니 덮다. 오르막을 오르는데 벌써
시원한 물생각도 나고 음악을 듣지 않고 오르려다 기분좋게 윤밴의 노래를 들어가며 신나게 오르기롤
맘 먹고 윤밴의 노래를 이어폰으로 듣는데 넘 좋다.가을바람도 좋고 산냄새도 좋고 가을냄새도 좋고..
참나무 잎이 많이 떨어져내려서인지 참나무 냄새가 진하게 난다.
한 해 열심히 살았음을 비유하듯 유유히 떨어져 내리는 낙엽들, 미련이 없다. 비워내는 녀석들의
저 여유로움을 닮아야 하는데...

정상에서 여유롭게 가을바람을 폐부 깊숙히 들이 마시고 한참을 내가 사는 곳을 바라 보다가
내리막 길로 내려가며 가을을 즐겼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나무와 나무잎들...
참나무잎도 단풍이 들어가고 생강나무잎도 단풍이 들었고 모든 것들은 변해가고 있다.
서서히 겨울을 준비하듯 그렇게 시간에 유유히 몸을 맡기고 있는 나무들이 의연해 보인다.
내리막길을 시원하게 가을바람과 함께 내려가다 오솔길로 접어 들었는데 나뭇잎이 제법 많이
떨어져 내려 있어서 걷기에 좋다. 가을분위기가 많이 나서 정말 좋다.
소나무숲길에도 나뭇잎이 많이 떨어져 있고 가을냄새가 더욱 진하게 나서 좋다.
길의 끝부분에서 잠시 시원한 바람을 쐬며 있는데 어디선가 '톡톡톡' 소리가 나서
가만히 서서 나무위를 둘러보니 새한마리가 무얼 물고 와서는 부리로 쪼고 있다.
무얼까..딱딱한 조개껍데기 같기도 하고..암튼 부리와 딱딱한 껍질이 만나 조용한 숲에
'톡톡톡' 가을을 깨듯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렇게 녀석을 혼자서 구경하다가 조용한 숲길을 빠져
나오는데 기분이 묘하다. 이상한 나라에라도 빠져 들어가고 있는 기분...

산에도 오는 사람들을 보니 나처럼 움직이는 시간들이 정해져 있다. 아침에 오는 사람은 아침에
점심에 오는 사람은 점심에 주로 와서 마주친다..늘 비슷한 장소에서..그리고 주말에 오는 사람...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며 작은 산을 오르고 내린다. 눈인사 말인사 한번 나누지 않고
그렇게 같은 공간 같은 자연  같은 시간을 나눈다. 인사를 반갑게 나누고 싶은데 그게 안된다.
아직 산의 넉넉함을 덜 배운 것일까... 그래도 몇 번 움직이지 않았지만 이렇게라고 산에 왔다는 것이
정말 좋다. 하루 하루 다른 시간을,다른 자연을 느끼며 가을 속에 있다는 것이 정말 좋다.
내일은 또 어떤 풍경을 자연을 만나려는지...

2011.10.26





 



청명한 가을하늘

 
생강나무잎도 물들고 밤송이도 모두 떨어져 내린 듯 하다








톡톡톡톡~~ 무얼 깨고 있었을까...

 








 
나무가 있어서 참 좋다...난 그들을 보러 간다.


코스모스도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


아파트 화단엔 가을장미가 처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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