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와 뒷산 가을산행






주말 녀석들이 집에 오고나니 정말 정신이 없다. 전날부터 아니 그 전날부터 정신없이 보냈지만
주말은 더욱 정신이 없었다. 오전에 할 일을 모두 마무리 해 놓고 점심에 잠깐 뒷산에 가자고 했더니
아침 일찍 MTB를 한시간여 타고 들어왔기에 나가지 않을 줄 알았던 그가 뒷산에 가겠단다.
요즘 무릎이 아파서 산행도 하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아 뱃살이 오른 그,이제 슬슬 움직여야 함을
느낀 것일까... 아침에 자전거도 타고 들어오더니 말이다.

딸들은 산에 가자니 강하게 '노' 학교 들어가 또 자습해야 하는데 힘들다며 싫단다. 그래서 둘만
물 한 병 챙겨 들고 뒷산으로 가는데 날이 참 좋다. 오전에 힘들게 청소며 그외 모든 일들 뛰어
다니듯 해서인지 난 힘들다. 다른 날보다 힘들게 산을 오르는데 그래도 오길 잘했다.그와 이런저런
이야길를 하면서 천천히 올랐다. 날이 따듯하기도 하지만 가을이 깊어졌음을 온 몸으로 다가온다.
그는 뒷산에도 정말 한참만에 오는 것이라 달라진 것들이 많다며 거듭 말을 한다.

오르막을 오르며 '천천히 갑시다요~~' 하며 음악을 들어가며 둘이서 천천히 오르는데 땀을 줄줄
흘리고 나니 정상에서 맞는 바람이 정말 시원하다. 정상에 있는 밤나무 밑에서 몇 개 밤을 줍고는
하산 길에 밤나무가 많은 곳에 들러 둘은 산밤을 주웠다. 땅에 떨어져 내리면 동물들의 먹이가 되는
대신에 먼저 벌레가 차지하고 있다. 어떻게 그 단단한 밤을 벌레가 뚫고 들어가는지...
밤은 먹는 것보다 줍는 맛이 더 좋다. 떨어진 밤송이를 뒤집으며 혹시나 알밤이 있나 찾는 것도
참 재밌다. 그렇게 몇 개의 밤을 줍고는 그와 함께 내리막길을 내려 걷고 오솔길을 걷다가 소나무싶으로
들어갔다. 날이 좋아서인지 솔향이 정말 좋다. 천천히 일부러 숲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그래야 더욱 나무냄새 흙냄새를 진하게 맡을 수 있다.

늘 혼자오던 길을 그와 함께 음악을 들어가며 손을 잡고 걷는 맛도 참 좋다.
그가 날마다 산행을 거르지 말고 하라며 당부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며...
누가 그것을 모르겠는가 귀차니즘에 게으름이 먼저 발목을 잡으니 그렇지.
한시간 반 정도 그렇게 둘이서 손을 잡기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을 오르락 내리락 땀을 흘리다보니
기분이 정말 좋다. 땀이 줄줄 가을 속으로 떨어저 내리는 것이 나도 가볍게 겨울을 맞을 수 있을 듯.

산행을 마치고 아파트 뒤의 가로수 밑을 걸었다. 가로수잎이 떨어져 내려 가을 운치를 자아낸다.
멀리 갈것이 아니라 바로 곁에서 이렇게 가을을 맞본다. 가로수 길을 걸으며 낙엽을 밟기도 하고
발로 차 보기도 하고 바스락 바스락 소리를 들으며 잠깐 걷다가 아파트 산책길을 걸어서 집으로
향하는데 산수유 열매가 빨갛게 익었다. 빨간 열매를 따서 나르는 아이들 무얼 하려고 할까.
가을을 여기서 저기서 익어 가고 있다.나도 모르는 사이 시나브로...

2011.10.23























 











 



산수유 열매


아파트 화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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