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 - 콘크리트 정글에서 진짜 정글로
제니퍼 바게트.할리 C. 코빗.아만다 프레스너 지음, 이미선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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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그 나이에 난 무엇을 했을까. 아니 결혼이 아닌 다른 것을 선택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세계여행은 어떤가 꿈이나 꾸어 볼 수 있었을까.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 나이에 다른 생각을 했다는 것이. 난 그 나이에 세여자가 생각하는 그런 평범한 삶인 결혼과 육아로 허덕이고 있을 때이다. 나 또한 계획한 결혼이 아니었기에 새롭게 바뀐 제2의 삶에 한참 적응하느라 '결혼이 아니었다면..' 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생각을 해 보며 시간을 보내던 때이다.정말 결혼이 아니었다면,지금은 결혼을 그리 쉽게 생각하거나 하지 않기도 하고 '골드미스' 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결혼적령기라는 것이 없어진 듯한 시대일지는 몰라도 내가 지나온 그 시간엔 친구들이 모두 결혼을 하니 나 또한 결혼이라는 것을 해야만 하는 '당연' 한 삶에 몸담아 할것만 같은 괜한 억압이 있기도 했다. 그렇게 선택한 결혼은 아니지만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나 또한 '자유여행'을 하며 살았을 것 같다. 지금도 구속의 삶에서 벗어난다면 '여행'을 맘껏 하고 싶다.

뉴욕에서 그런대로 잘나가는 삶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보편적인 삶을 살고 있던 그들이 뭉쳤다. 그렇다고 그녀들이 퍽이나 여유로운 가정에서 태어났거나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어서 세계여행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로망' 처럼 간직하고 있던 것들이 함께 하면서 평범한 삶이 아닌 세계여행으로 기울어진 것이다. 물론 여행을 떠나려면 남자친구도 일도 모두 시간과 거리감을 두어야만 한다. 그녀들 다행히 결혼을 하지 않았고 남자친구가 있었던 친구도 있었지만 세계여행이라는 말을 꺼내자 다른 길을 선택한 친구도 있고 자유롭게 떠날 수 있도록 주변정리가 잘 된 듯 하다. 여행은 여유로워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용기' 가 있는 자만이 떠날 수 있는 것 같다.그리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이나 로망'을 가지고 있어야만 떠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자원봉사를 할거야 아님 인도에서 뉴질랜드에서 남미에서 어느 나라든지 그곳에 가면 한가지씩 꼭 해보고 싶다는 어떤 꿈을 간직하거나 가지고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없다고 해도 그녀들이라면 할 수 있다.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중재를 잘 하는 사람이 있고 계획을 잘 짜는 서로가 한가지씩 장점을 가지고 있으니 셋이 뭉쳐서 여행을 하는 맛이 남다를 수 밖에. 한 명이 빠져서도 안된다. 그녀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여행을 한다. 결코 결혼이나 그외 것에서 속박을 당하면서도 얻을 수 없는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새로운 곳을 여행하고 낯선 언어를 공부하고 낯선 곳에서 벌레들과 잠을 자면서도 그녀들은 행복하다. 지금 스물 여덟이라는 나이에 하지 않으면 할 수 없을 것 같은 여행, 친구들처럼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여 안정된 생활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나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세계여행을 그녀들은 하고 있는것이다.

어울릴것 같지 않은 세여자가 점점 여행이 길어지면서 하나로 똘똘 뭉쳐나간다. 어느 순간 흐트러질것만 같으면서도 하나가 되는 방법을 그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터득해 나간다. 그리고 서로를 이해한다.젠,아만다,할리가 한 코너씩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여행에세이라면 사진과 함께 해야 읽는 맛이 더 나는데 이 책은 이야기로만 있어 무척 두껍다. 재미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그것도 아니다. 그들이 경험한 이야기들을 읽어 나가다 보니 뉴욕커라도 평범한 우리 이십대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그녀들 또한 평범한 여성이면서 고민도 비슷하고 내 이십대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점점 여행이 길어지면서 단단해지고 그 속에서 스스로 무언가 찾아서 행동하는 그녀들을 본다. 처음엔 익숙지 않아서 낯설던 것에도 점점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대하고 이방인 이면서도 제대로 자신들의 길을 찾아 가는 그녀들이 부럽다. 왜 난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가져본다.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언젠가는 정말 그런 삶을 한번은 살고 싶어진다.

이 책이 만약에 세여자가 하나가 아니라 따로 따로 이야기를 엮아 나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책도 두껍지 않고 사진이 많이 곁들여져서 읽기도 편하고 좋았겠지만 세여자,친구들이 함께 함으로 인해 이야기가 있고 어딜가나 사건과 사고가 끝이 나지 않는 그야말로 살아 있는 진짜 '여행기' 라서 읽을 수록 재밌다. 사진이 많은 책보다 진짜 여행의 맛을 제대로 살린 듯한 느낌이다.떠나 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떠나 본 자만이 풀어 놓을 수 있는 이야기 보따리가 수도없이 줄줄 나오는 그녀들이 부럽다. 그녀들이 스물여덟에 떠나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머물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결혼을 하고 아이를 한 둘 낳고 친구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을테지. 아프리카 어느 부족처럼 아이들이 많을수록 계급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어도 한 둘 아이들을 키우며 육아에 전념하고 있을텐데 그녀들은 새로운 세상을 보고 새로운 삶을 설계할 수 있는 더 큰 세상을 만나고 온 것이다. 그녀들의 용기가 정말 부럽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진짜 떠나고픈 용기를 가지고 가을여행을 가고 싶다.

'라몬이 열여섯 살에 이 일을 시작했고 같이 이 등반로에서 일하고 있는 쉰네 살 된 그의 아버지가 팀의 최고 연장자라는 사실을 언급했다. 라몬은 항상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자기 몸만 한 짐을 짊어지고 있을 때에도 미소를 지었다. 쪼그리고 앉아서 냄비로 우리의 저녁 식사를 요리하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여행객들을 위한 용품들을 짊어지고 가면서도 그들을 격려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삶이 결코 편하지 않았겠지만 그는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 세상을 좀더 넓게 보다보면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를,그렇다고 그들이 불행한 것은 아니다. 그런 삶 속에서도 라몬처럼 웃음을 잃지 않고 웃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여행을 통해 좀더 깊게 각인하는 새로운 경험이 그들이 지치고 힘들 때 생각날 것이다.그리고 현재가 행복이라는 것을 말해줄 것이다. 여행은 그런 것 같다. 떠나보면 현재의 내 삶이 행복이라는 것을 더 깊게 느끼고 오는 것 같다. 떠나 본 후에야 내 집이 행복하고 좋았다는 것을 알듯이 말이다. 그래도 한번 떠나보고 싶다. 세계여행은 아니어도 잠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시간여행,현재를 좀더 단단하게 담금질 할 수 있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게 만든다. 지금 이십대를 살고 그대가 무언가 망설이고 있다면 읽어보라,그리고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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