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 남도답사 일번지, 개정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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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토가 박물관'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는데 내가 알고 있는 문화유산에 대한 것은 얼마나 될까? 아니 얼마나 알고 보고 다니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6>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3>을 읽고 나니 욕심이 생겨 <국보순례>를 얼른 사서 읽었다. 그럴수록 더욱 욕심이 생기는데 필자는 얼마나 문화유산에 대한 생각이 많을까,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에 '1박2일'프로에서 유홍준샘과 함게 '경주 남산' 을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다. 얼마나 좋았던지.한마디 한마디 놓치지 않기 위하여 함께 답사를 떠난 것처럼 귀담아 들었는지 모른다.그러면서 옆에 있는 남편에게 한마디 '언제 꼭 한번 유홍준 샘과 함께 부여답사 여행을 떠나야 할텐데...그게 언제가 될까.' 지난 달에도 그 전달에도 '부여답사' 를 함께 하고 싶었지만 네번째 주말은 기숙사에 있는 딸들이 오기 때문에 집을 비울 수가 없다. 그렇게 하여 늘 바람으로 끝나고 마는 '부여답사' 하지만 내가 포기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꼭 한번 함께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1권 외에 다른 책들도 읽다보니 '문화유산' 에 대한 보는 눈과 태도가 바뀌어가고 있는 나를 본다. 워낙에 이런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고 특히나 산사를 자주 찾기고 그냥 보아 넘기는 것이 아니라 모르면 문화해설사 하시는 분에게 물어 보기도 하고 안내문을 찾아서 읽어보고 꼭 하나라도 얻어 오려고 노력하기에, 아니 좋아하기에 남보다 더 많이는 아니어도 조금더 관심과 열정으로 보고 들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 많은 것들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물처럼 흘러가 버리고 말아 다시 채워 넣어야 하는 그런 반복학습이 필요한 나이 이기에 좀더 관심을 기울이려고 노력을 한다. 그런 내겐 이 책은 정말 더없이 친한 벗이기도 하고 안내자이며 내가 일지 못했던 세상에 대한 눈을 뜨게 하는 책이다.

우리가족이 처음 '해남' 땅을 찾은 것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시절, 봄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데리고 여수 돌산도로 내려가서 천천히 올라오며 이곳저곳을 들르게 되었다. 우리의 여행은 처음엔 남도땅이다.그리고는 올라오는 길에 볼 수 있는만큼 2박3일 혹은 3박4일 동안 여행을 보면서 올라온다. 그렇게 몇 번 여행을 하다보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 갔던 그곳이 모두 기억에 남아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지금 고등학생인 딸들은 그때가 제일 좋았다며 그런 여행을 또 가자고 난리다. 그때 우리가 '다음에 또 와서 보자' 하고 지나친 곳들이 나와 있다. 정말 아쉽다. 하지만 여행은 늘 아쉬움이 남아야 그다음 여행을 또 기약할 수 있는 법이니 슬퍼할 일은 아니다. 가족여행을 하면서도 남도 땅에서 제일 먼저 는에 들어온 것은 풍부한 색감이라고 해야하나 붉은 황토에 초록빛 배추,정말 자연색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곳에서 날아드는 까만 까마귀까지 한 점 그림처럼 눈이 피로하지 않은 야트막한 능선들을 따라 그림이 되고 있었다. 여유로움과 신비로움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어느 한 곳을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운 것이 남도 여행인 듯 하다.  

직접 가서 보지 못했지만 도갑사 도선국사비는 비석 제작에만 17년이 걸렸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얼번에 칠현산 칠장사의 혜소국사비를 보고 왔는데 이 와 생김은 비슷한 듯 하다. 그 비 또한 크기도 무척 컸는데 모두가 다 따로따로 있다. 그 비가 우뚝 서는 날엔 무언가 역사가 달라질 것처럼 비는 아직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도 그 위용이 남달랐다. 그런데 도선국사비는 사진만으로도 대단한데 비를 제작하는데 17년이나 걸렸다니 장인들의 열정이 대단한 듯 하다. 기계화가 아닌 모두가 손으로 쫒아서 만든 것일텐데 남다른 장인정신을 엿본다. 산사에 가면 맞배지붕인지 팔작지붕인지 주심포식인지 다포식인지 배흘림기둥인지 자연목인지 한번씩 읽어본다. 그리고 건축물을 보면 알고 보면 정말 건축물이 내게 말을 하는 것처럼 더 가깝게 느껴진다. 나 또한 번창한 절보다는 오래전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아담하고 소박하고 정갈한 절집을 좋아하기에 웅장한 곳보다는 그런 작은 절집들을 더 찾아 다닌 듯 하다. 무위사 극락보번을 보니 참 단아하면서도 소박하여 좋다. 언제 한번 가서 봐야 할 듯 하다. 측면의 면분활도 넘 좋고 어느 곳하나 소홀히 그냥 지나치지 않은 선인들의 지혜를 엿보는 듯 하다.

남도여행에서 '영랑의 생가'와 '다산초당' 을 다음에 보자고 하면서 지나쳤는데 무척이나 아쉽다. 그 다음에 라는 기회가 여간해서 오지 않고 있으니 그때가 더욱 생각난다. 다산초당은 한승원님의 <다산>과 <초의>라는 작품을 읽으며 더욱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이 책에서 다시 읽다보니 가고 싶어졌다. 영랑의 생가에는 모란이 피는 계절에 가면 좋을 것이고 다산초당엔 그에 즈음하여 함께 가보면 좋을 듯한데 모르고 여행할 때와 책에서 한번 미리 읽어보고 여행할 때는 조금 다르리라 본다. 우리가 남도 여행을 할 때는 동백꽃이 피던 계절에 여행을 해서일까 선운사도 그렇고 여수도 그렇고 동백꽃이 한참일 때라 붉은 빛 동백의 열정을 여행에 담아서 더욱 좋았던 한 부분이기도 하다. 남도하면 '동백꽃' 과 푸른바다가 보여주는 그 풍경이 또한 일품인데 우리 건축과도 동백꽃이 잘 어울리는 듯 하다. 강진과 해남만 해도 가볼만한 곳이 너무 많다. 아니 기억하고 봐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는 정말 크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것들이 들어오고 더 많이 기억된다. 모든 것을 다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여행시엔 꼭 책을 들고 가보고 싶기도 하다.

예산 수덕사와 가야산 주변은 많이 간 듯 하면서도 새롭다. 내가 보는 눈과 다른 눈으로 보여주고 들려주는 수덕사와 보덕사와 남원군묘와 개심사, 개심사는 올 봄에도 다녀온 곳인데도 이렇게 책에서 만나는 내용은 새롭다. 수덕사 또한 몇 번 갔던 곳이지만 시간이 너무 지났다.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다시 간다면 남원군 묘까지 올라가서 모두를 보고 와야 할 듯 하다. 개심사는 이른 봄과 가을에 갔는데 가을 단풍도 너무 좋았다. 겹벚꽃과 겹매가 피었을 때 그리고 목백일홍이 피었을 때 다시 한 번 가리라 한것이 못 가고 있다. 어느 곳이나 사시사철 간다면 또 다른 풍경과 역사를 만날 터인데 한번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없고 가면 갈수록 '착각' 아닌 착각에 빠져 다 알고 있다는 듯 넘겨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책을 읽다보면 그게 아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모르는 역사와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것을,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연계하여 볼 수 잇음을 배운다.

경주의 이야기는 봐도 봐도 끝이 없고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는 곳인 듯 하다. '1박2일' 프로에서도 '경주 남산' 의 7대보물을 찾아 나서며 산행하며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 만으로도 정말 대단했는데 이곳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도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느낀다. 감은사지는 두어번 가려다 포기를 했다. 벚꽃피는 계절에 그곳에 갔다가 너무 많은 여행객들 때문에 거리가 차로 밀려 제대로 여행도 못하고 사람 구경만 하고 왔는데 그때 감은사 삼층석탑을 보러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안정된 자세로 우뚝 솟아 있는 탑의 사진을 보니 얼른 달려 가서 확인하고 싶어진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를 읽다보니 점점 '석탑' 이 좋아진다.예전에는 그리 눈여겨 보지 않던 것들을 눈여겨 보게 되었다. 절집에 가면 돌하나 그냥 흘려 버리지 않고 보게 된다. 그 돌에 숨겨진 역사를 보고 찾아 보려 노력한다.그리고 꼭 한번씩 만져본다. 거칠거칠한 돌에 선조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아 기분 좋을 때가 있는데 석탑도 승탑도 유독 눈에 들어온다. 그것이 돌에서 역사로 우뚝 서기까지 석공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땀방울이 느껴지는 듯 하여 한번 더 보게 된다. 책을 읽으며 많은 것을 기억하고 담기 보다는 그런 것 같다. 역사에 대하여 느끼지 못하던 '행간' 을 느끼고 보게 되는 것 같다.

경주 편에서 '에밀레종' 에 대한 역사를 읽다보니 정말 대단하다. 에밀레 종을 보게 된 것은 중학교때 수학여행이었고 그 때 종소리를 들은 것 같다. 그리고 그 다음 많은 이야기들을 접하게 된 듯 한데 그 모든 역사가 이 책에 담겨 있는 듯 하다. 에밀레종의 분신처럼 다른 종을 주조하고 있다는 다큐멘더리를 보았던 것도 기억이 나는 듯도 하다. 무엇이든 귀하다고 그냥 방치해 둘것이 아니라 '집' 은 사람이 살아야 집도 살 듯이 종 또한 종의 목적을 이루어주어야 비로소 종이 되는 듯 한데 절집 어디를 가도 '종을 치지 마시오' 라는 팻말이 익숙하다. 그런데 내가 행운이었던 것인지 산사에 갈 때마다 귀한 종을 치는 소리를 듣는 기회가 있었다. 속리산 법주사에 가던 날도 전국법회가 있어 타종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무척이나 좋았다. 정말 심장이 찢어질것처럼 깊게 울리는 그 소리에 깜짝 놀랬다. 그런가 하면 안성 청룡사에서도 칠장사에서도 도솔암에서도 많은 절집에서 법회나 그외 일로 타종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왜 그렇게 좋던지, 그 종소리와 함께 하는 춤사위는 어떨까 정말 짐작이 가지 않는다.

내가 가 본 곳이라고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고 나면 책을 들고 한번 더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든다. 내가 간 계절이 아니라 다른 계절에 다른 풍경으로 또 다른 세상을 만나듯 그런 여행을 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수덕사에서 하루 묵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묵은 곳이 수덕여관인지 아닌지 가물가물 하지만 불편해도 좀더 오래된 곳에 한번 묵는 것도 괜찮을 듯 하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그런 곳도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작은 산사나 그외 폐사지도 많이 가봐야 하겠다는 생각도 가져본다.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쳐 가는 곳보다는 좀더 한 곳을 보아도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있거나 하나라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면서 보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지켜야 한다'는 것을 마음자세를 바꾸게 한다. 더 크게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옛것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그렇게 지켜 나갈 수 있도록 여행자도 지킬 것은 지켜주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그저 유희를 목적으로 하는 여행이 아니라 배우고 담는 그런 여행을 한다면 더욱 많은 것이 남는 다는 것을,아니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하나 하나 늘려가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보며 문화재에 대한 애정을 좀더 갖게 만든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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