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서 가을을 줍다






주말에 딸들과 함께 보내다보니 몸이 무겁다. 피곤이 누적이 되어 그냥 있으면 더욱 피곤할 듯 하여 아침 일찍 청소며 그외 할 일을 마치고 산에 갈 차비를 서둘렀다. 여시는 가방을 들고 나오고 모자를 챙기고 물병을 챙기니 외출할 것을 알고는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 데려가 달라고 낑낑, 그런다고 데리고 갈 수도 없다. 바람이 조금만 불면 추워서 덜덜 떠는 녀석 그리고 가을 모기가 더 무섭고 강하다. 애견은 모기가 천적이나 마찬가지이니 물리면 안되니 그냥 집에 있으라 해보지만 녀석 내가 외출하면 저도 가는 줄 안다. 그렇게 녀석을 힘들게 떼어 놓고 혼자 나섰다.

며칠 뒷산에 다녀 몸이 가볍고 좋더니만 역시나 딸들과 함께 한 시간에 많이 먹은 것인지 피곤덕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무게가 내 몸에 달라 붙어 있는 것 같다.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오르고 한숨을 쉬려고 하는데 코스모스가 반은 다 뽑혀 없어졌다. 인간이 얼마나 무서운지 풀이 무성하던 곳이 며칠사이 밭으로 변했다. 꽃도 뽑혀 나가고 풀도 뽑혀 나가고 암튼 그렇게 하여 사람들이 서로 서로 막대기를 꽂아 놓고 줄을 띄우고는 자기땅이라고 하듯 밭으로 변신한 곳을 한참 넋놓고 바라보다 그나만 조금이라도 남은 코스모스가 있는 곳으로 가서 무거운 맘을 날려 버렸다.

꽃이 지고 까만 씨앗이 나왔다.씨앗은 땅에 떨어져 또 그렇게 다음 생을 기약할 것이고 내년에도 이쁜 꽃을 보여주리라.하지만 인간의 이기심에 얼마나 많은 꽃들이 피어날지 무척 궁금하다. 이런 곳에서 경작을 하면 안되는데 시민의 쉼터와 같은 산에 어느 누가 시작한 밭경작인지 한사람이 하니 너도나도 산행이 아닌 경작을 위하여 오른다. 풀이 무성하여 곤충들의 쉼터와 같던 곳은 밭이 되어 무도 배추도 파도 고구마도 깨도 심겨져 있다. 전엔 값을 치를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는데,땅에겐 정말 미안한 인간의 이기심은 끝도 없다.씁쓸함을 달래며 산을 천천히 올랐다.

벌써 한 주가 지났다고 풀의 혹은 나무의 억센 기운이 많이 꺾였다. 이젠 제법 가을맛이 난다. 아카시아 잎은 누렇게 물들기도 하고 변해가고 있고 다른 활엽수도 서서히 물들기 시작이고 떨어져 내리는 것들도 많다. 아카시아 잎은 어느 순간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벌써 제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씨앗이 땅에 떨어져 있고 잎도 떨어진 것들이 많다. 천천히 오르는데 중간정도에서부터 땀이 줄줄 흘러 내린다. 땀이 흐르고나니 이제 조금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이다. 중간 쉼터에 체육시설이 있는 부분에서 잠깐 쉬는데 나무와 나무 사이가 무척 많이 떨어져 있는데 거미는 어떻게 집을 지은 것인지 무척 큰 집을 얼기설기 저만의 멋진 집으로 엮어 놓아 그곳엔 나뭇잎도 도도리뚜껑도 떨어져 내려 있다. 나뭇잎이 공중부양한 듯 하여 한참을 녀석의 재주에 감탄하며 보고 있다가 땀이 식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정상에 올라서보니 오늘은 연무가 끼어 있어 멀리 시내가 흐릿하게 보인다. 정상 쉼터 의자에 여자분이 앉아서 쉬고 있어 다른 쪽으로 향하는데 작은 꽃이 피어 있는 부분에 나비가 많은지,내가 걸어가면 나비들이 일제히 날아 놀랐다가 다시 꽃에 앉기를 반복하여 몇 번을 반복하며 꽃 앞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다시 정상 의자가 있는 부분에 갔다가 알밤을 하나 주웠다. 아니 알밤을 품고 있는 밤송이를 발견했다. 넘 기분이 좋아 주위를 살펴보니 또 하나의 알밤이 떨어져 있다. 누군가에 의해 밤송이들이 무차별적으로 짓밟혀 있는데 다행히 날 위한 것인지 아무 해를 입지 않은 밤송이,신기하다. 오늘은 밤송이만 찍어 보기로 하며 밤송이를 살펴보다가 나도 내것을 저렇게 지키려고 가시를 단단히 해본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겉은 단단하지만 속은 얼마나 맛나고 반짝이는 밤인지.그 맛난 알맹이를 지키기 위한 뾰족뾰족 가시,일부러 녀석에게 찔려가며 알밤을 꺼내어 본다. 집에 가서 옆지기와 나누어 먹을 양식으로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그리곤 하산길로 향하며 다시 밤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서 빈 밤송이들과 조우를 하다가 알밤 하나를 또 주웠다. 기쁘다. 다람쥐를 위해 남겨 놓아야 하겠지만 나도 맛보고 싶다. 내가 먹지 않으면 벌레가 차지할 알밤을 챙겨 주머니에 넣고 주위를 살피다 정말 귀한 것을 발견했다. 은방울꽃의 빨간 열매를 보았다. 가을에 익는 것은 붉은색 열매가 많다. 늘 꽃만 살폈지 열매를 보지 못했기에 담고 돌아서며 오늘은 이것으로도 귀한 것을 얻은 듯 하여 뿌듯했다. 그리곤 새소리와 함께 들여오는 엠피의 신날래 해금음악을 신기하게 들어가며 기분이 좋아져서 하산길을 기분좋게 뛰어 내리듯 한달음에 내려갔다. 그리곤 오솔길로 향하여 소나무 숲이 이어지는 또 다른 숲으로 향하였다.

벌써 소나무숲 입구에서는 향이 다르다. 먼저 오른 산은 활엽수산이라 떡갈나무향이 진한데 이 산은 소나무가 많아 솔향이 짙다. 기분좋게 소나무향을 맡아 가며 오솔길을 걸어 길의 끝에 다다르니 바람이 무척이나 시원하고 좋다. 이 맛에 뒷산에 온다. 정상에서도 소나무숲의 길 끝에서도 맞이하는 시워한 바람,몸의 찌꺼기가 다 빠져 나간듯 몸이 가벼워져서 가뿐하게 다시 온 길을 천천히 기분 좋은 음악을 들어가며 걸어 나오는데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반겨준다. 다시 산의 입구,쉼터 의자가 있는 곳에 잠시 서서 시원한 물을 반병은 마셔주었다. 워낙에 물을 먹지 않아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하여 일부러 산행시에 물을 먹어 주는데 이젠 조금 물과 친해진 듯 하다. 시원한 물이 에너지원이 되었는지 몸이 신선해진 기분이다. 가뿐하기도 하고..기분 좋게 내려오는데 밭을 일군 풀숲에 누군가 화분을 갔다 버렸는지 사랑초 뿌리가 버려져 있다. 화분 가꾸는 것을 잘 못하는 사람인듯,사랑초는 뿌리 나누기를 해서 심어주면 더욱 많은 사랑초를 볼 수 있는데... 주워 주머니에 넣고는 코스모스가 있는 곳에서 발을 멈추었다. 오후의 햇살에 벌과 나비가 훨훨, 그러다 벌을 쫒아 코스모스를 담고 울아파트 뒷길인 산 바로 밑의 길에 가로수가 붉게 물든 곳이 있어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단풍을 만끽했다. 너무 이른 단풍인가... 그래도 기분이 좋다. 이번주에도 자주 산을 찾아야 할 듯 하다.

2011.10.10









코스모스 씨





이게 뭐람..ㅋㅋ













 













 


 

 

 



은방울꽃 열매


 


 









고구마꽃...처음 봤다 고구마에도 꽃이 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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