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다녀오다




취꽃


지난 명절에 방아찐 것이 있는 줄 알고 늦게 말해서리 오빠들이 모두 가고 난 다음에 방아를 쪄 놓은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엄마의 쌀통에서 먹을 것만 조금 퍼 왔다. 그렇게 하여 이번 주말에 휴일도 끼고 넉넉할 듯 하여 엄마께 전화를 드렸더니 열무김치도 먹지 않은 것이 많이 남아 있고 와서 가져가란다. 오빠들 보고 방아를 쪄 놓으라고 할테니 그도 가져가라고 하시는 엄마,하지만 큰놈의 계속되는 논술이 있어 맘을 못 놓고 있었기에 1일에 동창들 모임이 있다고 하는데도 가지 못하고 그냥 보내고 말았다.

막내가 눈에 다래끼가 났다고 하여 약국에서 약을 구매했기에 겸사겸사 큰놈과 막내를 점심시간에 보기로 했다. 아0에서 떡볶이와 순대 튀김을 넉넉하게 사 가지고 갔더니만 녀석들 기분이 좋지 않은지 얼마 먹지 않아 괜히 우리것까지 따로 사가지고 갔는데 남게 되었다.녀석들이 먹다 남겨 놓은 것으로 우린 점심으로 먹고는 녀석들과 만남이 결코 좋지 않아 씁쓸함을 안고 시골로 향했다.

엄마집에 있는 곳에 다다르니 방아 찧는 소리가 난다. 옆지기가 '오빠가 오셔서 벌써 방아 찧고 있나 보네.' 해서 주차하고 가보니 정말 큰오빠가 방아를 찧고 있었다.기계로 하는 것이니 금방 하겠으니 작은오빠가 오면 해 놓으라고 하신다고 엄마가 하셨는데 큰오빠가 생각지도 않게 마춤하게 와서 엄마것과 우리가 가져갈 것을 쪄주었다.
녀석들 주려고 샀던 떡볶이와 순대를 풀러 놓고 앉아 오빠들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안마당 화단에서 마씨를 땄다. 화분에 심어 놓았던 것이 씨를 여기저기 퍼뜨려 아버지 살아 계셔서도 못된것이라며 뽑아 내느라 수고를 많이 하셨는데 지금도 화분 여기저기에서 많이 나와 씨를 줄줄이 매달고 있다. 손에 마씨를 따다보니 한가득,아니 넘쳐 난다. 엄마는 그거 왜 따냐고 하시기에 '엄마,이거 밥에 콩처럼 넣어 먹으면 맛있데.건강에도 좋고...' 내가 어느 책에선가 보고는 엄마께 말씀 드렸는데 엄마는 모두 따서 버렸단다. 그런데도 대롱대롱 많이 매달려 있어 따고보니 한번은 해 먹을만큼이다. 내 이야기를 듣던 엄마는 그거 집 주변에 많다고,그런데 큰오빠가 몇 번은 거두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도 남은 것이 있으니 한번 나가 보았다. 옆지기와 작은오빠와 함께.

그렇게 포도나무가 있는 곳에 갔더니만 와..커다란 마씨가 주렁주렁 달린 것이 많다. 땅에 떨어진 것도 많고.이녀석은 생명력 번식력이 무척이나 길다. 살짝 건드려도 씨가 떨어져 척박한 곳에서도 바로 잎을 틔우니 한번 심으면 여기저기 번져서 천덕꾸러기가 되는 듯 하다. 작은 반찬통을 들고 나가서 몇 번은 해 먹을 만큼 마씨를 땄다. 엄마는 저녁밥을 안치시는데 동부와 생밤을 넣으시고 내가 이걸 따 들고 들어오기 전에 밥을 하시려고 해서 못하게 하고는 부억에 들어가 마씨를 닦아서 밥에 넣는데, '얘, 그거 많이 넣지 마라.' 울엄마 처음 먹어보는 것이라 맛을 모르니 걱정이셨던 것이다. 엄마말을 안듣고 '엄마 마는 몸에 좋은거야.' 하면서 두주먹을 닦아 넣고 밥을 했다. 생각보다 마씨밥이 맛있다. 생것을 씹어 먹어보니 완전 '마' 맛인데 밥에 넣고 한것은 '찐고구마' 맛이다. 작은오빠도 맛있다며 먹고 옆지기도 맛있다고 먹고 그렇게 하여 남은 마씨를 오빠네와 나누어 가져왔다. 집에서도 한 번 해 먹어 보려고.

시골에는 아버지가 안계시니 유실수들이 제일 먼저 표가 난다. 밭에도 물론 여기저기 표가 나지만 아버지가 계실 때는 주렁주렁 열렸던 감나무가 훵하다. 소독도 제대로 안하고 정성이 부족했던 탓인지 아버지가 가시고 난 후 감나무에 감이 제대로 열리지 않고 있다. 약초가 심더진 밭에도 풀이 무성하고 텃밭은 그런대로 엄마가 잘 가꾸셔서 무도 무척 크고 배추도 속이 안고 있었지만 엄마의 얼굴에서도 아버지가 안계심이 서운함으로 나타난다. 내년부터는 텃밭은 그런대로 심겠지만 멀리 있는 밭은 무얼 심어야할지 고추도 안심을 것이고 다른 작물도 어려울 것 같다는 엄마 말씀,그렇다고 우리가 자주 가서 이런 일을 하기도 그렇고.그래도 시골에 엄마가 계시고 오빠들이 왔다갔다 해서 겨우 이것저것 얻어 먹고 있는데 갈수록 큰일이다.아버지가 계셨더라면 더욱 풍성한 가을이었을텐데 벌써 그 빈자리가 많이 느껴지고 아버지가 그립다.엄마가 주시는 쌀,열무김치,대파,들기름,참깨,시래기,풋고추,호박,상추 등을 가지고 늦은 시간 집으로 향하는데 혼자 대문을 잠그기 위하여 기다리시는 엄마를 보니 맘이 무척 쓰리고 아프다. 자주 찾아 뵈어야 하는데 늘 맘뿐이니...

2011.10.2







담장밑에 심은 취가 두어개 무슨 나무처럼 커서 꽃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화살나무..이 나무만 유독 단풍이 들었다



아버지가 심고 가꾸시던 단감나무..



텃밭에 배추와 무


벌써 무가 엄청 크다






마씨를 넣은 밥...마씨가 익으니 찐고구마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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