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서운산 가을산행을 다녀오다



'내일은 산행이야~~서운산 547.4m 알았지..' 했는데 정말 다녀오게 되었다.
내가 산행가자고 꺼내놓고 금요일 밤에도 그리고 토요일 아침에도 맘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처럼 뱅글뱅글 돌고 있었는데 금요일 밤에 늦게 자기도 했지만 토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피곤했다. 갈까말까 영화볼까..하다가 그래 그냥 가자로 굳어졌고 아침을 먹고 바로 둘은 각자의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지난번 여름휴가 때 칠갑산을 다녀오고 그와 서운산엔 정말 오랫만이다. 지난 늦은 가을에 다녀오고 서운산은 처음이다. 우린 서운산을 정말 자주 다녔었다. 내가 산을 못 오르는데 이 산으로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고 서서히 다른 산을 다니게 되었다.그런데 이젠 이렇게 맘 뿐이고 너무 멀리 했다니...

그는 커피와 메밀차를 물병과 보온병에 준비하고 난 아침상을 차리며 계란을 삶고 그는 사과를 깎아서 통에 담고... 그렇게 각자의 가방을 싸고는 잃어버린 물건이 없나 확인을 하고는 나갔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들어와 보조주방문을 조금만 열어 놓고는 나가는데 여시가 '또 나가~~' 하는 눈으로 바라본다. 차에 올라 출발하려고 보니 핸드폰을 안가져왔다.이런 내가 아닌데 요즘은 한가지씩 놓고 나오니 나이는 못속이나보다. 얼른 올라가 핸펀을 챙기는데 여시가 나와보지도 않고 이불위에서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잘갔다와~~' 하는 얼굴로 쳐다본다. 우린 그렇게 자주 가던 그 길을 정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입장을 지나고 안성 청룡사주차장으로 향했다.

주말이라 주차장은 만원,그래도 자리를 잘 잡아 주차하고는 '출발' 을 했다. 서운산으로.. 다른 사람들은 서둘러 가는데 우린 느긋하게 가기로 했다. 물봉선이 이쁘게 피어 있는 길을 따라 가을을 느끼며 산으로 향하는데 정말 바람이 너무 좋다. 벌개미취가 이쁘게 피어 있고 길 옆 밭에서는 들깨익는 냄새가 고소하게 나고 호두나무엔 벌레가 들었는지 잎이 다 떨어져 있고 단풍나무잎은 서서히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밭엔 김장용 무와 배추가 자라고 있고 벼는 여름을 우기로 호되게 지나고 가을 뜨거운 햇볕에 고개를 서서히 숙이기 시작했다. 역시나 계절은 못 속인다. 가을은 가을이다. 잠자리들이 여기저기 날아 다니기도 하고 앉아 있기도 하고...

집에서는 바람이 약간 추운듯 하여 긴팔을 꺼내어 입었다가 옆지기가 덥다고 하여 반팔에 팔토시를 하고 조끼를 입었지만 나와보니 딱 좋다. 아마 산을 오르며 더울 듯. 주말이라 부부들이 많이 오르고 우리보다 늦게 온 분들이 저만치 앞서서 가도 우린 그저 느긋하게 꽃을 즐기고 나무를 즐기고 날씨를 즐기고.졸졸 물소리를 들어가며 매미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어가며 오르다보니 내가 힘들어 몇 번은 쉬는 곳에 이르기도 했지만 천천히 올랐기에 딱히 오랜 시간을 쉬지는 않고 올랐지만 시간이 조금 걸려서 은적암에 오르게 되었다.그도 무릎이 않좋고 나도 않좋아 정말 천천히 올랐는데 걷다보니 덥다.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하는 도토리 구경하며 올라가다보니 매미가 죽은 것도 있고 우리와 함께 시작했던 사람들은 뛰어갔다 오는지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도 보이고... 하지만 그런것 하나도 부럽지 않다. 난 나대로 올라가면 되니까.

올라가다 은적암 밑에 조릿대가 많은 부분에서 다래나무 밑을 살피다 떨어져 내린 참다래를 하나 주었다. 또 달려 있는것이 있나하고 살피고 있는데 우리가 그러니 오르던 사람들이 모두 우리가 살피는 곳에 와서 다래를 찾는다.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누가 하나만 하면 따라쟁이처럼 따라한다. 다래를 쪼개어보니 그래도 익었는지 다래맛이 난다.슬쩍 맛을 보고 상사화가 이쁜 은적암으로 갔는데 상사화가 모두 졌다. 아니 우리가 너무 늦게 와서 이제 다 져가는 상사화가 몇 개 남아 있어 그것으로 족했다. 상사화가 많아 정말 이쁜 곳인데..8월에 왔어야 하는데 아쉽다. 그래도 이렇게 오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좋다. 은적암에서 물을 마시며 쉬고 있는데 옆에 계시던 분들이 '자연송이'를 가져오셨다. 약수물에 자연송이를 닦아 먹기 좋게 찢더니 하나씩 맛보신다.그러다 우리에게도 한 쪽씩 나누어 주셨는데 정말 향이 좋다.솔향이 입안에 그리고 몸 안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가을엔 버섯을 조심해야해서 아는 것도 따지 않고 구경만 하려고 하는데 이럴땐 욕심이 난다. 그래도 맛 보았다는 것이 어딘가,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는 남은 0.6km 길을 오르는데 그도 힘들다.쉬며 쉬며 오르다 참나무가 썩은 것에서 버섯을 발견했다. 아래 할머니들이 파시던 것인데 긴가민가하여 사진만 찍고 따지를 않았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그 버섯이 '가다발' 버섯으로 무척 비싸게 팔리는 버섯이며 지금 한철 나오는 버섯이란다.아깝다.

오르막을 쉬며 쉬며 오르다보니 내려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래도 우린 중간에 포기하려다 오르는 것이라 우리의 목표를 향하여 한 발 한 발 앞으로 앞으로. 그렇게 오르다보니 오르막 길도 다 오르고 정자가 있는 부분도 지나고 정상에 도착하게 되었다. 정상에는 쉼터가 잘 조성되어 있고 주말엔 '옥수수 막걸리' 를 팔기에 한 잔씩 시원하게 마시고들 가는데 옆지기도 한 잔 하잖다. 정상을 찍고 한 잔 하자고 정상 표지석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와우, 정상에 전망대가 생겼다. 언제 이렇게 바뀐거야. 우리가 왔던 작년에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정말 너무 오랫동안 오지 않았나보다. 정상에 이런 시설을 많들어 놓으니 좋은데 그대신 나무들이 많이 잘려나갔다. 자연이 많이 훼손된 상황에서 우리의 편의시설을 얻은 것이다. 정상에서 잠시 앉아서 멀리 경치를 구경하고 막걸리 파는 곳에서 옥수수 막걸리를 한 잔 시원하게 하고는 내려오다가 정자에 앉아 우리의 점심인 삶은 계란과 메밀차 커피 사과를 먹었다. 정자는 정말 바람이 너무 시원하다. 작은 정자엔 우리 말고도 다른 부부가 있었는데 아예 그 부부는 누워 잠을 잔다. 우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쉬다가 조심 조심 내려왔다.

어느 길이든 오르막은 힘들다. 인생길도 그렇고 산행길도 그렇고 하지만 내려오는 길은 정말 쉽고 빠르다.그렇게 힘들게 오르던 길을 금방 내려오고 말았다. 그가 무릎이 많이 아프니 조심하며 내려 왔건만 말이다. 날이 더워 힘들어 계곡에 물도 많이 내려가고 시원한 듯 하여 탁족을 하고 가기로 했다. 알맞은 자리를 잡고 앉아 하루 고생한 발의 양말을 벗고 시원한 계곡의 물에 발을 담갔다. 와... 정말 시원하다. 피곤이 다 풀린다.그가 십분만 담그고 가자고 했는데 음악을 들어가며 물소리도 듣고 그렇게 한참을 앉아 발을 담그고 나니 발부터 다리까지 시원하고 개운하고 정말 좋다. 물고기가 와서 가끔 깜짝 놀라곤 하다가 이곳을 벗어나 안성 칠장사에 가기로 하여 가져간 수건으로 발을 씻고 청룡사까지 걸어 오는데 발이 개운하니 발걸음이 가볍다. 산행을 했지만 피로가 싹 가시니 기분도 날아갈 듯,그렇게 청룡사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어떤 아저씨 한 분이 장바구니에 버섯을 가득 따가시는데 우리가 보았던 버섯이다.아저씨를 불러 그 버섯이 무슨 버섯인지 물어보니 아저씨는 다른 버섯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는데 그 버섯을 따지 않았다고 말씀이 많으시다. 주차장에 와서 절 앞에서 농산물및 산에서 나는 것들을 파시는 할머니에게서 '도토리묵가루'와 '애호박' 두개를 샀다. 할머니는 가다발 서벗에 대하여 물어보니 맛있는 버섯이라며 가격을 낮추어 주겠다며 사가란다.하지만 식구가 없으니 이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안성 칠장사로 향했다.

2011.9.3




 





 
이게 무엇인지.. 버섯처럼 나무에 생겼는데 동물의 털 비슷하다. 그런데 털은 아니라는..

 


 
매미의 시대는 서서히 가고 있고 이제 도토리의 계절,가을이 오고 있다



둘레가 무척 큰 나무인데 속이 비었다.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다


 
다래...


 
너희들은 누구냐~~~








 



은적암


 
작은 암자다. 산신각과 대웅전.



참나무에 있던 '가다발' 버섯인듯..







대박..옆지기가 가다가 세운다. 노란망태버섯이 많은 곳을 발견했다.


 


 


 
진달래터널...봄엔 정말 멋지다.



헬기장..여기에서 보면 청룡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정상 쉼터에서 옥수수 막걸리 한 잔.. 날이 더워서일까 정말 시원하고 맛있게 먹었다


 
옥수수 막걸리를 지고 올라오시고 있는 아저씨...


 
정상에서 내려오다 있는 정자에서의 점심. 저 풍경을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과 함께...


 
버섯들...




 
시원한 곳에서 발의 피로를 풀다


 
숲길을 걸어서 다시 주차장에 도착,이곳에서 할머니께 도토리묵가루와 애호박 두개를 샀다


 
산에서 채취한 것들과 직접 기른 농작물을 파신다. 도토리묵,가다발버섯,영지버섯.



힘들어도 산행을 하고 나면 기분이 정말 좋다..오늘 하나의 숙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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