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어젯밤 늦은 시간에 큰딸이 기숙사에 들어가 전화를 했다. 에너지 고갈이라고..
가기전부터 자소서를 쓰느라 잠을 못잤는데 그것이 계속되다보니 녀석 힘든가보다.
워낙에 저질체력이라 더 한 듯 한데 하루도 못 버틸것 같다고 하여 학교앞 아파트 단지내 상가의
병원에 가서 영양제를 맞으라고 했더니 시간이 없단다. 자습만 하고 있는데 공부할 것 싸들고
가서 주사를 맞으라고 해도 안된다는 녀석,그럼 엄마보고 어쩌라구..
오늘 점심시간에라도 꼭 다시 전화하라고 했는데 기다려도 전화가 오지 않으니 걱정이다.

자소서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으니 담임한테 한소리 들었는지 그것이 또한 맘에 맺혀
엄마에게 풀어 놓느라 그런것 같기도 하고 요즘은 정말 녀석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나 또한 감정의 기복이 심해졌다. 막내도 일요일에 수행 때문에 나와야 할 듯 하다고 하고
큰딸 또한 병원에 가야 할 듯 하여 주말에 옆지기와 다시 산행을 계획해 놓았는데
녀석들 때문에 물건너 갔다. 녀석의 전화가 올까 하고 아침부터 다른 일은 집중도 못하고 기다리는데
아침부터 정말 짜증나는 전화들만 온다. 돈 꾸어달라.. 반비를 더 내라... 보험사의 전화에
친구의 전화가 와서 한바탕 수다..영양가 없다. 기다리는 전화는 오지 않고.

옆지기의 지갑을 사러 나가야 하는데 그 또한 그냥 인터넷 ㄱ쇼핑몰에서 해결했다.
하는 길에 내 가디건과 긴팔티도 덤으로 추가를 했다.세일에 눈이 멀어 카트에 담다보니
오프에서 사는 지갑값이다.지갑은 오늘 따라 15%할인쿠폰이 들어와 있길래
생각보다 조금 더 할인을 받아서 구매를 했다. 시내에 나가 구매를 하면 그 덕분에
친구도 만나고 간만에 친구와 수다도 나누고 친구의 아들들 또한 고3이니 정보도 교환하려고
했는데 큰딸의 전화도 기다려야 하고 옆지기의 카드가 온다고 했다니 받아야 하고...

어젯밤엔 꼬박 밤을 새듯 했다. 옆지기가 긴 여름휴가 후 간만에 출근을 하기도 했지만
지갑사건 때문인지 겸사겸사 직원들과 한 잔 하고는 늦게 들어왔기에 이야기도 나누다
옆에서 자려니 시끄럽다. 그가 회식을 하고 들어오는 날은 난 잠을 못 잔다.
거실에서 잘까 아님 딸들의 방에서 잘까 하다가 그냥 옆에서 누워 있다가 밤을 꼴딱 샜다는..
그리곤 아침 일찍부터 돈 꾸어 달라는 전화를 받으니 짜증, 요즘 돈 쌓놓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애들 등록금이 장난이 아니니 등록금 내는 때 부모들은 얼마나 속이 탈까 생각은 들지만
그렇다고 새벽 댓바람부터 돈을 꾸어 달라는 전화는 그렇다. 그리고 내 사정도 뻔하게 말했는데
계속해서 사정한다는 것은 감정만 상할 뿐, 난 그런 일을 겪지 않으려고 아이들 앞으로 적금을
넣어 놓았다. 미리 학자금을 마련해 놓으려고 들어 놓아서인지 조금은 안심이 되고
그런 일로 인해 지금은 조금 쪼들리며 살고 있지만 얼마 되지 않은 목돈이라도 녀석들 뒷바라지에
도움이 될 듯 한데 그래도 연년생이라 걱정이다. 어디를 갈지는 모르겠지만...

큰녀석 어떻게 잘 버티고 있는지...학교로 가봐야 하는지 아님 전화를 기다려야 하는지...
처서가 지나서인지 제법 바람이 쌀쌀하다. 여름에 모두 열어 놓았던 베란다 문을 이젠 조금만
열어 놓고 다 닫았다. 여시는 옷을 입고도 오돌오돌, 내 무릎만 파고 들고 나 또한
얇은 이불을 덮고 있으니... 긴팔 긴바지는 입기 싫고 그렇다고 문을 열어 놓으면 춥고
냉커피도 온커피로 바꾸고 절기는 어쩔 수 없는 가을인가 보다. 매미소리보다 풀벌레 소리가
더 강하게 들려오고 사뭇 바람도 차고 모든 기운이 가을이다.

201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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