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바람 그리고 사막 - 미국 서부 횡단 김영주의 '길 위의' 여행 1
김영주 지음 / 컬처그라퍼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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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온 나의 여행길이 스쳐갔다. 햇살이 있었다. 비와 바람도 있었다. 푸르른 하늘과 음침한 구름도 있었다. 인생과 꼭 닮았다.' 가족이나 일 그외 모든 것을 등지고 여자 혼자 미국 서부 횡단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도전정신을 가지지 않고서는 실천에 옮기기 힘든 여행인 듯 하다. 그곳이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완만한 곳도 아닌 정말 광활한 사막이라면.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못 갈 곳은 없겠지만 지역이 지역이고 다른 곳보다 조금은 힘든 곳이라 생각되는데 왜 그토록 그곳에 가고 싶었을까? 지금 가지 않으면 죽을 때 후회하게 될까봐.

글에서 다른 어떤 말보다 제일 와 닿는 말은 '여행은 인생과 꼭 닮았다' 라는 말이다. 언제 어떤 어려움과 맞부딫힐지 모르는 상황에서 거진 혼자나 마찬가지인 상태에서 험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들텐데 얼마간은 후배 M과 함께 였지만 그나머지 시간은 혼자서 비와 바람과 태양과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 혼자서 어려움을 감당해야 하는 인생고 무엇이 다를까? 희로애락이 있는 인생처럼 여행도 그와 꼭 같은 것 같다. 태양이 있으면 비가 있고 바람이 있고 뜻하지 않은 인디오들을 만날 수 있고 교통사고를 바로 앞에서 만날 수 있는 위험천만 순간 순간들이 모여 있지만 '길' 이 있어 떠나고 싶은, 떠야만 할 것 같은 여행, 그런 여행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듯 하다.

가까운 곳으로 떠나려고 해도 이것은 내려 놓고 저것을 내려 놓고 한참을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는 나와는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그렇기에 그 험한 여행후 이런 멋진 여행기도 덤으로 얻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보면 인생도 여행도 정말 도전이다. 도전해서 안될 것이 없다. 하지 용기가 없어 하지 않을 뿐이지 도전한다면 어디쯤엔가는 가서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나도 사막여행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다른 여행은 그리 부럽지 않은데 티비 테마여행에서도 보면 '사막여행' 이 제일 부럽다. 왜,내가 가지 못할것을 알기에 그리고 그들은 그 여행을 지금 하고 있기에.다른 사막과 달리 그녀가 보여주고 있고 밟고 온 사막은 '화이트샌드' 이다. 붉은 모래사막도 정말 멋지던데 화이트샌드는 꼭 바다처럼 정말 멋졌다. 그곳에 나란히 찍혀 있는 그녀의 발자욱,도전을 시도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흔적이고 증표다.길에서 어떤 힘든 여정이 있었다고 해도 그 모래사막에서는 모든것들이 다 씻겨 나갈 수 있을 듯 하다.

여자 혼자의 장거리 여행은 자살행위다.
왜 여자는 이런 여행을 떠나면 안될까? 왜 모두가 안된다고 어렵다고 생각할까. 하지만 그녀는 멋지게 해냈다. 아니 그녀의 도전정신이 해냈다. 세찬 비바람에 앞이 보이지 않아도 혼자서 능숙하게 운전을 하며 낯선 길을 찾아 목적지를 향하였고 새롭게 만난 그곳에서 자신을 내려 놓고 여유를 부리며 쉴 줄도 알았다. 정말 어찌보면 글과 글속에는 그녀가 다하지 못한 더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겠지만 그녀가 끄집어 낸 글마져도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모두가 '자살행위' 라고 하는 일을 이루어냈기 때문일까, 그녀가 이루어낸 것보다 먼저 그런 여행을 꿈꾸고 떠났다는 것부터 부럽다. '캐리조조를 떠나 서쪽으로 방향을 튼 우리는 뉴멕시코의 굵은 허리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더 이상 마을은 보이지 않는다. 야생의 기운이 거친 땅을 에워 싸고 있다. 소들소들 솟아난 풀과 제멋대로 나뒹구는 돌멩이. 저 멀리에는 황금색의 낯은 언덕이 파도처럼 굽이친다. 하늘은 너무 넓고 땅은 너무 크다. 사람은 너무 없고 길은 너무 적적하다. 지평선의 끝이 열브스름한 빛을 띤다. 마치 그뒤에 망당대해라도 펼쳐질 것 같다.' 영화를 보다보면 광활한 대지에 있는 길, 그 길에는 아무것도 없다. 정말 망망대해와도 같은 그 길을 달리는 차. 그렇게 한번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보게 된다. 하지만 막상 그런 길을 혼자 운전하며 달리다보면 얼마나 무서울까 하는 생각도 가져보게 된다.주유소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숙박시설이 없다면 길을 잘못들었다면... 위험이란 어느 곳에나 도사리고 있는데 기분만 즐길 수 없는 처지임을 알면서도 그시간이 너무 부럽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인생에 한번 해볼까 말까한 여행이며 인생에 한번 볼까 말까한 것들 그리고 한번 달려볼까 말까한 길, 모든 것들은 두번이 아닌 정말 한번뿐일 수 있기 때문에 더 값지고 아름답고 힘들지만 즐길 수 있으리라.어찌 태양이 쨍쨍 내리쬐는 맑은 날만 기대하며 읽고 보겠는가, 흐린 날도 비 오는 날도 글과 사진으로 전해지는 그 힘겨움도 여행후엔 모두가 값진 것들, 그 모든 값진 것들이 그녀의 잔잔하면서도 깔끔한 글에 모두 녹아나 있다.한 장이 시작될 때마다 있는 '노란 문'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새로운 것들이 새로운 세상이 반겨주듯 흔히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이 담긴 사진으로 글로 만족을 시켜준다. 이번 여름을 휴가를 물려서인가 더 설레이고 부럽기만 한 미국 서부 횡단 여행은 영화 <델마와 루이스> 의 뒷자리에 앉아 있는 기분처럼 작가의 SUV 차량 뒷자석에 여유롭게 편승해 밖을 내다보듯 나 또한 여유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그녀가 틀어주는 노래를 들어가며 황량한 길과 벌판을 따라가다 보면 어딘가에서 '이상향' 을 만날 것만 같은,화이트샌드를 지나면 꼭 나올것만 같은 망망대해를 본 듯한 느낌은, 그곳에서 어쩌면 잊었던 자신과 더욱 친밀하게 만나지 않았을까.자신의 내부를 좀더 깊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자연에 비하면 정말 나약하고 한 점 모래보다 작은 인간, 자신을 보며 더 많은 자신감과 열정을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아니였을까.트레킹 여행도 좋고 섬여행도 좋고 하지만 이 책을 보다보니 때론 음악으로 때론 책 속 문장으로 때론 영화의 한 장면으로 그렇게 그녀의 여행은 '로드뮤비'가 되지 않았나.이 책을 읽고나니 그녀의 다른 책들을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다음 여행책이 기다려진다.나도 가방을 싸서 빨리 떠나고 싶다.어디론가.사막은 되지 못하겠지만 가까운 바다라도 떠날 수 있도록 가방을 싸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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