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나카무라 코우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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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계신가요? 아니 어떤 여름휴가를 원하시나요?
말만 들어도 설레이고 기분 좋은 '여름휴가', 그것도 아이들이 어릴때는 좋았다.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올라가고 부터는 부모와 함께 하지 않으려 할 뿐 아니라 함께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것이 우리네 아이들의 현실이다. 나 또한 여름휴가 뿐만이 아니라 여행을 아이들이 중학교 1학년까지만 실행에 옮긴 듯 하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아이들이 부쩍 커 있어 우리와 함께 하지 않으려했다. 함께 할 시간도 없었고. 아이들이 어릴때는 체험학습이나 견학 그리고 물놀이등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휴가를 계획했고 그렇게 또한 보내온 듯 하다. 어릴때 물놀이를 가지 사춘기에는 가자고 빌어도 가지 않는다.아니 함께 하려하질 않는다. 어디 여행가자고 하면 '엄마 아빠 둘이서 다녀오세요~' 그게 되돌아 오는 말이다.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고부터 휴가는 남편과 둘이서 함께 하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아니 아이들과 일주일 집에서 함께 한다. 휴가를 반납했다고 과언이 아니다. 집에서 무작정 쉬겠다는 것이다. 일상이 피곤하고 힘들기에 일주일 만이라도 푹 쉬고 가겠다고 하는 딸들, 덕분에 우린 잠깐씩 주위에 바람을 쐬러 나가기도 하고 가까운 영화관을 찾는 것으로 보내곤 한다.가족이 함께 모이는 것이 이젠 휴가다.

여름휴가, 처음 계획은 거창하다. 아니 그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이고 무슨 대단한 계획이 나올것 같지만 막상 뜨거운 햇볕아래 돌아다니려 하면 정말 힘들다. 어딜가든 사람에 치이고 더위에 들볶이고 정말 시원한 나무그늘이나 물가에서 쉬는게 최고다. 아이들이 어릴때는 늘 바닷가에 갔다. 하기휴가장에 가서 텐트에서 몇 박씩 잠을 자며 모기도 물려보고 밤에 불꽃놀이도 해보고 갯벌에서 조개도 캐고 물놀이도 하고 그렇게 보낸 시절이 있었지만 그러다 시원한 곳을 찾아 체험학습 비슷한 것으로 발전하던 여름휴가를 중학교에 올라가고 한번은 산행을 가자고 했다.기겁하는 녀석들을 데리고 비가 올 듯한 날씨에 산으로 했는데 장마가 시작된 것이다. 산 초입에서 바로 뒤돌아 나왔는데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경험하고 돌아 오기도 했다.거창하게 세웠던 계획들은 하나 둘 힘들고 더위에 지쳐서 '집이 최고야..' 하며 집으로 향하기를 원하던 시간, 이젠 모두가 추억이 되었다.

그렇다면 '여름휴가' 는 어떤 내용일까. 우리나라 소설이 아니고 일본 소설이라 그런지 조금은 낯설기도 하고 밋밋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름휴가에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모두 담겨져 있다. 불꽃놀이 밤산책 게임 여행 물놀이...밋밋한 속에서 작가가 감추어 놓은 소재들을 따라가다보면 여름휴가를 다 보내고만다. 재택근무로 매뉴얼을 작성하는 직업을 가진 마모루는 직업만큼이나 꽤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같다. 그가 대면하는 사람들을 표현해 나가는 글을 읽다보면 여자처럼 세심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반면에 그와 함께 하는 유키는 반대로 활달하다.게임을 할 때도 보면 마모루 보다는 더 활달하고 적극적이지 않나싶다. 동거를 하던 그들은 강변이 보이는 집이 당첨이 되어 유키의 엄마와 함께 살게 된다. 차를 끓이는 남다른 솜씨를 가지고 있는 유키엄마, 번역이 그래서일까 장모임이라기 보다는 '그사람' '엄마' 로 표현되던 유키의 엄마와 마모루는 딸 유키보다 함께 하는 시간이 더 많다. 그러니 장모님의 장점을 정말 잘 집어내는 마모루, 특히나 차에 대한 일가견이 있는 장모님 그래도 그들은 별 마찰없이 잘 지낸다.

그러다 그 집에 첫손님으로 유키의 친구인 요시다와 마이코 부부가 오게 되었고 그들은 게임을 하게 된다. 유키와 요시다가 게임에 그래도 소질이 있고 마모루는 별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게임도 하고 강변산책도 하던 그들은 한부부가 이혼하게 되면 다른 두사람도 이혼을 하겠다는 말을 꺼내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카메라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취미를 가진 요시다가 갑자기 가출을 하게 된다. '십여일 후에 다시 돌아오겠음' 하지만 그것은 엄연한 가출이다. 그가 왜 가출을 했을까.그를 찾으러 가자는 의견에 모두가 '여름휴가'를 가자고 하고 유키와 마이코가 먼저 떠나게 된다. 하지만 그 사이 요시다가 돌아오게 되고 마모루와 요시다는 함께 그녀들과 중간에서 만나자는 전보를 보내고 그녀들과 함께 하기 위하여 온천으로 떠난다.

마모루와 요시다의 어울리지 않는 '가출겸 여름휴가' 가 시작된 것이다. 가출이라고 했지만 휴가를 보내러 가는 그들, 그들이 묵을 곳엔 그녀들의 전보가 와 있고 다음날에 오겠다는 것이다.그렇다면 낯선 곳에서 남자 둘이 함께 하룻밤을 보내야만 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데 두남자 과연 잘 보낼 수 있을까? 남들의 시선에 둘은 어떤 모습으로 보였을까? 처음엔 어색하던 분위기를 마모루가 역전시켜 둘은 가까운 사이처럼 새벽에 함께 온천욕도 즐기고 꽤 즐겁게 보낸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들이 있는 곳에 오지 않고 다시 집으로 간다는 전보, 그들은 어색하게 다시 집으로 향한다. 집에는 또다시 그녀들의 전보가 기다린다. 요시다의 가출을 '게임한판' 으로 승부를 겨루어 요시다가 지면 이혼하겠다는 것,갑자기 무슨 게임 한 판으로 인생을 결정하겠다는 것인지. 하룻밤을 보내고 스스럼없어진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그녀들을 이길 방법을 모색한다.

하지만 그녀들 역시나 열심히 함께 게임연습을 하고 있다. 서로의 역할을 잘 찾아 연습하고 있는 그녀들,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 마모루는 '트릭' 을 써서 그녀들을 이겨보려고 했지만 2:2 게임에서 그들은 그녀들에게 진다. 요시다는 유키와 둘이 단판으로 게임을 하자고 신청, 유키를 이긴 요시다와 마이코는 이혼을 하지 않게 된다. 게임 승리후 나오는 <위풍당당 행진곡> 처럼 그들 두 커플은 그런 시간을 다시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엄마' 가 '가출선언' 을 한것이다. 왜, 엄마가 가출을 해야하는가?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사태는 최악이라고 말해도 좋을지 몰라요. 하지만 이렇게 돌아왔습니다. 가출이라든가 여행 같은 걸로 뭔가가 변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돌아왔으니까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름휴가,처음 시작은 무언가 대단하거나 그런 것을 얻을 것이라 생각을 하고 떠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집 나가면 고생이고 역시나 집이 좋듯이 변한것은 없다. 휴가도 좋지만 일상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요시다 역시 집을 떠나보고는 혼자만의 취미인 카메라조립을 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마이코와 함께 살아야 함을 간절하게 느끼고 왔는데 그녀들은 그런 요시다가 흔들리지 않는지 '게임 한 판' 으로 시험을 해 본다. 인생은 게임과 같다.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어떤 변수에 의해 자신하는 게임에서 질 수도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황당하기도 하다. 여름휴가에 난데없이 가출에 게임이라니, 어른들 맞아...진지하게 차를 우려내는 엄마만이 인생의 답을 알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엄마마져 남자를 만나 집을 나간다.인생의 정답은 어디에도 없는 듯 하다. 적벽대전의 제갈량의 말처럼 '한 잔의 차에 인생이 담겨 있다' 라는 말처럼 인생은 좀더 우려내고 또 우려내고 하룻밤 동안이라도 우려내야 하는 것이다. 진정한 맛의 차를 얻으려면. 단순한 게임도 노력하지 않으면 능력이 있다고 해도 어떤 상대와 어떻게 싸우느냐에 따라 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인생은 자신하는 것이 아니다. 여름휴가는 그야말로 '여름휴가' 다 어떻게 보내든 돌아와 자신의 자리에 다시 섰다면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가볍게 읽고 좀더 깊게 생각을 하게 만들었지만 차를 우려내듯 몇 번을 우려내게 하는 소설처럼 지난 추억까지 들추어보게 해 짧지만 여름휴가에 빠져들게 한 소설이다. 무거운 이야기보다는 웃을 수 있는 '게임' 으로 이야기를 끝내어 어쩌면 더 의미가 있지 않았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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