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꽃이 피었다




 

 








아침부터 곧 비가 내린 듯이 잔뜩 흐린 날,
울집 실외기 베란다엔 어제 꽃몽오리였던 보라색 도라지꽃이 두 송이나 피었다.
하얀색 꽃은 한송이는 벌써 시들고 있고 오늘은 서너송이 곧 터질 듯 하다.

얼마전 장마에 목이 꺾어진 도라지도 있다.
그래서 끈으로 중간정도를 한데 묶어 주었더니 조금 안심인데 
더덕 화분에 있는 녀석들은 여기저기 바람이 불면 제멋대로 움직인다.
그러다 꺾일까봐 걱정인데 또 그렇게 비바람을 이겨내야 튼튼할 듯 하여 그냥 내버려둔다.

도라지꽃은 그리움이다.
먼 기억속 내 어릴적 추억엔 늘 도라지꽃이 있었다.
치장하지 않은 여인네의 고고한 자태처럼 소박하면서도 도도함이 나는 좋다.
도라지꽃을 보면 늘 아버지가 생각난다. 나의 화단에서 받은 씨를
아버지가 계신 산에 뿌렸는데 어떻게 싹이 텄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시골 밭 한쪽엔 아버지가 심고 가꾸시던 도라지가 있다.
꽃도 좋고 오래 묵은 도라지를 캐어 도라지반찬을 하면 쌉싸래하면서도 알 수 없는 
그 오묘한 맛이 좋았던 도라지, 그 도라지도 꽃이 피었다.
아버지는 가고 없지만......

내게 칠월은 더위와 따가운 햇볕이 있어 한편으로는 햇빛알레르기 때문에 싫지만
도라지꽃과 연꽃이 있어 넘 행복하다. 도라지꽃은 내 화단에서도 볼 수 있고
연꽃은 가까운 곳에 가서 볼 수 있어 좋은데 
칠월,시인에게는 청포도의 계절이라면 내겐 도라지꽃과 연꽃의 계절이다.
바람에 실려오는 그 은은한 향을 맡을 수 있음이,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넘 좋다.
비 내리는 목요일,나의 도라지꽃에도 비가 내린다.
오래 더 묵을 수 있는 추억을 간직하게 하기 위한 비와 바람,
그 흔들림이 좋아 한참을 창가에 섰다.


201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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