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반대로 세상을 살아보는거야








제라늄


훵한 베란다에 그나마 제라늄 녀석들이 하나 둘 다시 꽃을 피워주니 볼 것이 있다.
장마가 잠시 소장상태, 문을 조금더 활짝 열어 본다.
그리고 늘 한방향으로 해를 향해 있던 녀석들을 반대방향으로 돌려 놓았다.
그랬더니 잎과 꽃이 나를 보고 있다.
늘 한방향만 많은 햇살을 쪼였으니 이제부터는 반대방향이 해를 쪼이는 것이다.
삶은 가끔 그렇게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가 될 수 있음을..
그렇게 골고루 해가 비춰줘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초록이 녀석들도 가끔 한번씩 방향을 돌려놔준다.

한방향만 충분하게 크던 녀석들은 한동안 어색한 포즈로 있겠지만
그러다 다시 해에 적응하여 자세를 바르게 잡아 간다.
제라늄도 그렇지만 바이올렛도 그리고 율마도 한바퀴씩 돌려준다.
그러면 처음엔 반항을 하듯 일제히 이상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가
언제인지 모르게 다시금 정자세로 돌아가는 녀석들,
삶은 그런 것이다. 
처음엔 어색해도, 아니 이것이 내 길이 아닌 듯 해도 가다보면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리곤 그것이 어느 순간 내 길이 되는 것이다. 
닳고 닳은 낡은 신발에 발에 편하듯이 처음엔 물집이 잡히고 내 발에 맞지 않던 것이
내게 길들여지고 나 또한 신발에 길들여지면서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그러면서 서로에게 동반자와 같은 친구로 시간을 이어가는...
7월,시작은 왠지 낯설고 어색하지만 금새 익숙해지리라.
그리고 반대로 돌려 놓은 제라늄처럼 처음엔 낯설고 이상하게 보이지만
내가 보지 못하고 지나치던 그런 숨겨진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너무 몸에 익고 무엇이든 길들여진것만 좇아 가려하지 말고 
가끔 가지 않는 길이나 반대로 생각하거나 걸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20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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