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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부터 행복해질 것이다 - 타이완 희망 여행기
이지상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기는 내가 떠나지 않고 타인의 여행기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런데 제목부터 '나는 지금부터 행복해질 것이다' 라고 하니 뭔가 심오함이 깃들어 있는 것처럼 좀더 집중해서 읽게 만든다. 그가 타이완 여행을 떠난 것은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 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 소중한 누군가를 잃고 나면 그 허전함을 채우기 위하여 아니 그사람에 대한 무언가를 비우기 위하여 여행을 떠나고 싶다.그사람이 차지했던 공간만큼 새로운 것으로 채우고 싶어진다. 그렇게 추억과 기억에서 멀어지는 연습을 하기 위하여 그가 오래전 몇 번 갔던 타이완 여행을 20여년 만에 첫사랑을 만나듯 다시 떠났다.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십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요즘은 정말 자고 일어나면 강산이 변하는 세상인데 그동안 타이완은 얼마나 변했을까.그가 이십여년 전 했던 여행의 기억에서 만났던 사람들이며 풍경 또한 변하고 나이들어 가고 모든게 변하였다는 것을 감안해야 하는데 변하지 않는 것 또한 있는 듯 하다.글을 읽다보면 그런 부분들도 마주치게 된다. 다른 여행기처럼 타이완의 지도 한 장,그가 여행을 한 곳에 대한 여행지도 한 장 없다. 그리고 여행에 관한 팁 같은 것을 기대하지 마라.그냥 그의 여행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로 꽉 채운 진지한 여행기다.
여행기를 보면 사진과 정보가 주인 여행기가 있는가 하면 여행자의 글이 주를 이루는 여행기가 있는데 이 여행기는 '글' 이 주를 이루는 여행기라 할 수 있다. 솔직한 그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알알히 박혀 그의 발걸음처럼 안내하고 있다. 타이완이라는 곳을 가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이 접해보지 않았지만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타이완이라는 나라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게 사람사는 곳이고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는 나 또한 간접 여행자가 된다.
그의 글 속에서는 이십여년전의 여행과 비교를 계속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때는 정말 젊은 시절,힘이 넘쳐날 때이고 지금은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과 중년의 나이이다. 여행을 할 때는 정말 체력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여행 작가' 라는 타이틀에서 '여행' 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늘 씩씩하게 다니는 모습을 연상할지 모르지만 '작가' 쪽으로 오면 그렇지 않다. 그것은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생활이다. 그 기간 동안에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으면 몸 상태가 안 좋아진다. 그래서 늘 열심히 걷고, 요가도 하고 그랬는데 어머니가 발병하시면서 생활이 많이 흔들렸다. 거기다 솔직히 타이완의 8월 더위는 장난이 아니었다. 아무리 건강한 젊은 사람이라도 당해 낼 재간이 없다. 하물며 난 이제 중년이 아닌가.' 체력이 무너져서 타지에서 혼자 외롭게 몸이 아파 움츠려 있을 때 얼마나 서글플까.그 아픔과 외로움 또한 고스란히 담아 내서 여행이 결코 여유만 있는 것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사진으로 담아내기 보다는 글로 풍경이나 그외 사람과의 인연등 모든 것을 담아내어 더 정감이 간다. 사진을 보다 보면 집중이 안 될 수도 있는데 글을 읽다보니 사진은 그냥 지나쳐버리고 글에 집중하게 되었다. 첫사랑과 같았던 타이완의 숙박지나 그외 추억이 어린 곳들을 찾아가며 실망도 하고 다시금 새로운 사람들과의 연으로 채우기도 했지만 여행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인 듯 하다. 풍경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며 그들과 인연을 만들다 보면 더욱 정감있고 추억이 깊은 곳으로 기억되는 듯 하다. 사람만큼 깊게 기억되는 것이 있을까.'사실 그런 사실은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기보다 눈빛을 나누며 소통하는 순간을 나는 즐겼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정을 느끼고 싶었다.' 어머니의 상실감을 새로운 사람들과의 소통으로 가득 채우고 나서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는 희망을 가지게 된 타이완 여행, 풍경도 좋고 먹거리도 좋았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하고 싶어 언젠가는 한 번 가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그게 여행기를 읽는 맛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바람이 좋은 한적한 바닷가의 민박 카페에서 시간에 쫒기지 않고 앉아 일기를 쓰거나 그냥 한없이 '바다' 만 바라보는, 무상무념의 그 시간이 너무 부러웠다. 누가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시간 같을지 모르지만 왜 우린 그런 시간을 갖지 못하고 바쁘게 살아가는지. 스쿠터를 타고 빠르게 지나쳐 가기 보다는 힘들고 지쳐도 걸어서 여행하며 낯선 것들과 만나고 담고 느끼고 또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을 꼭 꼭 일기에 담아두는 그 여유로움이 너무도 좋았다. 정말 오롯이 자신만의 여행을 하고 온 듯 하여 왜 그렇게 부러운지, 행복해질 것이다가 아니라 이미 행복해 있었고 많은 행복을 누렸으며 행복에 온통 젖어 있는 그가 부럽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행,그것도 첫사랑과 같은 여행지를 다시 여행해 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데 그의 타이완 여행은 많은 것을 담아 오고 나누어 주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 처럼 그의 여행이 그런 느낌을 준다. 여름 휴가를 미리 다녀온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