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좁은 아빠 푸른숲 어린이 문학 23
김남중 지음, 김무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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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좁은 아빠' 성격일까, 아니다 그야말로 위를 잘라내 남보다 속이 좁다. 왜 위를 잘라내야만 했을까. 속 좁은 아빠가 된 알콜중독의 아빠 이야기,코 끝이 찡하면서도 가슴이 멍하다. 나 또한 작년에 친정아버지를 폐암으로 보내 드려야 했다. 농사 일을 하시며 일하다 들어와 가끔 한 잔씩 하시던 애주가 아버지, 하지만 아버지의 폐암은 다른 원인도 있겠지만 두 번이나 심하게 다치신것을 그냥 두고 힘든 일을 하여 부러진 갈비뼈가 붙지 않아 생긴 큰 병이기도 했다. 그것을 자식들에게 숨기고 계시다 아프시니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단계에서 말씀하시고,아니 그전에도 병원에 가자고 해도 건강을 믿었던 아버지다. 그런데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고 우린 천청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폐암2기,발견은 그래도 조기인데 위치가 너무 않조다. 손을 댈 수가 없는 심장근처,그저 두 손 놓고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아프시다는 말씀을 한번도 자식들 앞에서 하시지 않으셨다. 가시기 전까지도. 가시기 2개월전 검사를 위한,아니 아버지를 조금 편하게 해 드리기 위하여 병원에 일주일 모시고 있었는데 내가 모든 것을 다하듯 했다. 난 그 시간을 아버지가 내게 마지막 주고 가신 행복한 시간이라 생각한다.그마저도 없었답면 아버지와의 추억이,아니 기억할 것이 너무 없을 뻔했다. 이 소설을 읽다보니 아버지와의 그 일주일,병원에서의 시간들이 너무도 그립고 다시금 생생하게 떠 올랐다. 마음이 무겁다.

현주의 아빠는 정말 알콜중독이다. 전날 술을 마시고 자신이 한 일들이 생각이 나지 않으면 알콜중독이라고 하는데 글을 실감나게 읽었다. 남편이 술을 마시고 들어오면 하는 행동과 말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웃으면서 읽기도 했다. 술 취한 사람을 상대한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 그런데 논술강사인 엄마와 초등생인 현주가 술 취한 아빠를 날마다 상대해야 했으니 어쩌면 일찍 철이 들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빠는 아침이 되면 전날 잠에 자신이 한 일고 말들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시금 아파트 슈퍼에서 술을 마시고는 만취,언제쯤 이런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술은 아빠 혼자 마시는데 힘든것은 주위 사람들이다. 뉘우침도 잠시고 미안함도 없는가보다. 막내 민두는 술 취한 아빠를 보면 피하기부터 먼저 한다. 그러니 술을 마시지 않고 정상적인 시간에도 아내 뿐만이 아니라 아이들과도 거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모든 원인은 '술' 이다.

그렇다며 아빠가 술을 끊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아빠가 술을 많이 마시고 토를 하던 날,갑가지 나타난 아저씨 알콜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명함' 한 장을 주고 갔다. 별 관심없이 넣어 두었는데 믿거나 말거나 한번 전화를 해 보고는 주태백원장을 만나게 되었다. 술을 끊게 한다는 작전이란 것은 아빠가 암에 걸렸다고 하고는 지방수술을 하고 병과 수술 때문에 자연적으로 술도 끊고 몸도 예전으로 돌아오게 한다는 것,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그런 작전을 돈 이천만원을 건내주고 엄마와 현주는 찬성,그렇게 하여 작전대로 아빠를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게 하고 아빠가 위암이라는 판정이 나왔다. 엄마와 현주는 주태백원장과 한 거래가 있으니 속으로는 웃으면서 밖으로는 눈물을 흘리며 쇼를 하듯 아빠의 암을 받아 들였지만 아빠는 세상이 당장 망하기라도 한 것처럼 다른 사람이 되었다. 갑자기 술도 딱 끊고 가족과 함께 하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여행도 가게 되었다. 어색했지만 점점 가족의 시간에 익숙해져 가는 사람들,그렇게 수술날짜가 다가오고 아빠가 수술을 하러 병원에 가서 알게 된 사실,아빠가 진짜 위암2기였던 것.

이걸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나,거짓인줄 알았는데 진짜 암이라니. 엄마는 정말 펑펑 울면서 아빠 곁을 지키고 현주 또한 어른스럽게 집과 병원을 오가며 엄마도 아빠도 토닥토닥,그러다 아빠가 있는 병원에서 선우를 만나게 된다. 비슷한 또래의 암환자 남자친구인 선우는 암재발환자,하지만 무척이나 환하고 누구보다 밝다. 암환자라고 믿어지지 않을만큼 짓굳고 환하다. 그런 선우에게도 큰 아픔이 있으니 아빠는 꼭 이겨낼 것이다. 힘들때 선우의 도움으로 아빠가 이겨낼 희망을 얻기도 하면서 한 뼘씩 가족의 행복은 성장을 해 나간다. 아빠의 성공적인 수술 이후에 큰 애가 되듯한 아빠를 간호하는 엄마와 엄마밖에 모르는 아빠를 보면서 질투심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게 가족이고 사랑이고 행복이다. 아빠가 점점 기운을 찾아가며 회복을 해 나가듯 가족 또한 행복을 조금씩 조금씩 회복해 나간다. 술 취한 아빠가 언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온동네 시끄럽게 했던가 싶게 가족은 하나가 되어 똘똘 뭉쳐 점점 한 덩어리가 되어간다. 그 속에서 아빠는 아빠의 위치를 찾아 가고 일을 다시 하게 되며 건강을 점점 되찾아 간다. 술과는 거리가 먼 과거였다는 듯이 모드가 '속 좁은 아빠' 를 위해 건강하게 성장해 나간다.

반면 선우 또한 위험한 고비를 맞게 되지만 현주가 옆에서 큰 힘이 되어 큰고비를 넘기게 된다. 그리고 병마와 싸워 이겨내겠다는 자신감을 보이며 모든 것을 이겨내면 5년후에 만나자며 연락을 끊는다. 다시 시작된 일상, 큰 고비를 겪은 아빠와 가족도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보니 더욱 든든해지고 단단해졌다. 이제 그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모두 이겨낼 것만 같다. '최선을 다한다고 다 이기는 건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야 이길 희망이 있는 거야. 너희들,잘 봐 둬라. 아바가 어떻게 싸우는지, 어떻게 이기는지, 혹시 지더라도 어떻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지 말이야. 새 목표가 생겼어. 그게 너희한테 보여 줄 수 있는 전부라도 괜찮아. 어떻게든 난 멋진 아빠로 기억되고 싶어.' 아빠가 처음부터 알콜중독자는 아니었다. 왜 그렇게 변해야만 했을까? 왜 술 취하지 않으면 자신안에 있는 말을 못하고 술 취해야만 자신안에 있는 말들을 쏟아냈는지. 늘 결과없이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가족이 멍 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너희가 내 뿌리야. 아빠는 그걸 깜빡 잊고 있었어. 이제는 절대 잊지 않을게. 고맙다,얘들아. 나도 너희의 든든한 뿌리가 되어 줄게.' 아빠의 아픔은 가족의 모두의 아픔이다. 혼자 이겨낼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하면 못 이겨낼 것이 없다. 가족이 더없이 소중하다는 것을,가족에서 가장의 위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 깨닫게 하면서도 '작가의 말' 을 읽고 나니 어쩌면 작가가 아버지와 하지 못한 화해를 작품을 통해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런 '작은 위기' 에 놓인 아빠에게 슬쩍 이 책을 권해보는 것은 어떨까. 고민이나 어려움은 혼자 술로 달랠 것이 아니라 가족에게, 모두와 함께 해야 한다. 모두가 둘러 앉아 '대화' 로 풀어야지 술로 푸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다시 웃음을 찾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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