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평화롭겠지
헤르브란트 바커르 지음, 신석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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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결코 둘이 함께,아니 그외 여럿이 할 수 없다. 진흙탕에 빠져도 혼자서 헤쳐 나와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쌍둥이로 태어난 헬머와 헹크, 하지만 그들은 늘 헹크와 헬머로 불렸다. 헬머가 형이지만 동생인 헹크를 먼저 부르는가 하면 헬머나 헹크를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가 하면 어머니와 그의 농장에서 일하는 얍 외에는 아버지조차도 그 둘을 구별하지 못했다. 둘은 늘 함께 하길 바랬다.자전거를 타고 인문계와 농업고로 가는 길이 갈라져도 끝나고 나면 함께 하나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듯이 헬머는 헹크가 하나이길 원했다. 하지만 헹크가 리트라는 여인을 사귀게 되고 그녀와 결혼하려는 맘을 먹게 되면서 집에 데려 오고 헬머는 확실하게 혼자가 되었다. 어디에서도 그는 헹크와 함께 할 수 없었으며 아버지 또한 자신의 농장일을 헹크와 함께 했기에 그와는 거리감이 있었다. 헹크가 농장일을 했다면 그는 멀리 대학에 나가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헹크가 19살 되던 해,리트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게 되고 리트는 살아났지만 헹크는 차가 저수지에 굴러 물 속 차안에서 머리가 해초처럼 나풀거리며 질식사를 하고 말았다.

그 충격으로 인해 헬머를 공부를 그만두고 농장일을 거들어야 했고 리트는 잠시 동안 그의 집에 와서 어머니와 함께 머무르며 아픔을 추스렀지만 아버지의 결단에 리트 또한 집을 떠나야만 했다. 그런 그녀는 다른 곳에 정착하여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았지만 헬머는 자신의 아버지가 병들게 될 때까지,아니 헹크가 죽던 날부터 몇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버지의 농장일을 헹크가 되어 하고 있다. 아버지에게서 인정도 받지 못하면서. 그런 그는 어느날 연로한 아버지를 윗층으로 옮긴다. 이제 빈껍데기만 남 듯한 아버지, 그 아버지 안에 갇혀 자신의 삶을 찾지 못하고,자신의 옷이 아니라고 여기며 지금까지 농장일을 해 왔다. 물푸레나무에 늘 자신의 자리인양 앉아 있는 뿔까마귀처럼. 하지만 이젠 뭔가 변화를 주고 싶다. 아버지를 윗층으로 옮기고 아래층을 잣니의 취향으로 색도 칠하고 가구도 바꾸고 커튼도 바꾸어 달아 본다. 그래도 왠지 쓸쓸하다. 자기것이 아닌 무언가 남의 집인듯 하다.헹크가 죽던 날부터 그가 꿈 꾸고 공부하던 모든 것들은 헹크의 방에 있는 북박이장에 상자에 담긴 채로 문이 닫혀 있다. 그는 아버지 대신,아니 죽은 동생 헹크대신 농장일을 맡아 헹크가 되어 하게 되었지만 도대체가 자신의 것은 없는 듯,자신이 무얼 원하며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양을 몇 마리 팔아 덴마크 지도를 사서 침대 옆에 걸어 놓았다. 그가 집이나 농장말고 할 수 있는 것은 덴마크지도를 보며 꿈 꾸는 것이다. 다른 세상에 대하여. 하지만 죽어가는 아버지와 자신이 아니면 누가 우유를 대신 짤 사람도 자신이 산 두마리 당나귀에 밥을 줄 사람도 양을 거들 사람도 없다. 처음엔 자신의 일이 아닌듯 헹크의 일을 대신하는것처럼 살아 오다 보니 결혼도 하지 못하고 삼십여년을 넘게 농장에 갇혀 있는 신세가 되었다.자신은 자신의 그런 존재를 몰랐는데 카누를 타고 가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는 깨닫게 된 것이다. 자신의 농장을 바라보며 '1966년대 집이야~~' 1966년이라면 헹크가 죽던 해인데 왜 농장과 집이 그 때에 멈추어 있는 것일까.그때와 지금이 하나도 변하지 않고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농장과 아버지 그리고 헹크와 함께 했던 과거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헬머, 그에겐 그러나 덴마크 지도 뿐이다.

그런 그에게 리트가 다녀가게 되고 그의 아들,헹크를 잊지 못해 헹크라 이름을 지은 즉은 헹크와 비슷한 나이의 헹크가 일손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그는 지난 슬프고 쓸쓸한 과거와 그리고 아버지와의 오해를 풀게 된다. 아버지를 미워하여 오해 속에 보낸 자신의 젊음, 누가 되돌려 주지도 않고 대신 살아 주지도 않은 인생을 자신의 옷이 아닌줄 알면서도 닳고 닳아 헤지도록 지금까지 입고 왔던 것이다. 불평도 없이.그런 그가 이제 죽어가는 아버지 앞에서 불평을 하듯 아버지의 말을 들은채 만채 하며 농장일을 하고 헹크를 돌보며 자신이 벗어나지 못하던 있던 과거와 현실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게 된다.하지만 자신 또한 한마리 길 잃은 양을 찾으러 나갔다가 진창에 빠진 양을 구하려고 진창에 들어갔다가 그 또한 진창에 빠져 위기일발 죽음에 당면하게 되지만 헹크의 도움으로 진창에서 양도 구하고 그 자신 또한 목숨을 건지게 된다. 그리곤 동생 헹크와의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내가 아버지를 싫어하는 이유는 아버지가 내 인생을 망쳐놓았기 때문이에요. 난 아버지가 내 인생을 더 망쳐놓는 것이 싫어서 의사도 부르지 않았어요.그리고 아다한테 아버지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한건 그저 일이 복잡해지는 것이 싫어서에요.'  쌍둥이 형제로 태어나 헹크를 잃고 자신은 반쪽 인생이 되었다고,그리고 지금까지 그렇게 아버지를 오해하며 진창속을 헤매이듯 살아 온 헬머, '헬머 아저씨, 쌍둥이 형제가 있다는 건 어떤 거에요? 쌍둥이 형제가 있다는 건 이 세상에서 제일로 아름다운 거야. 지금 그럼 아저씬 반쪽이 된 느낌이에요?'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헤매이듯 그 반쪽의 허전함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쓸쓸한 인생을 살아 왔지만 그가 살고 있는 아버지의 농가와 주변 풍경은 너무도 아름답다. 끝 없이 펼쳐질 것만 같은 지평선과 목장의 양떼들과 당나귀, 이웃이라고 해도 500여 미터 떨어진 아다네집 남들이 보기에 그의 집은 1966년대에 멈추어 있다.이젠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우연하게 농장에 온 오래전 일손 얍과 그외 사람들과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는 얍과 함께 덴마트 여행을 떠나는 헬머, 하지만 자신의 소나 양 그외 농장을 처분했을까,천만에...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자신의 옷이 아닌 남의 옷을 입고 평생을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그것은 자신의 옷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닳아 헤져서 너덜너덜 하지만 자신에겐 너무도 편한 옷, 동생 헹크가 죽었던 1966년대에 머물러 있을것 같지만 자신의 평생 그늘이 되고 가족이 있던,추억이 있고 자신의 미래가 되어줄 대대로 물려 온 농가와 농장, 이웃 아다네 집에 그의 집을 맡기고 그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늘 자신의 침대 발치에서 보기만 했던 덴마크 지도 속으로 직접 얍과 떠난게 된다. 어린시절 그를 알아 주었던 얍,하지만 여행을 하다보니 그 또한 그가 예전에 알던 얍과는 너무도 다른듯 하다. 역시 인생은 '혼자다' 혼자 스스로 헤쳐 나가지 않으면 아무도 자신의 인생을 진흙탕에서 구원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멀리 떠나오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농가와 농장이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우며 그에게 많은 것을 안겨 주었던가,자신은 반쪼가리 인생이라 자부하며 살았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얼마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삶인지 자신이 자리를 떠나야 비로소 느끼고 깨닫게 되는, 네덜란드 한 농부의 인생을 통해 네덜란드의 평온한 아름다움과 함께 한사람의 인생을 정말 사실적으로 잘 묘사를 하였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이 아름답게 그려내었지만 특별하다고 볼 수 없는 잔잔함이 지루하게도 만들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가슴 뭉클하다.평온하던 삶에 리트의 아들 헹크가 들어오면서 그는 과거 현재 미래와 통할 수 있는 길을 비로소 찾게 된다. 하지만 인생은 역시나 '혼자다' 남들과는 다르게 둘이 오긴 했지만 오는 길도 가는 길도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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