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주인을 알아보는 초록이들





더덕과 도라지 화분



도대체 이 화분에 물을 주지 않은 것이 며칠일까..
어제는 비가 올 듯 하고 오전에도 비가 잠깐 와서 물을 주지 않은 듯 한데
아침에 실외기 베란다를 나가보니 아글쎄.... 더덕이 축 늘어져 있다.
거기에 씨가 발아를 하여 새로 돋아난 녀석들은 몇 개 남지 않아 죽어 있다. 시들시들..
왜...Why~~~~~~~ 
내가 이녀석들이 식구가 많다는 것을 대가족이라는 것을 잊었다.
화분 하나에 도라지와 더덕이 얼마나 많이 살고 있는지..바가지로 물을 하나 가득 주어도 모자란데
조금씩 목만 축이게 주었나보다..그런데 그도 날이 더우니 목이 말랐던지 시들시들..
아침에 두 바가지나 물을 퍼다 주었다. 빨리 먹고 기운 차리라고..
그리곤 베란다의 화분들마다 돌아 다니며 물을 듬뿍 주었다.

여름엔 식물들이 날마다 물을 주어도 화분받침이 비쩍비쩍 마른다.
그러니 물을 퍼다 나르는 것도 일이다. 한시간여 공을 들여야 집안에 있는 화분들 모두 물을 줄 수 있다.
안방 베란다 화단은 그래서 샤워기로 그냥 죽죽 뿌려 준다. 그러니 넘치기도 하고 
화단 바닥도 조금 지저분 하지만 식물들은 그렇게 한바탕 물세레를 하고 나면 싱싱하다.
초록이 더 짙어진듯 하고 흙냄새 흙이 물을 뿜어 들이는 소리.. 넘 좋다.
난 그 냄새 때문에 초록이들을 키우는지도 모른다. 완전히 촌년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시골에서 자라서 비가 오기 전, 그리고 비가 오고 난 후의 흙냄새를 무척 좋아한다.
그 달콤하면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평온한 냄새..그것은 아버지의 냄새이기도 하다..
이젠 볼 수도 없고 그리워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아버지...
한바탕 물을 뿌리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하고 시원하다. 밖의 날씨에 관계치 않고...









아마릴리스



어젠 두송이 피었던 아마릴리스가 오늘은 세송이가 피었다.
나머지 한 송이도 벌어졌다. 살짝~~~~
오늘 모두 다 필 듯 하다. 샤워기 물세레를 받고 나더니 더욱 싱싱하다.
화분에서 물이 넘쳐 흘러 여시가 오줌을 누는 신문지가 다 젖었다.
그만큼 물을 듬뿍 주었으니 주말은 싱싱하게 날 듯 하다. 

녀석이 꽃대 하나만 올렸을 뿐인데 베란다가 그야말로 환해졌다.
오월의 정열을 모두 녀석이 내 뿜고 있는 듯,그야말로 붉게 타오르는 우리집 베란다...
넘 좋다. 붉은 빛의 아마릴리스....녀석의 속을 들여다보고 있음 빨려 들 것만 같다.
이렇게 갈열함이라니... 벌과 나비가 없다는 것이 정말 흠이다.
울집 베란다에 꽃이 피면 유리창 밖에 벌과 나비가 창으로 자꾸 달려든다.
실외기 베란다에는 벌도 나비도 자주 본다. 딸기가 꽃을 피웠을 때도 벌이 날아 들어
꽃에 앉았다. 우리집은 고층인데 어떻게 알고 오는지... 반갑다. 그렇게 하여 딸기가 커가고 있다.
더덕 화분 앞에 있어서 녀석을 찍는 것은 무리,그냥 보기만 했다. 밤톨만하게 모양을 갖춘 딸기,
올해도 몇 개는 수확할 듯 하다.

주인이 게으르면 초록이들은 금방 몸으로 표현을 한다.
잎이 늘어지거나 꽃이 시들시들...그러다 물을 듬뿍 주면 다시금 싱그런 생명으로 재충전한다.
화분이 한 두개면 날마다 줄터인데 어떤 날은 정말 귀찮다. 너무도 많은 식구들이...
그래서 하루는 안방 베란다만 물 주고..어떤 날은 거실 베란다에만 줄 때도 있다.
그러면 여지없이 녀석들은 내 관심의 척도에 맞추어 표현 표현.... 그러다 가시기도 하니..
바이올렛이 그렇게 하여 몇 개 죽었는데 잎꽂이를 해도 삽목이 잘 안되어 빈 화분이 있다.
몇 번 삽목을 했는데 도통 살지를 못하고 가셔서 다시금 화분을 채워야 하는데 
귀차니즘에 빈 화분으로 놓아 두었다. 하루 날 잡아 모조리 채워야 하고 
아직 이식하지 않은 상추도 아이스박스 하나에 흙을 채워 옮겨 심어야 한다..아 언제 하려는지...


201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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