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엔 아카시아 찔레꽃이 가득





어제 저녁에 옆지기와 함께 뒷산을 지나 공원이 있는 곳까지 산책을 나가는데
뒷산에서서 풍기는 아카시아 향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거기에 찔레꽃 향까지...
그래서였을까 아님 은난초를 보지 못해서였을까 몸과 마음이 무겁다. 산에 가고 싶은데 
며칠째 가지 못하니.. 오늘 아침에도 베란다 창을 통하여 뒷산을 보니 아카시아가 하얗다. 
그 향 또한 집안으로 밀물처럼 밀려 들어오고, 자꾸만 날 유혹하는 듯 하다.
못 이기고 물 한 병에 디카를 챙겨 들고 산에 갈 준비를 하는데 여시가 난리다.
내 뒤를 졸졸 따라 다니며 '낑낑~~~ 낑낑~~~'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가며 두발로 낑낑~~
그러다 현관앞을 지키고 앉아 일어나지도 않는다. 지지배..


  
나도 데려가줘요~~~여시...


녀석의 눈을 쳐다보니 혼자가 나갈수가 없어 목줄을 가지러 가니 벌써 쇼파위에 앉아 있다.
지지배는 알고 있는 것이다. 쇼파에 앉아 목줄을 하는 것을..
얼른 무릎에 앉아 목줄을 해 달라는 듯이 졸라대는 여시,
그렇게 할 수 없이 여시를 데리고 밖으로 향했다. 너무 좋아하는 여시..
그리고 나도 산에 간다고 하니 몸이 가벼워진다.

아파트 담장을 따라 가며 안고 가다가 내려 놓았더니 좋아서 잘도 따라 오는 여시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 산으로 향했다. 산을 올라가는 입구까지는 안고 가야 한다.
계단도 올라야 하고 힘이 들기에 안고 가다가 땅에 내려 놓았더니 바로 쉬도 하고..
녀석이 쉬 하는 동안 난 이것저것 사진을 찍고 여시는 땅의 냄새를 맡기도 하고..
그렇게 천천히 산으로 향하는데 아카시아 향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누가 이 산에 향수를 진하게 뿌려 놓은 듯 온통 아카시아 향이다.




 

 

 




그런데 벌써 아카시아 꽃이 지고 있다. 하얗게 여기저기 떨어져 내린 아카시아 꽃,
길에도 나뭇잎 위에도 꽃이 떨어져 다시 꽃이 되었다. 낙화로다~~
산으로 향하는 길엔 배롱나무가 죽 심어져 있었는데 산임자였는지 잘 가꾸던 나무와 꽃들을
보상을 받고는 모두 캐가고 이제 그 흔적만 남겨져 있다. 붓꽃도 그렇고 황매도 그렇고..
그 빈자리를 <애기똥풀> 이 대신하고 있다. 배롱나무의 빈 자리를...

그런데 이렇게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고 또 하얗게 떨어져 내리는 그 서운함도 잠시다.
정말 한곳에 자리를 정하고 서서 꽃을 보고 꽃 향기를 맡아야 할 것처럼 정말 좋다.
나무냄새 나뭇잎냄새가 다른 오월, 쌉싸름한듯 하기도 하고 매캐한듯 하기도 한데
찔레꽃 향기와 아카시아 꽃 향이 더해져 정말 달콤하면서도 달달하다.


 

 




땅싸리..?


노루발풀..꽃대가 나오고 있다

 
은난초...이제 다 지고 이거 하나 남았다...아쉽다.

 
개복숭아와 오디도 있고...

 





 


할미꽃은 머리를 풀었다..하얗게~~

 

 
오솔길과 은방울꽃....은방울꽃도 다 졌다...ㅜ




찔레꽃 향기가 정말 장난이 아니다.

 


불두화....수국도 만났다...


여시를 잠깐 오르막에서 걸리고는 중턱에서 앉고 갔다. 힘들어 하기도 하고 파리 모기..진드기..
벌레들이 더 무서워 안고 가는게 더 낫다. 여시와 천천히 올랐더니 힘도 들지 않고 
편안하게 올랐는데 꽃향기를 맡으며 올라와서인지 오늘은 힘들지 않았는데 땀이 비오듯 한다.
줄줄 흘러 내리는 땀방울들.... 그게 모두 내 몸과 마음을 지배했던 '삶의 무게' 였으리라.

정상에 오르니 아카시아 향기가 절정인듯 하다.꽃이 많이 지고 있고 향기가 한참이라 그런지
벌들도 여기저기서 윙윙~~, 정상에 개복숭아 나무에 열매가 점점 커져가고 있고 
뽕나무에도 오디가 이제 제 모습을 갖추었다. 묘지가 있는 곳에 이르르니 
할미꽃이 완전히 머리를 풀었다. 꿀꽃은 모두 지고 그 많던 꽃들이 어디로 갔는지 자취를 감추었다.
정말 화무십일홍이라고 그런 시간이 있었나싶게 이젠 잡초가 더 무성하다. 

내려가는 길에서 은난초를 찾으니 보이지 않는다. 꽃이 다 져서인지 눈에 잘 띄지 않는 은난초,
그래서 은방울꽃이 있는 곳으로 갔더니 그도 다 져가고 있다.겨우 마지막 꽃을 보고는 
뒤돌아서 내려가는데 아쉽다. 좀더 일찍 산에 올걸... 그래도 아카시아와 찔레꽃을 원없이 보았으니..

한달음에 내리막길을 내려서 오솔길에 접어 들었는데 이젠 제법 녹음이 우거졌다. 
여기저기 산새들이 날아 다니고 무언가 숲이 살아 있는 소리가 나면 제법 무섭다.
그래도 산행객들이 가끔 가끔 보이니 다행이고 여시와 함께여서 다행이고...

굴다리가 있는 곳까지 갔다가 되돌아 오다 보니 묘지가 있는 곳에 불두화가 피었다.
하얀 불두화가 탐스럽게 피어 그나마 쓸쓸함을 달래주는 곳,
제비꽃과 꿀꽃이 진 자리에 개망초가 쑥쑥 올라와 자리를 잡고 있는 곳을 지나 불두화를 만나니
정말 이쁘다.예전에 학창시절에는 이 꽃을 한 잎 한 잎 책 속에 끼어 두고 말려서 
손편지를 쓸때 붙이곤 했는데..그러면 정말 이쁘다. 작은 꽃이 완전한 꽃모양이라..
그런데 이젠 그런 낭만도 사라졌다. 귀찮기도 하고 손편지를 안쓰니...

산을 벗어나기 전, 체육시설이 있는 곳의 의자에 앉아 여시도 쉬고 나도 쉬고...
잠시 앉아 물을 먹는데 녀석도 힘들었는지 손바닥에 주는 물을 제법 많이 받아 먹는다.
나도 넉넉하게 목을 축이고 일어나 하산길로 접어 드는데 기분이 정말 좋다.
몸도 가볍고 마음도 가볍고 아카시아 향은 정말 좋고...
이렇게 한 번 왓다가면 좋을 것을 왜 늘 바라만 보고 그리워했는지..
며칠 기분좋게 살아갈 에너지를 충분히 보충하고 간다.아카시아 향이 정말 좋다.


201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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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데이지 2011-05-26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곳에 사시네요!! 전 아무리 둘러봐도 사는곳이 삭막한 곳이어서 그런지..아님~ 제 눈에는 안띄는건지 모르겠습니다..꽃구경~글구경...잘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