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시골밥상과 김치





청룡사에 가서 연등을 달고 잠시 쉬다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시골에 가기엔 늦었지만
엄마께 내려간다고 했기에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가 무척이나 많이 오는데도 갔다.
가다보니 빗발은 더욱 세졌고 정말 앞도 안보일 정도이고 가끔 물세례를 받으며 그렇게 달려 갔다.
가는 길에 혹시나 늦어서 엄마가 우리가 않오려니 생각하실 수도 잇어 현충사 부근에서 전화를 드렸다.
내려가는 중이라고...그리고 큰오빠가 와 있다고 했는데 있는지 물어보니 아래부억 공사를 마치고
힘들어서 올라갔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찍 가서 도와주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빗 속을 달려서 시골에 가니 빗발이 약간 그친듯 조금 덜 하다. 
얼른 청룡사에서 사 온 나물들을 꾸러미 꾸러미 들고 들어가니 엄마도 나물을 삶고 계시다.
머리는 염색약을 바르고.. -엄마, 무슨 나물이래. 나도 나물사왔는데.. 머리는 조금 참지 내가 와서 하게.
언니가 다녀갔는지 싸리순나물과 옻순이란다. 많이 가져왔다며 가져가란다..
-나도 취나물에 엄마 좋아하는 옻순에 고사리 두릅 다래순 사왔단 말야..
 했더니 나물 풍년이라고 좋아하시면서도 가져가라는 말만..그러지 말고 삶아서 저녁 반찬으로 다 먹자고,
그렇게 밥을 안치고 엄마는 머리 염색이 너무 든것 같다며 욕실로 향하고 난 가져간 나물들을
모두 삶았다. 정말 나물 풍년이다. 엄마는 상추와 취나물도 뜯어 놓으셨다. 

-이거 찬이 없어서 어쩐다니.. 사위 왔는데..풀밖에 없네..
-엄마,00아빠는 나물 좋아해. 이런 반찬 얼마나 좋아하는데.이게 진짜 반찬이고 얼마나 맛있는데..
했더니 그가 방에서 나와 한마디 거든다. 나물 좋아한다고..
그렇게 하여 난 나물을 삶고 엄마는 조물조물 엄마의 손맛으로 맛있게 나물을 무쳤다.
엄마가 해야 맛있다. 내가 하면 엄마의 맛이 안난다. 그렇게 하여 나물들과 고사리를 넣은 된장찌개를 
끓여 다른 반찬은 놓치 않고 나물반찬으로만 저녁을 먹었다. 정말 맛있다.
옻순과 두릅은 함께 무치고 다래순과 싸리순도 한 그릇씩..
그리고 엄마가 담으신 김치가 한그릇... 그렇게 놓고도 엄마는 생선에 조기찜도 있다고..
그런게 뭐가 필요한가, 이렇게 맛있고 값진 반찬이 가득한데..

저녁을 안먹겠다던 옆지기는 일등으로 와서 앉아 맛있게 먹기 시작,정말 맛있다며 
이나물 저나물과 쌈으로 맛난 저녁을 먹었다. 엄마와 나도 한그릇씩 밥을 비우고
나물도 비우고...오늘 처음 먹은 옻순나물을 정말 맛있다. 엄마는 옻순을 정말 좋아하시는데
아버지가 '옻' 자만 들어도 옻이 올라 옻닭이며 옻순을 그동안 먹지 못했다고 지난 이야기를 말씀 하신다.
오늘 저녁도 아버지가 안계시니 가능했지 아버지가 계셨다면 옻순나물은 그림의 떡이었을 것,
그렇게 말하고 나니 아버지 영가등도 달고 왔는데 눈물이 핑그르르... 엄마도 아버지가 많이 생각나시는 듯..
엄마는 우리가 와서 그리고 함께 맛있는 반찬을 옹기종기 모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먹으니
더욱 맛있게 드신듯 하다. 일하고 올라간 큰오빠가 와서 먹었으면 하셨지만 
오빠는 엄마가 부쳐준 부추전으로 술 한 잔 했다며 전화...
나이가 들어도 엄마에겐 모두가 자식인 것이다. 허리가 꼬부라질대로 꼬부라진 엄마,
내일은 대전으로 동네분들과 치료를 받으러 가신다는데...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사셔야 할 텐데... 그래도 어제는 그 많은 김치를 담아 자식들 나누어 주고
동네 이웃분들,앞집 할머니 아래집 아줌마 그리고 간암에 걸려 힘들어 하는 
아줌마에게도 나누어 주셨다며 누가 버린 배추인지 모르지만 주워다 참 많은 사람들이 잘 먹게 되었다고..
그것이 모두 엄마의 고생이었다는 것을...김치도 정말 맛있었다. 
우린 두 통을 가져오게 되었지만 엄마는 한 통만으로도 아버지가 안계시니 여름내 드실것 같다는 말씀...
엄마가 싸준 옻순과 싸리순 삶은 것 그리고 김치 두 통이나 하여 
비가 많이 내리니 잠깐 소강한때 올라오다보니 오는 길에 비가 또 많이 내린다. 
빗 속에서 하루가 길다... 그리고 마음이 빗물에 젖은 듯 먹먹한 하루이다.


2011.5.10




 

 
현충사 은행나무길..은행잎이 많이 푸르러졌다.


옻순과 두릅나물


싸리순나물


다래순나물


엄마의 문제의 김치..맛있다.

 
엄마의 텃밭에서 뜯은 상추와 취나물 그리고 엄마표 시골밥상..고사리 된장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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