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서 만난 각시붓꽃과 초록세상



각시붓꽃


봄비가 내리고 뒷산이 아니 자연이 갑자기 초록세상으로 바뀌었다.
아파트 뒤산 소식이 궁금하여 산에 가고 싶은데 요즘 영화보러 다니느라 산에도 못가고 
한편으로는 옆지기가 무릎이 아파 안가겠다고 하여 기다리다 더 못가게 되었는데
더 미루다가는 각시붓꽃이 질 것 같아 오늘도 몇 번이나 가자고 하였지만 
-산은 무릎에 쥐약이야..더 있다가 괜찮아지면 갈께.. 다음달까지는 안돼..
아고 그러면 어쩌라구.. 난 각시붓꽃 못 보면 병날것 같은데.

점심에 비빔국수 아님 라면 했더니만 '비빔국수' 라고 하여 비빔국수를 하여 맛있게 먹고는
비빔국수도 해 주었으니 천천히 가줘야 하는것 아니냐고 얼러 보았지만 한의원에 가겠다니
으으으.... 여시 데리고 나 혼자 간다. 가..간다고..
그렇게 하여 혼자 가려는데 여시가 눈치 채고 데리고 가라고 성화다. 옆지기도 나가고 
오전에도 조조영화를 보고 왔는데 또 나가려고 하니 녀석 눈치9단,인정... 
그렇게 하여 물한병 챙기고 디카 챙겨 작은 가방에 넣고 여시를 안고 갔다.
녀석이 작년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심장이 좋지 않기에 많이 걷는다는 것은 무리다.
호야처럼 갑자기 갈 수도 있기에 그냥 나고 가는 편이 낫다. 하지만 지지배 흙냄새 맡고 난리다
잠깐 평지길에서 내려서 걷게 했더니만 좋아한다. 제 영역표시라고 오줌 한 방울 쥐어 짜 놓기도 하고..

그렇게 여시와 둘이서 산을 오르는데 산이 정말 다른 세상이다. 완전히 초록으로 덮여 있다.
흙냄새 풀냄새 나무냄새가 너무 좋다. 이맘때는 그 냄새들이 한데 어우러져 더없이 좋은 냄새로 다가온다.
깊이 깊이 숨을 들이 마시며 올라가는데 '후다닥..' 무언가 빠르게 앞에서 달려 간다.
보니 작은 다람쥐 한마리가 나무 위에서 잠깐 멈추었다가 달려가듯 올라간다. 
그 잠시 멈춤을 사진에 담고 올라가는데 기분이 좋다. 난 산에 와서 다람쥐를 보면 정말 그날은 기분이 좋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그런데 각시붓꽃이 잎만 있고 보라색 꽃이 없다. 모두 졌는지 않보인다.
둥굴레도 이제 올라오고 무릇도 새 순이 삐죽삐죽 올라오고 찔레는 많이 자랐다.
오월은 아카시아와 찔레꽃 향기로 정말 온 산이,아니 우리 아파트까지 그 향기가 진동을 한다.
그 날이 머잖았는데 하얀 꽃이 핀 것과 같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각시붓꽃을 찾았지만 오르는 길에서는 보지 못하고 '노루발풀' 꽃대가 나오는 것만 보고는 오르는데 
땀이 줄줄, 정말 덥다. 여름 날씨다.여시도 더운지 안았는데도 힘든가보다.
파리가 달려드니 도리도리를 하며 날 자꾸 쳐다본다. 가방에서 산행손수건을 꺼내어 파리를 쫒아 주었더니
가만히 있다. 정상에 올라서도 무척 덥다. 조금 있으면 아카시아로 하얗게 뒤덮일 곳,
한 부부가 멀리 내가 갈 묘지를 바라보며 있다. 울 동네를 한번 찍어 주시고
여시와 묘지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는데 그들이 내가 있던 곳으로 온다.다행이다.
뽕나무와 층층나무와 조우하고는 묘지로 내려가려다 보니 장관이다. 완전히 보라색 밭이다.
풀꽃인 조개나물과 제비꽃 할미꽃 그리고 그 속에 각시붓꽃이 있다.
정말 반갑다. 각시붓꽃..그리고 그 속엔 '봄구슬붕이' 도 있다. 정말 행운이다.
일거양득이 아닌 정말 몇 개를 얻었는지 모르게 넋을 잃고 바라보다 기억으로 남겨 보는데
땀이 줄줄 흘러 내리고 여시는 낑낑..팔도 아픈데 지지배 힘든가보다.
각시붓꽃은 수줍은 듯 풀 속에서 청초롱히 피어 있다. 며칠 있으면 그 모습 또한 보지못할뻔 했다.
정말 행운이다. 봄구슬붕이는 너무도 작고 잘 표시도 안나 그냥 내려가다 보면
발에 밟히기 딱이다. 그 작은 녀석을 살살 어루만지다 담아 본다. 넘 이쁘다. 

나비들도 이 황홀한 세상에서 물 만나듯 난리가 났다. 노랑나비 호랑나비 검은나비..
저마다 바쁜 몸짓에 내가 훔쳐 보고 있는 줄도 모른다. 꽃이 있고 나비가 있고 정말 이쁘다.
그 속에서 정말 보고 싶어던 각시붓꽃을 보았으니 더없는 행복이다.
땀이 줄줄 흘러 내려도 누군가 위에서 내려다 보는지 여시가 작은 산이 울리도록 왈왈 짖어도
개의치 않고 꽃과 나비만 쫒았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고 사진에 담아도 좋고..
그러다 어디선가 꿩 한마리가 '꿩 꿩' 하는 소리에 그곳을 벗어난다.

하산길에 다시 각시붓꽃을 찾아보니 없다. 잎만 무성하고 꽃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각시붓꽃의 뒤를 이어 은난초가 쑥 쑥 올라오고 있다. 현호색도 한 쪽에서 피어 아름다움을 뽐내고
아가배나무 꽃도 하얗게 피어 하나 둘 지기 시작인데 각시붓꽃은 언제 진 것인지..
산이 초록으로 물들고 나니 으스스 해진다. 여름엔 모기가 많아서 조금 힘든데 
더 덥기전에 자주 와야 할것만 같다. 늦게 올라더니 덥고 힘들다. 
나무 그늘에 앉아 가슴에 맺힌 화를 식히는 아줌마들도 있고 혼자 산행하는 아저씨도 있고
난 여시와 오솔길을 걸어 산을 벗어나는데 너무 힘들고 더워 물을 반병이나 벌컥 벌컥..
의자에 앉아 여시에게 물을 주었더니 할매도 지쳤는지 손바닥에 물을 부어 주었더니 
세번이나 받아 마신다. 덥긴 더웠나보다. 다음엔 데리고 나오지도 못하겠다.
작년에 쓰러지기 전까지는 나와 함께 산에 잘 다녔는데.. 녀석도 이젠 늙었다. 할매다.
나도 힘들고 저도 힘들고...의자에 앉아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고 산을 벗어났다.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서 비로소 지지배를 내려 놓았더니 옆에서 잘 따라온다.
목줄을 하여 데리고 다니기에 옆에서 보조를 맞추어 걷는 할매를 보면 애들과 어른들이
놀란다. 너무 작다면서..아이들은 신기해서 가던 길 멈추고 한번 더 쳐다보는데
지지배는 이젠 그런 것에는 익숙하다. 쫑쫑 걸음으로 잘 따라오다 엘리베이터까지 타고
집앞에서 와서야 '왈왈' 집에 왔다고 짖는다. 할매와 나의 산행은 그렇게 하여 땀 삘삘 흘리며 끝.
그래도 보고 싶던 각시붓꽃도 만나고 봄구슬붕이도 만나고 여러 꽃들과 초록세상을 만나고 오니
기분이 정말 좋다. 가뿐하다. 한의원에 갔다 온 옆지기, 산에 갔다 온거야..
힘들어도 이 맛에 뒷산에 다녀온다. 땀 죽 흘리고 자연을 보고 오면 정말 기분이 좋다.

2011.5.7



 


애기똥풀... 줄기를 꺽어보면 애기똥과 같은 색깔의 즙이 나온다고 하여..

 



 
화살나무 꽃과 둥굴레

 
노루발풀과 각시붓꽃

 

 
체육시설과 은난초..은난초 꽃은 아직이다. 이제 올라오고 있다



 
야생화와 층층나무..

 
층층나무와 뽕나무 

 










각시붓꽃


봄구슬붕이

 


할미꽃


조개나물... 풀꽃

 

 


아가배나무 꽃

 
은방울꽃 꽃대와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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